책 소개
어느 견인주의자의 초상
1979년 《매일신문》으로 등단한 오두섭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 머릿속에서 추출한 사소한 목록들』이 시인동네 시인선 150으로 출간되었다. 원인불명의 세계 앞에 던져진 오두섭 시인의 ‘실존적 자아’는 그만의 방법으로 존재론적 성찰을 거듭하였고, 삶을 ‘지금, 이곳’으로 끌어당겨 놓았다. 그는 섣불리 ‘초월적 자아’를 꿈꾸지 않는다. ‘잠언(箴言)’을 배제했고, 전근대적 자족적 휴머니즘의 ‘가족서사(敍事)’나 ‘자연 매트릭스(Matrix)’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두섭 시집의 특기해둘 만한 특징들이라 할 수 있다.
■ 해설 엿보기
번갯불에 눈먼 자는 평생토록 번갯불을 잊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사막의 빛이 너무 밝아 눈이 먼 떠돌이 검객은 끝끝내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東邪西毒)〉 이야기다. 살인청부를 맡은 검객은 수백 명의 마적을 마주하는데, 마적의 칼끝에서 숨을 거두며 고향 언덕의 복사꽃을 그리워했다.
‘사막의 빛’이 그러하고, ‘번갯불’이 그러하다. ‘찰나의 빛’에 눈먼 자는 누구인가? 바로 시인이 아니겠으랴. 오두섭 시인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첫 시집 『소낙비 테러리스트』(문학의전당, 2010)를 통해 우리 삶의 비천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이 시집을 두고 이하석 시인은 해설에서 “오두섭은 현실적 정황을 그려낼 뿐, 그것을 진단하고 해답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삶의 전망을 내놓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보여줌으로써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오두섭 시의 특징은 이번 시집에서도 견지되는데, 존재론적 성찰이 깊어지고 넓어졌다. 이름 하여 『내 머릿속에서 추출한 사소한 목록들』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는, 때로는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지상의 삶에 대한 질문이 가득하다. 인간의 삶은 어떻게 존재하며, 그 존재성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살펴보자.
불 꺼진 날이 왜 많은지, 알려고 하지 않은 창가의 밤
서쪽 외벽을 타고 온 해가 모서리로 떨어지면서 짙은 그림자를 남기며
나뭇가지들이 그곳을 기웃거리는 그때
저 창이 오늘은 왜 열려 있는지, 어쩌다가 무심코 열려서
나와 눈이 마주칠 뻔한 풍경의 계단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가서 올려다보면
혼자 레몬 즙을 짜고 있거나,
시집의 한 쪽을 반복해서 읽고 있거나,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거나,
남자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있을지도,
둘이 함께할 날들에 관해 심각한 담화를 나누고 있는 중인지도,
갑자기 외출을 서두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내 화풍은 사실화에 닮아 있지만 도대체 옷을 벗지 않는 피사체들
힐끗 눈 흘겨보는 그이의 우편함
희미한 불빛에 묻어 나오는 정체 모를 소리들
아주 조금 열려져서 비밀스러운 그림자의 몸짓들
도무지 궁금한 무대 뒤쪽의 대사들
빈집 녹슨 문을 삐거덕 밀어보는 낯선 손등처럼
창을 열어젖히면 죄다 사라질 그 외로움 쪽으로 몸을 한두 번 내민 적이 있을,
먼 창 안의 삶
- 「타인의 삶」 전문
시인의 ‘메타시(metapoem)’로 읽힌다. 시의 화자는 “무심코” 열린 “창” 너머의 풍경을 본다. 누군가의 일상이 진행되고, 화자는 그 모습을 ‘사실화’로 그리고자 한다. 눈으로 확인되는 형상만 화폭에 옮기려는 것인데, 애당초 그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타인의 삶’이기 때문이다. 화자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다. ‘∼하거나’ ‘∼일지도’라는 추측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창 너머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화자는 ‘카메라의 눈’으로 시적 대상, 다시 말해 이 세계를 바라보려 하지만 그 대상은 “옷을 벗지 않는 피사체들”이다. 따라서 “정체 모를 소리”와 “비밀스러운 그림자의 몸짓”을 통해 형상 너머의 실체를 가늠하고자 한다. 하지만 “무대 뒤쪽의” “창 안의 삶”은 여전히 저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창을 열어젖히면” ‘창 안의 것’들이 사라지고 만다. 창 너머의 풍경이 ‘실재계’(實在界, the real)라면, 이쪽은 ‘상징계’(象徵界, the symbolic)가 되겠는데, 시의 화자는 그 통로만 보여줄 뿐이다.
더욱이 창문의 저쪽은 애당초 “빈집”이었다. “녹슨 문”을 미는 “손등”은 또 어떠한가. ‘나의 손등’이지만 “낯선 손등”으로 표현된다. 여기엔 창문의 저쪽에서 내민 ‘손’이 겹쳐져 있는데, 두 손은 끝끝내 맞닿지 않는다. 시인의 세계인식의 밑바탕을 보는 듯하다. 텅 빈 세계 앞에 홀로 선 ‘단독자적 자아’이다. 그런 모습이 시집 곳곳에 나타난다.
작가 소개
경북 선산 출생. 197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후 30년 만에 시집 『소낙비 테러리스트』를 펴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제1부
눈 내리는 감염주의보 • 13
시간은 마디를 가졌다 • 14
가리키는 손 • 16
59초 전 • 18
숨소리 • 20
비 온 뒤 • 21
사용설명서의 사용설명서 • 22
내 안의 고요 • 24
혹은 역방향이거나 • 26
허공을 팠다 • 28
돌은 돌 • 30
책 읽는 여인 • 33
단추의 눈 • 34
틈새를 찾아라 • 36
덧니와 삐라 • 38
지붕의 두 사람 • 40
길 위의 두 사람 • 42
제2부
우표 • 45
타인의 삶 • 46
포커페이스는 없다 • 48
뒷모습 • 50
실종에 관한 또 다른 논증 • 52
사람들 • 55
내 머릿속에서 추출한 사소한 목록들 • 56
‘〜的’이란 • 58
눈물이 싱거워질 때까지 • 60
캐리어에 끌려가는 삶 • 64
각(刻) • 65
안개, 영화를 찍다 • 66
그날 펜션에서 눈 속에 파묻은 진술들 • 68
총성 직전 • 70
잊힌 동화 • 72
제목을 붙일 수 없는 • 75
망치로 얻어맞았다니 • 76
시간 속에 빠뜨린 반지 • 78
제3부
숯덩이 얼굴 • 81
생존을 위한 방법론 • 82
이별은 제동거리가 길다 • 84
사진 1943 • 86
식물인간이라니 • 88
집 한 채 • 89
서랍이 열리고 나면 • 90
흐린 날 • 92
지척에 만든 고향 하나 • 94
매달린 삶 • 95
뱀은 나타나지 않았다 • 96
중계소에서 • 98
삶에게 묻다 • 100
알레르기 • 102
사월 어느 밤에 • 103
흐느끼는 여인 • 104
나무에는 길의 유전자가 있다 • 106
이제 떠나려 하네 • 108
해설
견인주의자의 초상/오정국(시인·한서대 교수)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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