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깊은 해석이 돋보이는
어린이의 왕, 마치우시 1세 이야기
어린이의 왕이 되겠노라 선언하는 이 아이는 폴란드의 교육자 야누시 코르착이 쓴 『마치우시 왕 1세』의 주인공, 마치우시입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마치우시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해석하여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가 탄생했습니다.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왕이 된 마치우시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다스리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그 길목마다 어린이 인권 존중과 민주 교육을 실천한 야누시 코르착의 뜻이 담겨 있지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이전에도 어린이 인권 운동을 펼친 코르착의 행보에서 영감을 받아 『블룸카의 일기』(사계절출판사, 2012)를 만든 바 있습니다.
코르착은 자신이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일들을 책 속에 모두 녹였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치우시는 많은 어린이가 동경할 법한 캐릭터입니다. 열 살 난 마치우시가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왕이 되자마자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치르는데, 신분을 감추고 전쟁터에 나가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 전쟁의 후폭풍으로 혼란에 빠진 나라 사정을 하나둘 보살피며, 외교에도 힘씁니다. 어린 왕을 무시하는 장관들을 이끌고 나라를 민주적으로 다스리려 하지요. 이 그림책에서는 원작의 전쟁 에피소드와 식인종 나라 모험담이 생략되고, 민주주의와 개혁 그리고 어린이 인권에 대한 내용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만의 이미지 구상력과 정교한 그림체로 원작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마치우시 왕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함축적인 그림과 간추린 글을 통해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생생한 표정과 몸짓, 상징적인 카메오와 소품으로
견고하게 이루어진 이미지 서사
글만 드문드문 읽으면 희미한 이야기의 공백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 조각으로 선명하게 메워집니다. 마치우시가 왕좌의 여정에서 겪었을 감정도 그림을 통해 강렬하게 드러나지요. 먼저, 표지에서 왕권과 책임의 무게가 적나라하게 느껴집니다. 눈을 가릴 정도로 내려온 왕관은 머리둘레도 맞지 않는 어린 왕으로서의 부담감을, 어딘가에 붙잡힌 옷자락은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는 혼란을 보여 줍니다. 그렇게 마치우시가 술래가 되어 여러 아우성에 휩쓸릴 것이 예상되지요.
열 살짜리 왕의 아이다운 면모는 글과 그림에서 잘 드러납니다. 특히 마치우시의 표정과 몸짓에서 어린 왕이 겪는 고독과 수고가 고스란히 보이지요. 왕위에 오르자마자 전쟁이 터져 제 키보다 큰 총에 매달려 침울해하는 마치우시가 보이고, 왕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며 사사건건 반대하는 장관들과 마주할 때, 그들의 뜻대로 굽히지 않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 마치우시도 보입니다. 다양한 왕관에 둘러싸여 있는 마치우시의 초상에서는 여러 가지 역할과 시도를 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웃 나라 왕에게 민주 정치와 개혁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는 공중그네에 올라 큰 그림을 떠올리며 ‘모두에게 좋은 나라’를 이루리라 다짐하지요. 민주주의를 도입하며, 무엇보다도 본인이 어린이로서 어린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합니다. 전무후무한 개혁으로 어린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이내 시행착오를 겪으며 표지와 같이 왕관을 잘못 쓴 왕이 되고 맙니다.
다사다난한 여정 끝에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아 쉬는 마치우시를 의사 선생님이 감싸 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라 소개되는,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어질고 의로운 의사 선생님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전작 『블룸카의 일기』에 묘사된 코르착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코르착이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이며, 작가는 이 연결 고리를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했답니다.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무대,
어린이를 위한 나라
이 그림책이 만들어진 취지는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무게가 더 실려 있었습니다. 마치우시 이야기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일과 그에 따른 책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집중했지요. 실제로 야누시 코르착은 『블룸카의 일기』의 배경이 되었던 ‘고아의 집’에서, 마치우시가 세운 ‘어린이 국회’와 닮은 ‘어린이 법정’을 마련했습니다. 어린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작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와 책임 의식을 배우기를 바랐지요. 그 연습을 통해 서로 존중심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국민들의 일리 있는 요구 사항과 터무니없는 불만이 뒤섞이면서 마치우시 왕의 위신이 무너지는 결말은, 이런저런 갈등과 잡음이 불가피한 현실 사회의 모습을 비춥니다. 마치우시는 어른과 어린이의 입장이 얽혀 있는 사이에서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어린이다운 발상이 공존하는 고단한 왕으로 그려집니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만들려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던 그는 우리에게 용감한 영웅으로 기억되지요. 어린이의 왕이 남긴 발자취는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가 스스로 중심을 가지고 바로 서기 위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할지, 또 어른은 동등한 시민인 어린이에게 어떤 존중과 지지를 보내야 할지, 각자의 실천에 대한 생각거리를 전해 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야누시 코르착
1878년인지 1879년인지 연도는 확실치 않고 7월 22일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다. 유대계 폴란드인으로서 본명은 헨리크 골트슈미트, 필명인 야누시 코르차크로 널리 알려졌다. 교육자이자 소아과 의사, 작가, 심리학자, 아동인권 옹호의 선구자로, 1989년 유엔아동권리선언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했다. 프로이트가 아직 성인 환자를 통해 아동기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을 때 코르차크는 이미 아이를 직접 관찰해 아동발달이라는 분야의 탄생을 예고했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의회와 법원을 갖춘 진보적 고아원들을 폴란드 사회에 도입해 버려진 아이들을 보살폈다.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최초로 전국 단위 어린이신문을 창간했고, 소년법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증언했으며, 오늘날 ‘도덕교육’으로 불리는 교육 방식을 교사들에게 가르쳤다. 그가 쓴 《아이를 사랑하는 법》과 《아이의 존중받을 권리》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으며, 수많은 아이들이 《마치우시 1세 왕》을 비롯한 그의 책을 읽고 컸다. 궁핍한 아이들의 ‘피리 부는 사나이’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그의 사상과 교육법을 배우러 고아원에 찾아오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대인이자 폴란드인으로 살아야 하는 내적 분열을 겪으며 두 민족의 화해에 힘을 쏟았으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역사는 그의 삶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나치의 학살이 절정에 달했던 1942년 8월 6일 본인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게토 안에서 돌보던 고아들을 이끌고 의연히 죽음의 수용소로 불린 트레블링카행 열차로 향하면서 전설이 되었다.
그린이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1960년에 태어나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습니다. 야누시 코르착이 돌보았던 '고아의 집'을 배경으로 한 『블룸카의 일기』로 '독일청소년문학상 그림책 아너'를 받았다. 그 외의 책으로 『파란 막대 · 파란 상자』 『두 사람』 『시간의 네 방향』 『작은 발견』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이지원
1974년에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폴란드어 번역가이자 그림책 연구가입니다. 옮긴 책으로 『마치우시 왕 1세』 그리고 『파란 막대 · 파란 상자』 『두 사람』 『시간의 네 방향』 『블룸카의 일기』 『작은 발견』 『잃어버린 영혼』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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