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다섯 번째 계절로 다리를 뻗는다. 발끝을 가지런히 모아 깊숙이 밀어 넣으며 알맞게 삭은 거름 냄새에 안심하고, 웅크렸던 마음을 꺼내어 놓는다. 허리도 쭉 펴고 팔다리도 쭉쭉 늘여본다. 제5의 계절은 나의 은신처이며 텃밭이고 심중에만 담아둔 말을 목청껏 외칠 수 있는 대나무숲이다.

오늘도 달을 따라가는 개밥바라기별의 아름다운 거리 만큼에서, 한 편의 제대로 된 詩를 만나기 위해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달빛을 쫓아가는 중이다.

- 시인의 말 <제5의 계절에 서서>에서  

전재복
1972년부터 2008년까지 3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교감으로 명예퇴직하였다. 같은 해 대통령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79년 [소년조선]에서 동화로 은상을 받았고, 1992년 [한국시]에 시로, 2005년 [월간 스토리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하였다. 2020년 전북문학상, 바다와 펜문학상, 샘터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한국문협, 전북문협, 표현문학, 전북시인협, 전북불교문학, 전북교원문학, 기픈시문학, 군산문협, 나루문학의 회원이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군산평생학습관 글쓰기 지도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

저서로 시집 『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잃어버린 열쇠』, 『개밥바라기별』, 산문집 『한 발짝 멀어지기 한 걸음 다가가기』 등이 있다.

겨울

 겨우살이의 꿈
 겨울눈(아린芽鱗)
바람을 채우는 새
 얼음꽃 3
겨울 장미
 신성리 갈대밭
 얼음꽃 2
 2월
 깃발
12월에
 이명耳鳴
직지
 개밥바라기별

 봄

 얼음새꽃(복수초)
변산바람꽃
 입춘설立春雪
봄비
 봄까치꽃
 봄비, 너를 고발한다
 봄꽃나무, 소신공양燒身供養
화엄사 홍매를 찾아
 이팝나무
 바람날 거야
 첫 수유授乳
혹시 군산에 오시려거든
 영산홍

 여름

 꽃물들이기
 달팽이 서생書生
폭우
 바람의 신부新婦 바람의 연인戀人
상사화(잎의 노래)
해후
 동정녀童貞女 무화과
 무소식
 손수건
 하루
 능소화
 석녀1
석녀2
하루살이의 사랑

 가을

 문풍지를 달겠어
 떠나보내요
 목수국木水菊 지다
 서리꽃 편지
11월에는
 늦가을 오후 세 시
 낙엽, 별리別離의 춤
 나무의 지문指紋
김치를 담그며
 그런 날
 때때로, 아주 가끔
 휴경통보
 밀어내기
 제 5계절

 그리움에게 1 (이유)
그리움에게 2 (숨)
그리움에게 3 (幻聽)
그리움에게 4 (음각문자)
그리움에게 5 (인연 꽃)
그리움에게 6 (순장殉葬)
대나무 찬讚
다비茶毘 하다
 허기를 깁다
 못다 부른 노래
 흐름 어디쯤
 감정총량의 법칙

 옥정리 이야기
 마중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