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인에게서 우편물 한 통이 도착했다. “삼겹살 두어 근에 곰배령 막걸리 사가지고/ 살만한 둔덕, 살둔마을로 무작정 오세요”, 초대장과 수십 장의 지도가 동봉된 소포. 지도는 글자만으로 그려져 있다.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놓여 있는 강과 산과 무덤과 집과 시간의 등고선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소리와 색깔과 향기로 표시된 기호들을 제대로 짚어내며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 두렵지만 또 한편으로 설레는, 마음이 주저하는 사이 또 그의 목소리가 다래넝쿨처럼 뻗어온다, “마음을 쉬려거든 살둔마을로 오세요/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거기, 그곳]).
시집을 펼치는 순간 여행이 시작된다. 시인은 이곳에서 “자연에 갇혀 살지만 자연과 밀접”해진다. 이곳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간(“날짜와 요일”)에 지배를 받지 않는다. 인간의 소음들(“뉴스로 흘러나오는 소식”)로부터도 자유롭다. 흡사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가없이 묵묵한” 곳. 욕망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한없이 갑갑한 공간일 테지만, 욕망을 내려놓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자유가 된다. 그는 이곳에서 “아무 일 없지만” 마음속에 차오르는 시어들로 “하루하루가 뜨겁고”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 소개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2015년 계간 [시사사]로 등단했다. 산문집 [살둔마을에 꽃이 피고 시가 되고]와 동인지 [저기 삼나무에 꽃바람 분다]를 펴냈다. 현재 (주)루카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목 차
● 시인의 말
제1부 고립낙원
가마솥 10
거기, 그곳 11
고립낙원 14
훨, 훨 16
그대, 흐르는 물결에 18
젖은 낙엽의 어원처럼 20
홀딱 벗고 새 22
밤바치길의 서정 24
철새의 기원 26
구절초 28
가을 타다 30
그리움을 지우는 방식 32
우리 가끔은 34
회전의자는 주인이 없지 36
슬픔 정리 37
제2부 노란의 거처
노란의 거처 40
보라의 자세 42
파란의 모습 44
달맞이꽃 45
시로 가는 길 46
칸초네의 여인 48
미련의 거처 50
환선동굴 52
물의 뼈 54
안개꽃 56
토종벌통 58
은어의 꿈 60
그림자의 생존 방식 62
무드셀라 증후군 64
만지작 66
제3부 노을에서 사과 향이 난다
벗 68
지천명 70
가난한 가슴의 표정 71
마음에 내리는 비 72
올챙이 국수 74
노봉방주 76
어처구니 78
억새의 방식 80
은행나무 숲 82
하현달의 온도 84
지나간 계절은 어디에서 머물까 86
노을에서 사과 향이 난다 88
마음이 머무는 곳에 꽃이 피고 89
겨울 휘파람 90
파종 92
제4부 가방의 어원
명품쟁이 94
가방의 어원 96
가방을 디자인하다 98
가방의 성격 100
뜬금없이 102
가방 레시피 104
캐주얼 가방 106
쌈지 108
지게와 가방 110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112
가방의 내면 114
아내라는 가방 116
가방의 표정 118
명품 증후군 120
가방의 혈액형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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