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 여성문학사에 새겨진 뚜렷한 족적, 박화성
한국 여성문학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활동하며 한 시대를 이끌어온 박화성의 작품 선집 『나는 작가다』(서정자·김은하·남은혜 엮음)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엮은이들은 이 책을 통해 여류작가가 아닌 ‘작가’로서 근대문학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운 박화성의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식민지의 민중, 특히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제재로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소설로써 통렬히 비판한 작가 박화성의 대표작 중단편 소설 11편과 수필 1편을 해설과 함께 실었다.
1925년 『조선문단』에 단편소설 「추석 전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영 박화성은 한국 여성 최초로 『동아일보』에 장편소설 『백화』를 연재한 작가이자, 장편 17편, 중단편 66편에 이르는 수작을 끊임없이 창작하며 한국 여성문학사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작가로서 그 이름을 남기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소평가되거나 폄하되었던 시대에, 남성 중심적인 문단 분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날카로운 시대인식을 소설화하며 당당한 작가로서 우뚝 선 것이다. 앤솔러지의 제목처럼 ‘여류’라는 한계를 지워버리고, 오롯이 ‘작가’로서 일관해온 박화성의 문학적 삶을 이 선집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박화성은 일제강점기라는 굴곡진 시대에 수많은 문제작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식민지 수탈의 거점이었던 목포는 그가 출생하고 성장한 곳으로, 박화성 문학의 특별한 배경이 되었다. 그는 목포를 배경으로 조선인 하층민, 노동자 계급의 비참하고 빈곤한 실상과 식민지 여성이 겪는 고통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식민지 담론에서부터 이데올로기의 대립, 분단과 해방공간까지의 시대적 갈등을 치밀한 구성과 유려한 필치로 소설화한 것이다.
엮은이들은 1920년대 방적공장 여성 노동자의 눈에 비친 식민지 민중의 고통과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형상화한 「추석 전야」, 하수도 공사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착취로 인해 벌어진 파업을 다룬 「하수도 공사」, 식민지 여성이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실을 소재로 한 「온천장의 봄」, 8·15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오지 않은 여성해방의 현실을 이야기한 「광풍 속에서」 등 작가를 대표하는 중단편 소설 11편과 1편의 수필을 선정하고 작품마다 각각의 해설을 달아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21세기의 여성주의를 고민하는 오늘날의 여성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또한 최초 발표된 판본을 저본으로 하여 수록한 수필 「여류작가가 되기까지의 고심담」에는 여성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박화성 단편문학의 전모를 담은 이 책은 박화성 문학 연구뿐만 아니라 동시대 작가 연구와 한국 근대문학사 연구의 진일보를 위한 발걸음이기도 하며, 한국 문학사에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작가’ 박화성의 족적을 살피는 길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화성
1925년 춘원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문단≫에 단편 <추석전야>가 발표됨으로써 등단해 1980년대 중반까지 6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여온 여성 작가다. 그는 1930년대 강경애와 더불어 중요한 동반자 작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여성 작가 최초로 장편소설 ≪백화≫를 ≪동아일보≫에 연재(1932년 6월부터 1933년 11월까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남긴 작품 목록은 ≪백화≫, ≪북국의 여명≫, ≪고개를 넘으면≫ 등 장편 17편을 비롯해, 단편 62편, 중편 3편, 희곡 1편, 콩트 6편, 동화 1편, 다수의 수필과 평론 등 긴 창작 기간에 걸맞게 방대하다. 2004년에는 그의 걸출한 문학적 족적이 ≪박화성 문학 전집≫(전 20권)으로 갈무리되었다.
박화성의 작품 세계는 해방을 기점으로 급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씌어진 그의 작품은 지식인 전위가 등장해 현실의 변혁에 참여하거나 무자각한 인물의 의식을 각성시킨다. 또는 현실감 있는 묘사로 빈궁의 현실을 탁월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전망이 부재한 식민지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1937년에 발표된 단편 <호박>을 끝으로 동반자 작가로서의 그의 작품 경향은 일단락 지어진다. 해방과 전쟁을 체험하며 박화성의 작가 의식은 변모를 겪게 되는데,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재개하는 1955년을 즈음해서 그의 문제의식은 여성의 억압 문제나 중산층 여성의 합리적 이성과 새로운 윤리 의식을 천착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의 서사적 전개는 당대의 사회 현실보다는 여성의 성장사에 집중되고 있다. 박화성은 한 번 결혼한 경력이 있거나 과거가 있는 여성이 미혼의 남성과 결혼하는 줄거리를 통해 순결이나 정절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소설들을 연달아 발표하게 된다. 이러한 작품들 대부분은 신문과 잡지에 연재되어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는 것과 동시에 여러 평자들을 통해 그의 준열한 작가 의식이 통속적 대중화의 경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적 지적을 받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박화성의 여성 인물들이 보여주고 있는 강인한 의지력과 주체적 의식이다. 여성노동자의 시각에서 식민지 현실을 날카롭게 묘파한 등단작 <추석전야>의 영신을 비롯해, 자유연애를 동지애적 사랑으로 가꾸어가는 <하수도 공사>의 용희, 하층민 여성의 건강한 생활력을 보여주는 <한귀>의 성섭의 처와 <춘소>의 어머니 등 그의 초기 작품의 여성 인물들은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해방 후 작품에서도 이러한 면모가 이어져, 복잡하게 얽힌 연애소설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몸을 내맡기는 통속적 대중소설의 여주인공들과 달리 박화성의 인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역경을 뚫고 나가는 강인한 의지력을 보여주고 있다.
엮은이 : 서정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한국 근대 여성소설 연구』 『한국 여성소설과 비평』 『우리 문학 속 타자의 복원과 젠더』 『박화성 한국 문학사를 관통하다』(공저) 『디아스포라와 한국문학』(공저) 등, 수필집으로 『여성을 중심에 놓고 보다』, 편저로 『한국여성소설선 1』 『원본 나혜석 전집』 『박화성 문학전집』 『지하련 전집』 『강경애 선집-인간문제』 『김명순 문학전집』(공편) 등이 있다. 나혜석학술상, 숙명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초당대학교 교수, 초당대학교 부총장, 나혜석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2016년 현재 초당대학교 명예교수, 학교법인 초당학원 이사, 박화성연구회장, 한국여성문학학회 고문이다.
엮은이 : 김은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여성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감정의 지도 그리기ㆍ를 함께 쓰고, 주요 논문으로「전후 국가 근대화와 “아프레 걸(전후 여성)” 표상의 의미」등이 있다.
1969년 전라북도 군산에서 출생하여 중앙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 석사 시절 《여성과 사회》(창비)라는 여성주의 무크지에 공선옥 소설의 모성론을 발표하면서 문학 비평을 시작했으며, 「식탁 위의 성정치-음식과 여성」, 「애증 속의 공생, 우울증적 모녀 관계-박완서의 『나목』론」, 「공포의 시대와 루저의 문화정치학」 등의 글을 썼다. 「전후 국가 근대화와 ‘아프레 걸(전후 여성)’ 표상의 의미」, 「산업화 시기 남성 고백담 속의 여성 육체」, 「386세대 여성 후일담과 성/속의 통과제의」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엮은이 : 남은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문학 석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 수료.
2010년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협동과정 강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
논문 <김명순 문학 연구>, 서울대 석사학위논문, 2008. 2.
<김명순 문학 행위에 대한 연구-텍스트 확정과 대항담론 형상화 방식을 중심으로>,
세계한국어문학, 2010. 3.
목 차
발간사
추석 전야
작품 해설 _ 1920년대 여공의 눈에 비친 식민지 근대의 모순 - 서정자
하수도 공사
작품 해설 _ 민중의 의식화로 식민지 극복을 꿈꾸다 - 서정자
두 승객과 가방
작품 해설 _ 투쟁의 축은 어디로 이동하는가 - 남은혜
홍수전후
작품 해설 _ 가난한 자들이여 상호부조하라! - 김은하
한귀(旱鬼)
작품 해설 _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남은혜
고향 없는 사람들
작품 해설 _ 고향을 잃어버린 영웅들의 프롤로그 - 남은혜
불가사리
작품 해설 _ 일제 말년의 불가사리 - 남은혜
온천장(溫泉場)의 봄
작품 해설 _ 사고 팔리며 유전하는 ‘명례’의 이야기 - 김은하
광풍(狂風) 속에서
작품 해설 _ 여성해방은 어떻게 가능할까? - 김은하
샌님 마님
작품 해설 _ 노동이 여자를 구하리라 - 김은하
휴화산
작품 해설 _ 치유되지 못한 슬픔과 역사의 유령 - 김은하
수필 _ 여류작가가 되기까지의 고심담
작품 해설_글 쓰는 여자의 불온성 - 김은하
작가연보
작품연보
박화성의 문학 지도 - 서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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