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20년 미국 대선과 그 이후 발생한 미국의 ‘대혼란’이 한국사회에 주는 메시지
2020년 미 대선은 양분된 미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갈려 서로를 공격한 과정은 역대 최다 득표 당선인과 낙선자를 탄생시켰다. 국가와 사회, 시민은 정확히 둘로 쪼개졌고 트럼피즘(Trumpism)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의 한국 역시 사안 대부분이 ‘정치화’되며 양쪽의 의견이 극단으로 가고 있다. 싸움의 끝에 남는 건 ‘말’과 ‘상처’ 뿐이다. 트럼피즘을 둘러싼 갈등에서 나온 인상적인 말은 “상대는 사라지지 않는다”였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화의 길에 접어든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트럼프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뒤 다시 유세에 나선 순간부터 의사당 난동사태와 바이든 취임 그리고 트럼프 탄핵 표결까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엮었다. 현 방송기자인 저자가 대선 유세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보고 듣고 유권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바이든의 필라델피아 타운홀(Townhall) 미팅과 드라이브인 유세(플로리다 탬파), 오바마와의 합동유세(미시간 디트로이트) 그리고 승리 연설(델라웨어 윌밍턴) 현장을 담았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린 트럼프의 세 차례 유세(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이리, 플로리다 탬파)와 세 차례 ‘선거 불복’ 집회(워싱턴) 또한 현장의 열기와 목소리를 그대로 풀어냈다. 취재의 순간순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엄습했다. 현장의 열기가 살아 숨 쉬는 유세장소를 취재하고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건 기자로서 본연의 ‘욕구’이자 ‘숙명’이기도 했다. 선거 열기에 가슴 뛰며, 때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인파 속에서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고 잠 못 이뤘던 생생한 현장 기록을 하나씩 풀어간다.
현 방송기자가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대선의 현장에서 마주한 ‘진짜 미국인’들의 속내
2020년 미국 대선을 지배한 ‘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기본 구도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음’이었다. 대화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서로의 존재를 무시했다. 발전적 토론이 될 리 없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는 ‘한 몸’이었다. 한쪽이 좋아하는 면을 다른 쪽은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이 속에서 진영논리가 싹트고 허황된 음모론이 피어났다. 처음엔 허무맹랑해 보여도 보고 싶은 쪽만 보다 보면 진짜 같아졌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것이었다. 결투가 끝난 후 서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라도 가지면 좋을 테지만, 선을 긋고 배척했다.
시민과 사회, 국가가 정확히 둘로 쪼개지는 현실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 역시 이미 ‘극단화’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이슈가 정치화된다. 둘로 나뉜 채 싸우고 또 싸운다. 이분법적인 시각은 괜찮은 아이디어마저 집어삼킨다. 한바탕 싸움이 끝나면 ‘실체’는 사라지고 ‘말’만 남는다. 상처뿐인 싸움이다. 누가 더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뒤늦게 가리는 과정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일반 시민들은 피로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화합’과 ‘치유’의 시대로 가겠다고 선포했다. 실제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앞으로 닥칠 선거에 쫓겨 바이든 또한 지지층 품기에 골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 시대에도 ‘갈라치기’는 유효한 전략이다. 경제와 외교, 의회 구성, 미디어, SNS 등 곳곳에 놓인 장애물은 화합의 과정을 어렵게 할 것이다. 트럼피즘이 4년 동안 군림하는 동안 서로가 자기 이익에 골몰한 결과다. 한국 또한 지금의 ‘분열’을 방치한다면 현재의 미국처럼 통합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야기한 “기적적인 선거 후에 우리 편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갑자기 얻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은 한국 사회를 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극단화’는 사회를 황폐화할 뿐 대부분의 국민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
모든 사안의 ‘정치화’가 아닌 건강한 토론을 통해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대화’와 ‘정치’가 있어야 한다. 희망은 있다. 유세 현장과 바이든의 승리 연설 장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이 앞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결국 ‘화합’이었다. 2020년 미국 대선과 그 이후 발생한 ‘대혼란’이 한국사회에 주는 메시지이다.
작가 소개
최우정
현 방송기자. 특파원 업무를 맡아 미국 워싱턴 D.C.에서 2020년 대선 현장을 취재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유세장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대선 전후 상황을 상세히 기록했다. 워싱턴에 파견되기 전에는 주로 북한, 중국 문제를 다뤄왔다. 김정일 사망과 장성택 처형, 핵실험, 쓰촨성 지진 등을 취재하기 위해 10여 차례 북·중 접경지역과 중국 땅을 밟았다. ‘김정남 피살’ 말레이시아 현지 취재, 보도로 「한국기자상」과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앵커로서 시사프로그램을 3년여 진행하며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을 생중계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김정은 시대 북·중 관계’를 연구하며 석사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목 차
[워싱턴 D.C.에서]
Chapter 1. 눈앞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다
1장 I 초유의 의사당 난입
2장 I 트럼프는 난입을 ‘계획’ 했나
3장 I 요새화된 워싱턴 D.C.
4장 I 다시 한 번 탄핵을 피하다
Chapter 2. 끝이 아닌 시작
1장 I 윌밍턴 승리의 순간
2장 I ‘화합’의 메시지
3장 I 폭죽은 쏘았지만
4장 I 900파운드짜리 고릴라
Chapter 3. ‘활주로’ vs ‘드라이브인’
1장 I 한편의 ‘SHOW’
2장 I 내 유세를 알리지 마라
3장 I 코로나가 만든 ‘극과 극’ 유세
4장 I 조지아주에서 북극곰 찾기
Chapter 4. 막판 판세 가른 ‘세 장면’
1장 I ‘펜실베이니아’를 잡아라
2장 I 플로리다 대격돌 현장...같은 날 같은 도시를 찾다
3장 I 오바마-바이든 첫 합동 유세...‘흑인 표심’ 공략
Chapter 5. 마지막 2주 어떻게 움직였나
1장 I ‘피벗 카운티’를 잡아라
2장 I 트럼프-바이든도 사전투표
3장 I ‘승리의 지도’를 넓혀라
4장 I 결전의 날
Chapter 6. 압승 못 한 바이든-격차 좁힌 트럼프
1장 I 4년 전 이변이 또?
2장 I 둘 다 ‘승자선언’이라니
3장 I 위스콘신·미시간이 뒤집히다
4장 I “이번 선거는 조작되었다!”
5장 I 아슬아슬 ‘블루 웨이브’
Chapter 7. '.com’ 떼고 ‘.gov’로
1장 I 승리 요인은
2장 I 트럼프도 ‘텐트’를 확장했다
3장 I 당선인 인정 안 하는 연방총무청
4장 I “유색 인종을 핵심 각료로!”
5장 I 취임식도 ‘조심조심’
Chapter 8. 재편되는 세계질서
1장 I 바이든 대 시진핑
2장 I 김정은은 바이든을 만날 수 있을까
3장 I 한국에 미칠 영향은
Chapter 9. 트럼피즘은 끝났는가
1장 I 임기 끝까지 ‘존재감’ 과시
2장 I 보수 ‘절대 우위’ 연방대법원
3장 I 트럼프는 대선에 다시 도전할까
에필로그
코로나 회복기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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