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영혼극(Ghost play)’이라고 불리는 전 2막(각 2장) 희곡으로, 테네시 윌리엄스의 여러 대표작품들보다 더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다. 우울한 집안사(정신분열 때문에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평생 금치산자로 살았던 누나 로즈 윌리엄스 이야기)를, 폐쇄병동에 갇혀 삶을 버린 F.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의 이야기로 환치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시나리오로 먼저 만들어져 호센 퀸테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지만, 다시 희곡으로 개작해서 발표한,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영혼극’이라는 이름처럼, 작품에는 헤밍웨이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그야말로 ‘유령(Ghost)’처럼 등장하는 것도 매우 이채롭다.
이 작품은 1934년에 헤밍웨이가 피츠제럴드에게 쓴 “우린 시작부터 엉망진창인 인생이야”라는 편지글의 한 토막을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피츠제럴드 부부(그리고 헤밍웨이, 머피와의 우정까지 다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기문학작품 같지만, 실제로는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삶을 여러 가지로 닮아 있다.
이 연극은 등장인물(작가와 밀접한 사람)에 대한 작가 자신의 배신으로 생긴 죄의식의 한 단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작가에게 있어서 그것은 누이 로즈 윌리엄스의 배신이었다. 그의 누이를 향한 사랑이 없었다면, 결코 테네시 윌리엄스라는 존재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스코트 피츠제럴드는 미모의 아내 젤다 세이어를 배신했다. 그는 젤다에게 『밤은 부드러워 (Tender is the Night)』가 출간되기 전까지, 『왈츠를 나와 함께(Save Me the Waltz)』를 펴내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아내의 재능과 개인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바람을 질투했다.
이 연극의 제목 『여름 호텔을 위한 의상』은 젤다가 뱉은 혹독한 풍자적인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젤다는 스코트에게 “좋아요. 알았어요. 그래서 당신이 싸구려 여름 호텔에 숙박료를 지불할 사람처럼 보이는군요”라고 말한다. 스코트의 의상은 은유적이다. 애쉬빌의 바람 찬 언덕에 서 있는 스코트의 옷은 매운 바람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이것은 결국 스코트가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 짓지 못할 정도로 건강을 잃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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