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왜 우리는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왜 오늘날에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공공 서비스는 축소 경향을 보이는데 세금은 왜 오히려 늘어날까? 어떤 사람은 아무 일 하지 않아도 부유해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온종일 힘들게 일해도 먹고살기 바쁜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의 다양한 단면들이자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자본주의의 모순들이다.
이러한 사회, 즉 인간이 만들어냈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체제는 정확히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이다. 그 체제를 움직이게 하는 한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화폐’이다. 화폐가 없으면 사람들 사이의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져 좁게는 가계로부터 시작해 기업, 국가는 물론 국가경제 자체가 작동불능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화폐는 분업과 교환의 전제조건이자 국민 모두를 위한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른바 황금만능주의가 수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 체제는 인류가 이룩한 엄청난 진보적 성과임에 분명하다.
끊임없는 경제성장을 전제로 하는 현행 금융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화폐’란 무엇인가?
이렇듯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순기능으로서의 ‘화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인류 문명은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구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은 ‘화폐’로부터 발생하는 측면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으니, 이른바 현행 ‘화폐 공급 시스템’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의 화폐는 국민 모두의 합의로 채택된 교환 프로토콜이자 상호 신뢰의 증표로서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다른 한편으로 화폐는 거래의 지급수단이자 부의 축장수단으로 누구나 되도록 많이 갖고 싶어 하는 사유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민간 경제주체도 돈을 다른 모든 상품처럼 생산할 수는 없다. 즉 돈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피땀 흘리는 노동밖에 없다.
그런데 현행 시스템에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돈을 생산하는 특권을 가진 민간 주체가 있으니, 바로 극소수의 민간은행이다. 이들은 중앙은행의 허용 아래 허공에서 돈을 창조하는 특권을 누린다. 이 특권의 존재는 경제학원론에서 가르치는 ‘부분 지급준비금 제도’와 ‘신용 창조 메커니즘’이라는 장치, 그리고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라는 사회적 중요성을 구실로 은폐된다. 즉 사회적 공공재여야 할 화폐 시스템이 특정 집단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변질되고, 이는 곧 인류의 온갖 비극과 불행, 재난의 근본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지금의 금융화폐 시스템은 끊임없는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제도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대안으로서의 ‘자유화폐’ 그리고 모순을 극복하는 길은 어디에?
현행 통화 공급 시스템에서는 모든 돈이 은행에 진 채무이다. 즉 원금은 상환되고 이자는 지불되어야 한다. 이른바 채무화폐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자는 은행의 수익금이 되어 경제에 다시 주입될 수 있지만 상환된 원금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제로가 되어 사라진다. 그러면 경제에 유통 중인 통화량은 상환액만큼 부족해진다. 그런데 물가변동 없이 기존의 경제 규모와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통화량도 유지되어야 한다. 만일 디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을 하려면 통화량이 경제성장률만큼 늘어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은행 빚을 갚으면 다른 누가 그만큼 은행 빚은 내야 하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보다 더 많은 빚을 내야 한다. 줄면 안 되는, 아니 반드시 늘어야만 하는 ‘은행 채무통화’는 사회경제 전체로 보면 갚을 수도 없고 갚아서도 안 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결국 경제 전체로 보면 은행이 창조해 대출하는 모든 돈을 그냥 나누어주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처럼 채무와 이자에서 해방된 ‘자유화폐’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스스로 창조해서 사용하면 되는 돈을 민간은행에 이자라는 사용료까지 지불하면서 빌려다 쓰는 것일까? 이것이 현대 화폐경제가 숨기고 지상 최대의 미스터리이다.
앞서 말했듯이, 원금 상환이나 이자의 지불도 필요 없는, 즉 채무에서 해방된 화폐는 국민이 마음먹기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왜냐하면 결국 화폐는 국민 모두의 것이므로 국민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추가 통화를 스스로 창조해, 예컨대 기본소득 형태로 공평하게 나누어 가짐으로써 경제에 필요한 통화를 공급한다고 해서 경제의 작동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화폐는 은행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양적완화 또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기초 재원을 마련해줄 실행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국민의 화폐주권 확립은 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경제적 기본권과 공정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정부 역시 국가채무라는 오래된 미해결 과제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행 화폐를 중심으로 한 현행 금융경제 시스템에 반대하고 대안을 부르짖자마자, 기존 권력 체계와 금융제도는 엄청난 반발을 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문제를 최대한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헤침으로써 논리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이 문제를 누구에게든 설명할 수 있고, 있을 법한 모든 반론에 답할 줄 알며, 실효성 있는 대안이나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는 논리적으로 완벽하고도 구체적인 사색의 길을 제시할 줄 아는 데 있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제자르 푸셰
프랑스의 불로뉴-비양쿠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파리에서 지내고 랭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대학에서는 영어와 법학을 공부했다. 첫 직장인 아바 에이전시(Havas Agency: AFP의 전신인 아바 통신사 계열)에서는 기획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1990년 브르타뉴에 정착한 그는 1996년에 인터넷의 미래를 다룬 선구적인 저서 『인터넷 경제활동』을 출간했다. 1999년에는 자신의 연기 워크숍을 만들고 프로듀서와 쇼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장편 영화를 비롯한 많은 작품을 감독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극에 심취했던 그는 현재 연극 연출가이자 프랑스 극작가협회와 국제연기자협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예술적 이력과 함께 그는 현실의 삶과 연결된 사회적 관계에 대해 정치적, 인간적 차원의 관심을 기울였으며, 출판물과 블로그를 통해 자유와 비폭력 그리고 보편적 권리라는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데 힘을 쏟은 그는 화폐의 창조와 배분 메커니즘 전문가로 탈바꿈했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면서 화폐개혁운동의 일환으로 대중강연, 토론회 참가, 방송 출연, 유투브 채널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2018년에 창설된 프랑스의 사회단체 ‘공정화폐운동’(MMJ: Mouvement Monnaie Juste)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옮긴이 : 서익진
프랑스 그르노블 사회과학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경제금융학과에 재직 중이다. 한국 경제와 국제 경제를 다룬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으며, 프랑스어로 출간된 조절이론 등 주요 경제학 전문서적을 우리말로 번역 출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번역서로는 프랑스아 셰네의 『금융의 세계화』와 『자본의 세계화』, 도미니크 플리옹의 『신자본주의』, 미셸 아글리에타의 『위기, 어떻게 볼 것인가』, 『세계자본주의의 무질서』, 부아예의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등이 있다. 1997년 이른바 한국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화폐금융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화폐금융을 연구과제로 삼았다. 최근에는 화폐의 본성과 현행 통화 공급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화폐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대안 모색에 치중하고 있다.
옮긴이 : 김준강
경남 창원시에 살고 있다. 한때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달동네 낙골(난곡동)에서 빈민운동을 했고,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경제사회학을 공부했다. 농촌의 중요성을 깨닫고 마산합포구 진전면으로 귀촌하여 농촌체험마을사업 사무장으로 일했으며 최근까지 녹색당 활동가로 일하기도 했다. 지금은 산골에서 소나무흙집 민박을 운영하고 사보니에 천연비누를 만들면서 화폐개혁을 위한 사회운동에 노력하고 있다. ‘화폐민주주의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 7
출발 15
제1부 기초
화폐는 어디에서 나올까? 25
가치란 무엇인가? 34
교환이란 무엇인가? 37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39
은행은 왜 존재하는가? 45
부(富)란 무엇인가? 48
내 돈은 누구의 것인가? 50
돈은 어떻게 소멸하는가? 53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56
돈과 채무 그리고 이자 불입용 돈의 부재 58
롤러코스터 65
시스템 위험(1) 79
화폐개혁을 위한 첫 번째 단계 84
여러 문제점의 예비 목록 89
제2부 문제
권력과 화폐 그리고 민주주의, 친구인가 적인가? 101
채무의 개요 105
인플레이션과 거품 그리고 부동산 107
실업 115
불균형에 빠진 사회 119
“모든 나라가 채무를 지고 있다면 도대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122
농촌에서도! 126
글로벌 차원에서! 127
운송: 이점인가 낭비인가? 131
수출 지상주의라는 미스터리 134
세계화 137
제3부 화폐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거대한 격차: 만성적인 구매력 부족 162
미친 화폐, 미친 사회 172
사이클? 무슨 사이클? 174
물가? 무슨 물가? 177
토지 180
국제 채무 183
이자 불입용 돈의 부재와 모순 그리고 맹목 197
우리의 세금은 어디로 가는가? 205
시스템 위험(2) 212
성장! 또 성장! 217
재분배,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225
우려해야 할 이유와 행동해야 할 이유 231
제4부 대안
서론 241
대안 화폐 245
개혁을 위한 논지 258
화폐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다 285
결론 307
제안 325
보완적인 주석 335
에필로그 343
옮긴이의 말 345
참고문헌 349
참고 링크 353
찾아보기 357
‘화폐민주주의연대’ 결성 제안문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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