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 세계 여성들에게 자기 몸 긍정주의를 호소한 모델 찰리 하워드,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쓰다!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를 위한 국내외 창작동화·소설 시리즈 ‘그린이네 문학책장’이 장편동화 《스플래시》를 출간했다. 임제다 장편동화 《거짓말 언니》, 하은경 추리동화집 《옆집의 방화범》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스플래시》의 표지는 실내 수영장 특유의 푸른 물에 비친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표지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의 주인공은 수영을 좋아하고 최고의 수영선수를 꿈꾸며 날마다 열심히 훈련하는 아이다. 잔잔한 수면에 일고 있는 파동처럼 소녀의 마음에는 조용한 파문이 일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뚱뚱하다는 놀림을 받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자기 몸을 보기 시작하는 몰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평화로운 일상에 엄마가 갑작스레 나타나고, 단짝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 열세 살 소녀 몰리의 일상과 고민을 《스플래시》는 치열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작가는 독특한 이력으로 이목을 끈다. 영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찰리 하워드는 업계에서 ‘플러스 사이즈’로 불리곤 했다. 부당한 요구를 해 오는 에이전시의 비위를 맞추고 체형을 바꾸는 대신 그는 ‘모델 산업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공개 발표하여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특정 체형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왜곡되지 않은 자신의 체형을 미디어와 SNS에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나아가 찰리 하워드는 자선단체 ‘올 우먼 프로젝트’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즉 자기 몸 긍정주의를 교육하는 데 힘쓰고 있다.
《스플래시》는 작가가 어린이를 위해 처음 쓴 동화책이다. 미디어의 왜곡된 기준과 다른 사람의 시선에 자신을 비추기 시작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자기 몸 긍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작가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열세 살 소녀 몰리의 일상을 중심으로 현실감 있게 펼쳐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
열세 살 수영 챔피언 몰리 이야기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몰리는, 물놀이와 밤샘 파티로 이어질 단짝 친구 생일에 초대받아 마냥 설레는 평범한 열세 살 소녀이다. 몰리에게는 엄마, 아빠 대신 언제나 함께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다. 걱정이 많은 할머니와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할아버지, 늘 유쾌하고 즐거운 친구들이 있어 부족함이 없던 몰리의 일상에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예쁜 옷이나 외모에 관심을 갖고 남자아이들 앞에서 태도가 바뀌는 또래 친구들이 낯설기만 한 몰리. 클로이의 생일날, 친구들과 함께 수영장에 놀러 간 몰리는 ‘덩치’라는 놀림을 받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친구들의 마른 몸과 자신의 몸을 비교하고, 처음으로 자신이 뚱뚱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유 없이 포악해져 가는 친구 클로이도 몰리의 일상을 뒤흔드는 문젯거리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부터 단짝이었던 클로이는 평소에도 주목받기를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던 친구였다. 그런데 클로이는 점점 약한 아이들을 놀리고, 못된 말만 골라서 하며 모두에게 군림하려 하고 있다. 특히 몰리가 좋아하는 수영부 활동을 괴짜들이나 하는 유치한 짓으로 얕잡아보자, 몰리는 자기 마음을 감추고 클로이 몰래 수영 훈련을 다닌다.
몰리는 사실 그 무엇보다 수영을 좋아한다. 몰리의 재능을 알아본 수영부 선생님은 몰리가 지역 수영대회에 나가도록 독려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그런 몰리를 자랑스러워하며 지지한다. 수영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빛나는 몰리가 자신의 타고난 신체 조건과 재능을 깨닫고 주변의 편견과 시선을 극복해 나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몰리에게 찾아온 또다른 변화의 한 축은 엄마의 등장이다. 어린 몰리를 버리고 집을 떠난 채 소식을 끊고 살았던 엄마가 돌아와 몰리와 새 삶을 꾸리고자 하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규범과 절제를 익히던 몰리에게 자유분방한 엄마와의 생활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몰리는 엄마가 수영대회에 와서 응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엄마는 몰리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아슬아슬하게 가족이 되어 가지만…… 엄마에게 헤어졌던 남자 친구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엄마는 결국 가족과의 안정된 삶 대신 혼자만의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자신의 부모와 딸 몰리에게 실망을 안긴다.
단짝이었던 클로이와의 관계도, 기대했던 엄마와의 새 삶도 모두 망쳐 버렸다고 생각하는 몰리는 좋아하던 수영도 그만두고 수영대회마저 포기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때, 반전은 다시 일어난다. 끝까지 자신을 믿고 지지한 수영부 선생님의 말 한마디,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는 친구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덕분에 몰리는 대회 당일 경기장으로 향하고, 결국 출발대 위에 선 것.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수영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선 몰리는 자신의 모습이 ‘튼튼하고 강해 보였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담겨 있는 표현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마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델일 것이다.
나를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보디 포지티브 또는 자기 몸/신체 긍정이라 불리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누군가 정한 기준에 맞추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건강한 자기 모습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는 풍조와 일부 업계의 불필요한 외모 규정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화장이나 다이어트와 같은 꾸밈에 맞서는 탈코르셋 문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작가가 책 마지막에 밝힌 것처럼,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내면의 모습보다 외모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부담감은 몰리와 같은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또래나 집단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침묵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스플래시》가 들려주는 교훈은 바로 이것,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다.
몰리가 용기를 내어 출발대 위에 다시 설 때까지는 주변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있었다. 끝까지 몰리의 재능을 믿은 선생님, 누구보다 몰리의 마음을 잘 읽어 주고 용기를 준 친구 에드,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기에 몰리는 수영을 포기하지 않았고, 클로이의 상처까지 품어 줄 수 있었다. 《스플래시》는 ‘나답게 사는 용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식 변화를 위한 사회와 이웃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 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찰리 하워드
영국에서 모델로 활동하며 ‘자기 몸 긍정주의’를 전파하고 있다. 모델 에이전시에 '모델 산업을 고발하는 호소문'이라는 공개 편지를 보내 유명해졌다. 학교와 협력해 학생들이 자기 몸 긍정과 마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자선단체 ‘올 우먼 프로젝트’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린이 : 오영은
동덕여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였으며, 패션 일러스트와 광고 일러스트, 어린이 책 삽화 등을 그리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수영일기』 그림 에세이가 있다.
옮긴이 :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완경기, 그게 뭐가 어때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로맨틱, 파리』, 『언제나 당신이 옳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본질에 대하여』, 『세계 문화 여행: 스페인』, 『생체리듬의 과학』, 『나폴레온 힐, 부와 성공의 열쇠』, 『여전히 사랑이라고 너에게 말할 거야』,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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