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가짜뉴스를 파헤쳐 진실을 추적한 MBC의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를 담은 책
2018년과 2019년에 총 10회에 걸쳐 방영된 MBC 시사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몇몇 사건들이 실제로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지 탐사보도했다.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상 진실의 탈을 뒤집어쓴 가짜였음을 밝히며, 이런 가짜뉴스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져 나가는지 추적했다. 진행을 맡은 배우 김지훈 씨는 ‘서처 K’라는 타이틀을 달고 직접 가짜뉴스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과 제목을 같이하는 책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방송 내용 가운데 일부를 담은 것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3명의 PD(김재영, 황순규, 장호기)가 직접 집필했다. 이미 방영된 10편 중에서 특히 한국 언론과 가짜뉴스의 관계를 다룬 회차를 책에 실으며, 저자들은 언론이 몸소 가짜뉴스를 생산, 유통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또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배경으로 꼽은 ‘돈’과 ‘정파성’, 그리고 ‘혐오’가 어떻게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냈다. 즉, 이 책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가짜뉴스의 실체를 고발함과 동시에 한국 언론이 왜 신뢰받지 못하는지를 신랄하게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돈과 정파성, 혐오 조장을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
우리는 인터넷 창을 여는 순간,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순간 수많은 언론 기사에 노출된다. 종이 신문과 TV 뉴스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경로로 뉴스를 접하는 것이다. 언론사의 수와 채널이 급증한 만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언론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기사 쓰기에 바쁘다. 자극적인 단어 선택, 유명인의 이름 차용(실제로는 큰 관계가 없는데도), 실시간 검색어 끼워 넣기 등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다. 더 많은 ‘클릭’을 받기 위함인데, 클릭은 곧 언론사의 가장 큰 수익 구조인 광고로 이어진다. 그러니 팩트 체크는 온데간데없고, 잘못된 기사에 대한 책임도 물론 지지 않는다. 가짜뉴스는 이렇게 탄생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가짜뉴스가 생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Part 3. 정파성과 가짜뉴스’에 실린 손석희 JTBC 사장의 뺑소니 사고 관련 뉴스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와 TV조선, 동아일보와 채널A, 그리고 지상파방송 SBS는 당시 손 사장 사건 보도에 열을 올렸는데, 제대로 된 취재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자극적인 소재를 골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보도하곤 했다. 이는 손석희 개인에 대한 폄훼는 물론, 신뢰도 높은 경쟁사인 JTBC에 타격을 입히려는 목적이 다분히 엿보이는 보도 행태였다.
Part 4와 Part 5에서 소개되는 젠더 갈등과 혐오 등의 대중 정서도 가짜뉴스의 좋은(?) 배경이 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성추행을 당한 배우 반민정 씨에게 가해자 조덕제 못지않게 엄청난 피해를 안긴 것은 순전히 반민정 씨를 흠집 낼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쏟아낸 언론이었다. ‘대림동 여경 사건’은 실상 ‘구로동 주취자의 경찰 폭행사건’이라고 불러야 할 법한 가짜뉴스였으나, ‘여경 폐지’ 국민 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세월호 사태 당시 현장 인터뷰를 했던 홍가혜 씨를 경찰이 허위사실 유포로 체포할 때 참고자료로 제시한 것이 세계일보 김용호 기자의 기사와 트위터였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가짜뉴스였다. 그런데도 공권력마저 가짜뉴스에 휘둘려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것이다.
가짜뉴스의 피해자만이 오롯이 떠안게 되는 오명과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다. 이렇듯 가짜뉴스가 남기는 폐해는 상상을 초월하는데도, 가짜뉴스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가짜뉴스를 내보낸 언론은 짤막한 사과방송이나 정정기사로 책임을 다하는 척하지만, 진실을 담은 정정보도를 대중은 외면해버린다.
가짜뉴스를 어떻게 파악하고 피할 것인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가짜뉴스가 진짜 ‘가짜’인지를 분별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Part 1. 가짜뉴스의 실체’를 집필한 장호기 PD는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의심하고 검색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장PD는 전화 한 통, SNS 클릭 한 번, 경찰서 방문 한 차례만으로도 특정 뉴스가 가짜임을 밝히기도 했다. 누구나 쉽게, 간단히 진실을 추적할 수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어떻게 가짜뉴스를 파악하고 피할 수 있는지, 저자가 제안하는 5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본문 37~43쪽).
1) ‘화제’, ‘논란’ 등의 말은 따져보자.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인 관련 뉴스에 많이 붙는 수식어인데, 기사를 들여다보면 굳이 기사화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극적인 단어로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이런 기사는 가짜뉴스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 ‘따옴표’를 조심하자.
‘~에 따르면’ 이런 말로 시작해 따옴표를 쓰며 인용하는 ‘카더라 통신’류의 기사를 경계해야 한다. 팩트 체크 하나 없이 그대로 베껴 기사화하고는, 가짜뉴스로 판명되면 ‘아니면 말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3) ‘그럴싸한 출처’를 의심하자.
출처가 외국 언론이나 유명 저널이라면 왠지 있어 보이고 신뢰감을 주는데, 이런 기사도 의심해야 한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팩트 체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번역으로 전혀 다른 내용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복수의 기사를 체크하자.
한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낼 가능성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이슈에 대해 다수의 언론사가 똑같이 가짜뉴스를 쏟아낼 확률은 그만큼 높지 않다.
5) ‘바로잡습니다’를 찾아보자.
잘못된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는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그럼에도 번거롭더라도 정정보도를 검색해보며 내가 ‘믿었던’ 기사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이 5가지 방법은 가짜뉴스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법이다.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뉴스를 생산하는 자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법과 제도의 느슨함 뒤에 숨어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무책임하게 생산해낸다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 채 다시 생산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짜뉴스의 해답은 오직 진짜뉴스뿐이다.” _본문 43쪽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가치는 항상 유효하다
MBC의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2019년 7월에 끝을 맺었는데, 동명의 책이 나오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제작진이 방송에서 파헤쳐진 ‘진실’로 말미암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고, 방송에서 다루었던 인물들의 법적 공방이 계속되기도 한 까닭이다. 그동안에도 코로나19를 비롯해 굵직한 국내외 이슈들이 계속해서 불거졌고, 언론과 SNS, 유튜브에는 이에 대한 가짜뉴스가 무섭게 퍼져 나갔다.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가짜뉴스가 끊임없이 생산, 유통되는 상황에서,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지향하는 가치는 항상 유효할 것이다. 이것이 MBC의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시즌3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김재영
2001년 MBC에 입사해 <PD수첩>을 비롯한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PD수첩>으로 한국PD대상 작품상과 엠네스티 언론상 등을 수상했고,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을 공동 연출하며 ABU 작품상 등 각종 국제상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PD수첩>에서 연출했던 부동산 프로그램을 종합해 『하우스 푸어』라는 책을 출간했다. 2021년 현재 <MBC 100분 토론>과 <심야 괴담회> CP를 담당하고 있다.
황순규
2002년 MBC 시사교양국 계약직 PD로 입사해 2008년까지 <화제집중>, <타임머신>, <와e멋진세상>, <불만제로>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후 외주제작사에서 근무하다 2012년 경력직 PD로 다시 MBC에 입사했다. 현재 <빈집살래> 연출을 맡고 있으며,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아침발전소>, <PD수첩>,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공유의 집> 등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정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한국PD연합회의 ‘이달의 PD상’,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등을 수상했다.
장호기
2015년 MBC 시사교양 PD로 입사했다. <PD수첩>, <하하랜드>,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별의별 인간 연구소> 등을 연출했고, 현재는 <PD수첩>을 제작하고 있다. 아시안 TV 어워즈 베스트 다큐멘터리상, 푸른미디어 특별상, 이달의 PD상, 2020년 올해의 호루라기 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들어가며 · 004
PART 1. 가짜뉴스의 실체
01. 이재명·김부선 스캔들과 가짜뉴스 · 018
02. 가짜뉴스 발라내기 · 027
PART 2. 돈과 가짜뉴스
01. 경제방송의 뒷광고 · 046
02. 언론이 만든 ‘가짜 브랜드대상’ · 061
PART 3. 정파성과 가짜뉴스
01. 손석희 협박 사건의 진실, “거대한 허풍, 허무한 종말” · 076
02. 일본 우익과 일본어판 조선일보의 커넥션 · 107
03. 원전 정책과 가짜뉴스가 원하는 것 · 125
PART 4. 가짜뉴스와 젠더 갈등
01. ‘대림동 여경’은 가짜였다 · 150
02. 여성 혐오 가짜뉴스의 피해자, 배우 반민정 · 167
PART 5. 가짜뉴스와 혐오
01. 불편한 진실은 거짓 뒤에 숨는다 : 어느 괴담녀의 거짓말 같은 일생 · 184
02. 난민을 괴물로 만든 가짜뉴스 · 240
감사의 말 ·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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