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논리 평화의 논리 -한반도와 세계- (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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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남영호 엮음, 구갑우, 이혜정 외
출판사항에테르, 발행일:2021/05/31
형태사항p.220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009317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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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실제 정치과정에서 안보의 논리와 평화에 대한 다른 차원의 개념이 중층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제1부에 실린 구갑우의 글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다루지만, 남한의 ‘평화체제’ 또는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이 안보딜레마에 막혀 진전하지 못한 역사적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제언을 담고 있다. 이 글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지속이라는 세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될 수 없고, 이 가운데 두 가지만을 이뤄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혜정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지녔거나, 미국의 대북정책 관련 인사들이 하나의 목소리만 내지 않았다고 서술한다. 한편으로는, 같은 가치를 지니는 행위를 거의 동시에 교환하는 ‘구체적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하되 이의 한계를 보완하는 ‘느슨한 상호주의’를 추구하는 흐름이 미국 내에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절대적으로 선하다는 미국 예외주의를 기반으로 북한은 합리적 행위자가 아니기에 대화상대로 아예 인정하지 않는 북한 예외주의의 흐름도 존재했다고 분석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는 부시 대통령의 미국 예외주의와 북한 예외주의를 부정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미국 대북정책의 선 비핵화 요구와 제재 유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상호주의도 평화로 나아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결론 내린다.
상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공동의 규범을 마련하기 힘든 국제정치의 현실에서는 ‘구체적 상호주의’, 즉 행동 대 행동, 말 대 말의 엄격한 교환과, 배신에 대한 배신으로의 응답이 협력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이 존재하지만, 김학성은 동서독 관계의 사례를 통해 이를 반박한다. 현실에서는 행위의 교환이 항상 등가적일 수 없거나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경우도 있으며, 또 동시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행위도 자주 등장한다. 정치범 석방 거래의 형식을 빌린 인도주의적 교류와 이주, 동독에 더 이득이 되는 방식의 경제 협력과 비상업적인 교류는 특히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이후 더욱 활성화되었다.
이 책의 제2부에서 최완규는 남북 분단 이후 최초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여러 차원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되었으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립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김대중 정부 시기 햇볕정책의 공과를 되짚어본다. 이 시기 남북 관계의 진전은 남한이 느슨한 상호주의를 채택했고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이를 지원한 것이 원동력이었으며, 북한도 남북 대화에 나설 만한 상황이었던 배경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물론 김대중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북한체제의 변화 유도인지, 북한체제의 생존 보장인지 모호한 점이 있었고, 상호주의의 적용에서도 남북 사이 인식의 차이로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는 군사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 정책을 견지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내지 못해 종종 비판에 직면했으며,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며 대북정책이 바뀌자 온전한 결실을 맺는 데에는 실패했다.
종교학자 이찬수는 평화를 공평과 조화가 충만한 상태로 정의한 요한 갈퉁을 인용하면서도, 이 정의처럼 평화를 ‘일체의 폭력이 없는 상태’로 보는 것에 그치면 현실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인류는 상처와 갈등으로 항상 고통 받아 왔기에, 현실에서 평화는 폭력이 전혀 없는 상태라기보다는 폭력을 줄이는 동적 과정, 즉 ‘감폭력’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평화와 폭력의 현실에 대한 이러한 성찰은, 자신의 평화와 상대의 평화가 개념, 의도, 목적, 방법의 측면에서 다를 수 있다는 전제에서 복수의 ‘평화들’을 긍정하는 평화다원주의로 이어진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갈퉁의 정의에서 또 종교의 세계에서 제시하는 절대적 차원의 평화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이상을 향해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는 제안이다.
샤인 최의 글은 전개와 서술에서도 독자들에게 편안한 이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미학이란 불평등한 국제질서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펼쳐나가기 위해 기존의 역사 서술이나 국제정치의 현실 논리 대신, 감각지각에 기초해 더 많은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많은 학자들은 설령 제3세계의 반식민주의를 지지하는 주장을 펼칠 때조차도 베스트팔렌 조약 이래 형성된 유럽 중심주의의 논리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대안적 세계를 계획하고 탐구하는 공유의 방식으로서 미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샤인 최의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가들에게 냉전 시대 성과 없이 끝난 움직임으로 폄훼 받는 비동맹운동은 다시 조명 받아야 하며, 북한의 “주체” 개념이 비동맹운동과 공명하면서도 결국은 실패로 귀결된 과정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필자들의 전공과 접근법은 상이하고 동일한 결론을 내리지도 않지만, 이들이 가진 같은 문제의식, ‘한반도에서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좇는 것은 고답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데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 엮은이의 말 중에서
이혜정
 

작가 소개

구갑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토야마대학 외래교수, 릿교대학 방문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로는 『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 『국제관계학 비판』, “한반도 안보 딜레마와 북한의 ‘경제·핵 조건부 병진노선’의 길”, “한반도 평화체제의 역사적, 이론적 쟁점들” 등이 있다.

 

 

목 차

엮은이의 말

 제1부 안보의 논리와 상호주의
- 한반도 평화체제의 역사적, 이론적 쟁점 - 구갑우
- 위태로운 상호주의: 미국의 대북정책 - 이혜정
- 동서독 관계에서 상호주의의 의미와 실천 그리고 시사점 - 김학성

 제2부 한반도에서 평화의 논리와 실천
- 6.15공동선언 20년: 역사적 함의와 공과 - 최완규
- 남북 교류와 협력의 평화론적 해석 - 이찬수
- 비동맹 미학, 그리고 한반도 평화 - 샤인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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