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구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단위 실종 사건!
단위 없는 세상은 어떨까?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단위를 씁니다. 단위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지도, 상상할 수도 없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서 단위가 사라졌습니다. 지구와 무역을 하기 위해 왔다는 그 외계인이 떠나 버리고 난 다음이었죠.
외계인을 처음 본 지구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무역을 하러 왔다는 말에 온갖 음식을 제공하며 환심을 사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죠. 바로 외계인의 몸을 함부로 조사한 겁니다. 키와 몸무게를 재고, 특성을 낱낱이 조사하다 그만 외계인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외계인은 지구를 떠나 버렸습니다. 단위를 없애 버리고요. 자신의 몸을 마구 측정한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요?
하루아침에 단위를 잃은 지구인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시장에서는 물건 값의 기준이 없어져서 다툼이 끊이지 않고요, 마라톤 대회에서는 거리를 잴 수 없어서 코스를 제대로 짜지 못하죠. 도로에서는 속도를 측정할 수 없으니 차들이 쌩쌩 달리고요. 단위가 없어서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지구인은 저마다 단위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혼란은 사그라드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단위가 너무 많아서 문제였습니다. 결국 지구인은 모든 지구인이 함께 쓸 단위를 만들기로 하죠. 그렇게 해서 미터법이 탄생했습니다. 미터법은 길이, 무게, 부피 단위를 쓰는 방법으로, 지구가 기준인 새로운 단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미터법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습니다. 단위가 없어서 불편했던 세상이 단위가 생기면서 편리해졌고, 모두가 같은 단위를 써서 불화가 사라졌죠. 《단위가 사라졌다》의 주 무대는 단위가 사라진 가상 세계입니다. 가상 이야기를 읽으며 단위의 소중함을 깨닫고, 단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점차 확장되는 세계관을 경험해 보세요.
인류 최초의 과학적 행위, 측정
측정의 기준인 단위
인간 중심에서 지구 중심으로 세계관을 넓히다
인류 최초의 과학적 행위는 측정일 것입니다. 사물을 재는 행위는 아주 간단해서 특별한 기술 없이 사물을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측정을 통해서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수치를 비교하게 된 거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인간은 측정을 통해 물질을 다루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의 근간을 발전시켰습니다.
측정한 값이 의미가 있으려면 단위가 있어야 합니다. 단위 없이는 측정한 값을 기록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단위가 있기에 비로소 측정이 완성되는 셈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단위는 어떻게 만들어야 가장 정확하고 합리적일까요?
과거 인간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사고했죠. 태양도 인간이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으니까요. 단위를 만들 때도 인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단위의 기준인 사람이 죽고 나면 그 단위는 어떻게 될까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생겼는데 대체 누가 기준이 되어야 할까요? 아무래도 인간이 기준인 단위는 합리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인류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모든 사람을 위한 새 단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 기준은 모든 사람이 사는 지구죠.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마침내 지구인은 지구 자오선을 기준으로 삼은 미터법을 만들어 냅니다. 세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인들이 모두 미터법을 쓰게 되죠. 하지만 완벽하리라고 믿었던 미터법마저도 오차가 생깁니다.
결국 인류는 만물의 근원인 원자에서 발생하는 빛의 파장으로 미터 단위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영원히 변하지 않을, 모든 사람이 쓰는 단위가 탄생한 것입니다. 인류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단위를 만들면서, 물질을 다루는 도구를 획득함과 동시에 세계관도 점차 확장해 갔습니다. 측정하고 단위를 만드는 역사 속에서 과학적 혁명을 맞이한 것이죠.
여럿이 함께하려면 단위가 필요해!
고종이 대한제국을 만들고 나서 처음으로 만든 법이 무엇인지 아나요? 바로 도량형법입니다. 길이, 무게, 부피 단위를 만들어 온 국민이 함께 쓰도록 한 거죠. 왜 하필 단위였을까요? 통일된 단위는 인간의 무리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단위를 씁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단위를 쓰죠. 무언가를 설명할 때 가장 정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 길이, 무게, 부피 등 단위를 써서 설명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만약 저마다 쓰는 단위가 다르면 어떨까요? 같은 설명을 듣고도 이해하는 내용이 전혀 다르겠죠. 그러면 사람들 사이에 크고 작은 오해가 쌓여 불화로 번질 테고, 공동체 생활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위의 가치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단위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요긴하게 쓰입니다. 탄생 과정에서는 인류의 성장에 기반이 되는 과학사적 혁명을 불러일으켰고요. 마지막으로는 인류를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약속이 되었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단위의 여러 가치를 읽어 내기를 바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동경
춘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며 과학 그림책과 자연 생태 그림책을 여러 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과학책을 읽으며 느낀 즐거움과 감동을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글을 쓰며 지냅니다. 쓴 책으로는 『나는 138억 살』, 『나의 집은 우주시 태양계구 지구로』, 『나는 태양의 아이』, 『공정 무역, 카카오 농장 이야기』, 『물은 어디서 왔을까?』, 『찌릿찌릿 전자랑 달려 봐』, 『공룡 X를 찾아라』, 『여름이의 개울 관찰 일기』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김기린
만화를 공부했고, 그림책이 좋아서 그림책을 열심히 짓고 있습니다. 자연과 사람의 따뜻한 마음씨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작지만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잡으러 가는 아이》 《요술 더듬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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