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순하고 맛있고 재미있는
유희윤 시인의 일곱 번째 동시집
유희윤 시인의 동시집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에는 귀여운 반전과 위트가 넘쳐 난다. “촐싹촐싹 초르르” 재빠르고 날렵한 움직임과 “날랜 혀 하나”면 도마뱀의 사냥 준비는 충분하다. “사자야 꼼짝 마.”를 외치는 간 큰 도마뱀이 설마 사자를 잡으려는 걸까, 하는 순간 반전이 일어난다. 밀림의 왕인 사자에게 “꼼짝 마.”를 당당하게 외치는 도마뱀이 귀엽기까지 하다.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도마뱀이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가 “바로 요때다!”하며 사자의 콧등에 “무기”를 날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이 동시집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따뜻한 목소리도 담겨 있다. 서로 모여 손잡아 주고 감싸 주고 나눠 준다. “수유리 할머니 집 식탁에 둘러앉아”(「목소리 큰 가족」) 우리들의 이야기를 풍경처럼 펼친다.
이안 시인은 해설에서 “참새들에게 줄 “쌀 봉지”를 들고 다니는 할머니처럼(「참새와 할머니」), 어린이 독자들에게 나누어 줄 동시 주머니를 늘 넉넉히 채우고 다니는 이가 바로 유희윤 시인이다. 앞으로도 더 재미나고 맛있고 순한 이야기가 유희윤 동시의 말로 우리에게 도착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먼저 손 내밀며 건네는 따뜻한 말들
유희윤 시인의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는 먼저 손을 건네면 고맙다고 대답하는 작고 예쁜 목소리들이 정말 들리는 것 같은 동시집이다. 토끼는 토끼풀을 먹으면서 고마워하고, 토끼풀은 “고맙다고 말해 주어서” 고맙고, “뿌리는 남겨 주어” 고맙다고 대답한다. 마치 오랜 친구 같다. 그래서 유희윤 동시집에는 상처받는 존재가 없다. 호두를 깔 때에도 “망치야,/ 호두 깔 때 힘자랑은 안 돼.// 호두 머리 다치면/ 큰일 나.”(「호두까기」)라고 망치에게도 조심시킨다.
촐싹촐싹 초르르
도마뱀이 사냥을 떠났어.
무기는 날랜 혀 하나!
옳거니,
저기 사자가 누워 있구나!
살금살금 다가갔어.
―사자야 꼼짝 마.
―꼼짝 말라고?
―그래, 꼼짝 마.
사자는 꼼짝 안 했지.
눈도 깜짝 안 했지.
바로 요때다!
도마뱀이 팔짝 뛰어올라
사자 콧등에 무기를 날렸어.
잡았냐고?
잡았지.
사자 콧등에 앉은 파리를
날름 낚아채 꿀꺽 삼켰지.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전문
날렵한 도마뱀, 온화한 사자
도마뱀이 “사자야 꼼짝 마.” 하고 외치자, 사자는 영문도 모른 채 꼼짝 않고 눈도 깜짝 안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는 “사자 콧등”에 길고 날랜 혀를 날리는 도마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슬아슬하다. 재빠르고 민첩한 동작과 날쌘 혀를 무기로, 사냥감이 어디에 있든지 그것이 감히 “사자 콧등”이라고 할지라도 도마뱀은 두려울 것이 없다.
이어서 간다
할머니와 손자도 좋은 친구다. “할머니 안 넘어지게/ 손 꼭 잡아 드릴게요.”(「여섯 살 2」)라고 의젓하게 말하는 여섯 살 찬이의 모습이 귀엽다. 새 비누는 “조그매진 늙은 비누”에게 “제 등을 꼭 잡으세요.”(「이어서 간다」)라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살며시 건네는 따뜻하고 고마운 목소리를 유희윤 동시집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장독대에 모여 앉은 항아리
뚜껑 열면 아 하지.
‘된장 떠다
아욱국 끓이세요.’
된장 항아리가 아,
‘간장 떠다
미역국 끓이세요.’
간장 항아리도 아,
‘고추장 떠다
떡볶이 하세요.’
고추장 항아리도 아,
‘나도 주고 싶어요,
내어 줄 것 좀 담아 주세요.’
빈 항아리도 아 하지.
―「항아리는 아」 전문
마음 항아리 가득 채우고 나누는 시인
항아리 뚜껑을 열면 항아리가 마치 “아” 하고 입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발상이 귀엽고 재밌다. 그런데 이 입은 욕심 많은 입이 아니라, 제 것을 내어 주는 입이다. 항아리 가득 된장, 간장, 고추장 담아 두고 있다가 뚜껑이 열리면 예쁘게 말한다. 맛있게 아욱국, 미역국 끓이고 떡볶이 하라고.
그러면 빈 항아리는 할 말이 없을까. 빈 항아리의 울림은 더 크다. 텅 빈 항아리의 입은 “나도 주고 싶어요,/ 내어 줄 것 좀 담아 주세요.”라고 말한다. 빈 항아리를 채워야 하는 이유다. 항아리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항아리를 가득 채우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시인은 알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유희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사다리」가 당선되었다.
제28회 방정환문학상을 받았으며, 대산창작지원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창작지원금, 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내가 먼저 웃을게』 『하늘 그리기』 『참, 엄마도 참』 『맛있는 말』 『난 방귀벌레, 난 좀벌레』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눈 온 아침」 「봄눈」 「비 오는 날」 「개미」 「고양이 발자국」 「거미의 장난」이 실렸다.
그린이 : 양민애
덕성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울 작은 산자락 아래 통통한 마당냥이 여섯 마리와 예민한 집냥이 한 마리의 집사이자 일상의 작은 것들을 따뜻하게 화면에 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린 책으로는 동시집 『말랑말랑한 말』 등이 있다.
목 차
1부 더위가 익을 무렵
/개구리와 개구리밥 12 /채송화 14 /고맙다 15
/오디 16 /더위가 익을 무렵 18 /대밭 20
/밤바다 21 /달빛 22 /구름나라 말타기 놀이 24
/우리 동네 새들 26 /참새와 할머니 28 /큰 눈 29
2부 왜가리는 왝
/왜가리는 왝 32 /박새는 외출 중 34
/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36/ 파김치 38 /항아리는 아 40
/좋아해 42 /특산물 알람 44 /목소리 큰 가족 46
/여섯 살 (1) 48 /여섯 살 (2) 50 /이어서 간다 52 /대한민국 만세 54
3부 마녀가 된 껌
/핸드폰 58 /쪽 60 /안성맞춤 61 /마녀가 된 껌 62
/누나 좀 낳아 주세요 64 /팽나무 보살 66 /초능력 68 /똥 70
/자동문 72 /화분 74 /가을 해바라기 76 /모과 78 /더 장하다 80
4부 이러다가 미용사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84 /이러다가 미용사 86 /허허 아저씨 88
/만 원이 90 /SOS 92 /꽃이 된 임금님 93 /이름 짓기 96
/아카시아 98 /깜빡쟁이 다람쥐 총각 101 /호두까기 104
/소금쟁이 106 /돌덩이와 돌멩이 108 /똥 꿈 110
해설| 이안_재미나고 맛있고 순한 동시의 말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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