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로 펼쳐낸 달콤쌉싸름한 독립 단편 영화들
― 최미경 시집 『저녁 7시에 울다』
최미경 시인은 서울예대 문창과를 나와서 2000년에는 농민신문 신춘문예에서 동화로 2004년에는 국제신문 신춘문예에서 시로 등단했다. 등단 이후 21년 동안 장편 동화( 『폭풍소녀가출기』) 한 권과 청소년 성장소설(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 한 권, 겨우 두 권의 책을 냈다. 과작도 이런 과작이 없다.
그런 최미경 시인이 신춘문예에서 시로 등단한 지 17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녁 7시에 울다』.
벚꽃이 전쟁처럼 흩날리는 저녁
바그다드 도서관이 불에 탄다
길 위에 사람들은
낡은 책 안으로 사라져가고
죽음은,
검은 주머니 가득
모래 폭풍을 싣는다
어둠을 달리던 바람의 마차들
달빛 아래 드러나는 폐허의 이빨들
희망도
절망도
깨진 꽃잎을 주워 담으며 중얼거린다
…봄은,
학살이다
홀쭉해진 계절을 틈타
별빛도 마른 티그리스 강가
어린 소녀들의 물동이 안에서도
달은 자라고
포탄이 떨어진 자리마다
흰 꽃이 선다
― 「4월」 전문
시집의 2부를 시작하는 시 「4월」은 최미경 시인의 200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작이다. 당시 심사를 했던 김용택, 김창근 두 심사위원은 이 시를 이렇게 평했다.
“다소 소품적인 데가 있으나 그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행과 연 구분의 탄탄한 구성력과 참신성이 돋보이는 데다 공교롭게도 최종심에서 겨루다 탈락하게 된 두 작품의 장단점을 무리 없이 절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 또한 크게 참작되었음은 물론이다. 서정의 본령과 시적 정공법을 살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써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최미경 시인은 이렇게 당선 소감을 썼다.
“나는. 내 詩가 거짓인 줄 알았다 돌아보면 모두가 거짓말 같은 게 삶 아니던가 그래서 두려웠다 함부로 들뜨지도 또 함부로 슬프지도 않으려 했다 길을 걷는 동안,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나는. 나를 믿지 않았다. / 당선 소식을 들은 날 저녁, 퇴근길 차안에서 싸구려 향수 냄새가 나는 주유소 휴지에 코를 풀며 나는, 울었다. 차창 밖으로 詩를 닮은 잎들이 詩를 닮은 사람들이 또 詩를 닮은 휴지통이 겨울 밤 안에 있었다. 왜 내 詩가 되었을까, 라는 물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아주 아주 긍정적이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神이 너를 한번 믿어보라며 던져준 금화 한 닢이라고 나는, 생각하기로 한다. 내 삶이 금화 한 닢으로 통째로 바뀔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 않고 고맙고 행복, 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다음. 바람이 부는 쪽으로 詩를 쓰고 싶다. / 내게 아버지 같았던 오 교수님, 사랑하는 남편과 J, 그리고 내 생애 가장 슬픈 이름인 엄마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다. 또 모자란 詩를 안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고 꼭. 꼭. 전하고 싶다.”
그러고는 17년 동안 시인 최미경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비록 한 권의 장편동화와 한 권의 청소년 성장소설로 잠깐 잠깐 이야기꾼 최미경을 드러내긴 했지만, 시인 최미경은 어찌된 일인지 좀처럼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서정의 본령과 시적 정공법을 살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써 주기를 바란다” 했던 심사위원들의 바람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선 소식을 들은 날 저녁, 퇴근길 차안에서 싸구려 향수 냄새가 나는 주유소 휴지에 코를 풀며” 울던, “바람이 부는 쪽으로 詩를 쓰고 싶다”던 시인 최미경은 어쩐 일인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자그마치 17년 동안 말이다.
내가 본 펭귄은 지하도를 내려가고 있었고
그가 본 하마는 건널목의 중앙에 서 있었다고 해
얼룩말이 골목길을 나오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아는 척하지 않았고
원숭이 두 마리가 자전거의 안장에 앉아 그를 모르는 척했지
레코드점에 들어선 고릴라의 취향을 너는 알 리 없고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들려줄까 했겠지만
나무늘보가 매달려 있는 저 높은음자리표도 얼마 후 잊혀지겠지
너는 말이지
저 기린이 창을 두드릴 것 같니?
너는 말이야
코뿔소가 과연 사라질 것 같니?
분홍색 홍학이 레이스를 펄럭이며 뛰어가는 걸 보았다고
내가 말했던가
혹시 너도 보고 있었다고 말했었나
나는
나는 말이지
우산을 쓰고 걷는 그와 어깨가 부딪힌 코끼리를 알고 있어
저 거북이가 오늘같이 비가 올 것 같은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 그만 돌아와줄래
네가 이겼으니
그만 숨어
― 「긴 목소리로 울다」 전문
최미경 시인의 첫 시집 『저녁 7시에 울다』를 읽고서야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왜 시인 최미경이 자취를 감추었는지. 첫 시집을 내는 데까지 왜 1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이번 첫 시집에 실린 시편은 총 51편인데, 등단작인 「4월」을 뺀 나머지 50편의 시편들은 놀랍게도 한 편 한 편이 독립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시인 최미경은 50편의 단편 영화(같은 시)를 만들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했던 거였다.
젊고 재기 넘치는 뛰어난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인 박성현은 이번 시집 해설을 쓰면서 이렇게 고백한다.
“고백하건대 나는 두 번을 정독하고, 세 번째서야 겨우 최미경 시인의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처음 원고를 받고 서재에 앉아 읽었을 때는 어둠이 겹겹이 쌓인 구석에 닿은 것과도 같은, 마치 깊은 잠에서 눈을 뜬 후 한동안 모호한 장막 속에 갇혀 공중을 침잠하는 기분이었다. (아마 이 시집을 손에 든 독자들이 더 생생하게 느꼈겠지만) ‘손을 뻗자 손이 생겨났다 옆을 돌아보자 옆얼굴이 나타났다 희미하게 웃자 소나무 기둥 위로 다람쥐 한 마리가 빠르게 가지 끝으로 올라가고 아직 견딜 수 없어 기억을 두고 헛걸음질치며 도망갔다’(?다시 몰운대 이야기?)는 문장들은 ‘아직-아님’과 ‘이미-그러함’의 사이에서 격렬하게 진동한 터라, 그 간격의 심미적 자기 완결을 찾아내기에는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게다가 한 번 던져지면 회수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체셔 고양이(chasire cat) 같은 기묘한 형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내 독서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그것은 시집이 내게 닿은 최초의 문장-형식이자 매력이었다.”
이번 최미경의 첫 시집 『저녁 7시에 울다』는 결코 읽기 쉽지 않다. 영화적으로 본다 해도 어쩌면 난해할 수도 있겠다. 알 듯 말 듯 알쏭달쏭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시집은 읽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가 더 크다는 사실이다. 시인이 만들어놓은 무대장치들, 미장센들을 독자 스스로 배치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놀랍고 신기한 영상이 만들어질 테니.
조용함을 끝으로
문을 닫을 것이다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것을 해보려는 것이다
살기 위해 문을 만들고
살아 있으려고 문을 닫았던 그 시간들을 위해
문을 열고 들어왔던 첫바람
첫햇빛 첫눈물 그 처음의
모두는 사라질 것이고
사라진 자리의 올을 풀어 영원히 태어날 수 없는 열쇠 하나를
조심스레 뜰 것이다
그 열쇠로 문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그 작은 구멍을 돌리면
마지막빗방울 마지막지붕 마지막강을 떠도는 마지막종이배가 출렁거리며 문을 밀고 쿨럭거리며 들어서서
시끄러움의 시작과 조용함의 끝을 잘 묶어
처음문손잡이와 마지막문의작은구멍과
하나의 열쇠를 잘 묶어
조용함을 끝으로 닫힐 것이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전문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비판하고 있는 에르빈 슈뢰딩거의 실험을 절묘하게 차용하여 비틀고 있는 이 탁월한 시를 놓고 도대체 누가 무슨 잣대로 왈가왈부할 것인가. 등단 17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세상에 “최미경類”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놓고 있는 것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시로 쓴 단편 소설 같은 시편들이, 시로 쓴 독립 예술영화 같은 시편들이,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모처럼 신선한 자극이 될 줄 믿는다.
작가 소개
최미경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0년 농민신문사 중편동화로, 2004년 국제신문사 시로 등단하였다.
처음 시를 썼던 게 열 셋이었다. 처음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열 여덟이었고 처음 시를 그만 쓰자고 마음먹었던 게 스물아홉 이었다. 그리고 처음 시를 잊었던 건 서른일곱이었다. 별 것 아니었다. 아무 일 없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너는 You are
그럴까
뭇 꽃이 다 지도록
봄과의 채팅
누군가 죽기를
편의점 사용 설명서
어둠 속에서 슬픔이 문을 두드릴 때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5월
종이 위에 시를 쓰다
파헤쳐진 문장
흰 테이블 위에, 아직
딸꾹,
거기 내가 있고
긴 목소리로 울다
한 수
모든 것이 다 너이던 시간
무섭습니다
11월
어떤 낮
네 기억 속에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너의 창가에서
여전히 봄인 그대 ― 나무에게
2부. 나는 I am
4월
슬픔의 페달
길게 그림자를 늘이고 호수 위를 걷다가
그럴 수 없지만,
없는 계절을 쓰다
다시 몰운대 이야기
문장의 마음
오래된 이야기
사랑을 깨다
블랙커피와 분홍 신발과 핑크빛 애인을 주렁주렁 달고
슈뢰딩거의 고양이
저녁 7시에 울다
꽃이 질 적에
자두나무를 베다
2월
겨울이 봄에게
그런 날
문손잡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나는
날 좀 데려가줄래
온점 없이 마침표 없이
3부. 그 혹은 그녀 He or She
지우개로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문장들
그의 연애가 궁금하다
너 거기서 뭐하니?
답이 없는 것들
관계
눈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리는, 소세지트리와 로즈애플 사이에서
비가 그치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의미 없는 것들이 쏟아지고 쏟아져 내리고
가난이 가난의 어깨에 이마를 기댈 때
사라진 꽃
밤을 달다
누군가 이렇게 보고 싶다는 건,
아름다운 것들은 서로 닮아 있다
쓸쓸함을 두고 오다
비무장지대
해설 _ 슬픔이 향한 모퉁이들 혹은 ‘영원히 태어날 수 없는 열쇠’ _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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