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현대의 양봉은 아직도 항상 그렇듯이 야생 곤충 군락의 착취다.
최고의 양봉이란 그들을 활용하는 동시에 그들의 자연적 성향을 가능한 한 거의 건드리지 않는 능력이다.
-레슬리 베일리, 《꿀벌 병리학》(1981)
벌꿀의 달콤함 덕일 텐데, 우리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꿀벌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지난 몇백 년 동안 인류는 꿀벌에 대한 수만 편의 과학 기사를 썼다. 미국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1700년대부터 2010년까지 양봉, 꿀벌학, 꿀벌에 관한 동화 등 4000권가량의 서적이 출판되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꿀벌의 진정한 자연사에 관해 인류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은 이상하다. 꿀벌의 자연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탐사가 오래도록 지연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양봉가와 생물학자가 대개 자연 풍경 어디나 널려 있는 속 빈 나무와 바위틈에 사는 야생 군락이 아닌, 양봉장의 바글바글한 인공 벌통에 거주하며 세심한 관리를 받는 군락을 갖고 작업해왔기 때문이다.”
양봉가들은 관리 군락의 벌들로 벌꿀을 생산하고 농산물을 수분시켰으며, 생물학자들 역시 대조 실험이 필요한 과학 탐구에 가장 적합하므로 인공 시설에 사는 군락을 대상으로 작업해왔다. 예를 들어 노벨상 수상자 카를 폰 프리슈가 만약 유리벽이 있는 관찰용 벌통에 사는 군락을 갖고 연구하지 않았다면, 만일 개체 식별을 위해 일부 채집 벌에게 페인트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그런 다음 이 벌들이 인공 먹이원, 즉 그가 실험실 바깥마당에 설치해둔 작은 설탕 시럽 접시에 다녀온 후 벌집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지 않았다면, 그는 꿀벌이 추는 8자춤의 의미를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인간의 꿀벌에 대한 집요한 관심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최근 몇십 년 동안 양봉가와 생물학자 들은 인간이 관리하지 않는 곳에서 꿀벌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꿀벌의 생활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에 눈 뜨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꿀벌 군락이 자연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탐구로, 관리 군락의 꿀벌들의 삶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로써 우리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야생 군락은 살아남아 개체수를 잘 유지하는데 반해, 양봉가들이 관리하는 관리 군락은 매년 40퍼센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꿀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양봉 기술을 실행하는 방식을 확장시켜줄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따라서 꿀벌은 말 잘 듣고 부지런한 곤충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감탄하고 존중하고 진정으로 벌 친화적인 방식으로 다뤄야 하는 대단한 곤충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야생 꿀벌 군락에 관한 연구의 여러 가닥―둥지 짓는 양식과 둥지 간격(5장), 먹이 채집 범위(8장), 짝짓기 체계(6장과 7장), 질병에 대한 저항력(10장), 군락유전학(7장과 9장) 등―을 합쳐 어떻게 각기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이 군락들이 번성하는지 밝혀낸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의 마지막 장 “다윈식 양봉”에서 야생 군락과 관리 군락의 삶의 방식을 비교함으로써 관리 군락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관리 군락의 꿀벌들도 야생 군락의 꿀벌처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더불어 우리 인간과 꿀벌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는 방안을 찾아 나선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의 목표는 미국의 북동부(한랭 기후)인 뉴욕주 이타카 지역 인근 남쪽 숲에 살고 있는 꿀벌 군락의 자연생활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저자는 이 책이 많은 생물학 연구자의 작업을 집대성한 것인 한편 이 특별한 자연의 일부를 좀더 잘 이해하려는 저자 개인의 탐구 여행기임을 밝힌다.
1장은 이 책의 개괄로 꿀벌(아피스 멜리페라)에 대해 알려주고 지역, 연구 방법과 범위, 방향 등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사육’ 꿀벌인 아피스 멜리페라 군락이 야생에서는 어떻게 살까라는 수수께끼에 저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강한 흥미를 갖게 됐는지 설명한다. 이를 위해 뉴욕주 중부의 이타카라는 소도시 남쪽에 있는 풍경과 숲속으로 안내한다. 이 책에서 설명한 많은 조사를 수행한 곳이다. 또 저자가 1970년대 말 이 숲들 중 한 곳인 아노트 산림에 사는 야생 군락 개체군을 어떻게 연구하기 시작했는지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치명적인 외부 기생 진드기 꿀벌응애가 1990년대 초 이타카 지역에 퍼졌음에도 2000년대 초에도 이 숲에 야생 군락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설명한다. 나아가 그 밖의 장소에 있는 야생 아피스 멜리페라 군락의 풍도(豊度: 특정 장소와 시간에 존재하는 종의 수)와 지속성에 대해 알려진 것들을 검토한다. 말미에 가면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단계적으로 풀릴 두 가지 커다란 수수께끼를 알게 된다. 1) 이타카 인근 숲에 사는 야생 꿀벌 군락은 진드기 살충제 처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2) 꿀벌의 야생 군락과 관리 군락의 생활은 어떻게 다르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꽃가루 매개자의 더 나은 집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이 차이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3~4장에서는 꿀벌의 생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꿀벌의 자연생활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이유를 탐구한다. 인류가 약 1만 년 전에 떠돌이 사냥꾼·채집자로부터 양치기·농부의 정착 생활로 전환하자마자 꿀벌 군락은 인공 구조물(벌통)에 살기 시작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수천 년 동안 우리가 꿀벌의 집에 손을 넣어 황금빛 꿀을 훔치는 일이 더욱더 용이해지도록 꿀벌 관리 군락의 인공 거주지를 조금씩 개선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렇게 해서 점진적으로 꿀벌은 야생에서 사는 방식과 갈수록 동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벌들은 우리에게 자신의 본성을 절대 양보하지 않고 수백만 년 전에 정해진 생활 방식을 계속 따랐다. 우리가 이 곤충의 짝짓기를 통제해 우리의 목적에 맞게 사육하는 방법―여왕벌의 인공 수정―을 완성한 것은 약 70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에도 인공 수정되는 것은 극히 적은 여왕벌뿐이다. 여전히 대부분은 마주치는 모든 수벌과 닥치는 대로 짝짓기를 한다.
5~10장에서는 대부분 지난 40년간 세계 온대 지방에 사는 꿀벌의 자연사에 관해 알려진 지식을 짚어본다. 여기서는 둥지 건설, 연간 주기, 군락 번식, 먹이 채집, 온도 조절, 군락 방어라는 뒤섞인 주제를 검토한다. 여기서 우리는 꿀벌이 양봉가의 관리 없이도 여전히 완벽하게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꿀벌 군락의 경이로운 내부 활동이 자연 선택에 의해 사육 환경이 아닌 야생 생활에 맞게 형성된 경위를 알게 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벌이 어떻게 밀랍 벌집을 짓고 사용하는지, 분봉 및 수벌 양육의 시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공장과 흡사한 먹이 및 물 채집 조직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둥지의 보온 항상성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군락 방어의 무기고를 어떻게 지탱하는지 등이다. 이는 모두 꿀벌 군락이 자신의 유전자를 차세대 군락에 전달하기 위한 일련의 복잡한 적응 방법 중 일부다.
마지막 11장에서는 최근 몇십 년간 우리가 야생에서 꿀벌이 어떻게 사는지에 관해 알게 된 지식을 벌과 양봉가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우리의 양봉 관행 일부를 바꾸는 데 적용함으로써 이 두 가지 일반 주제를 통합한다. 우리의 목표는 꿀벌의 자연적인 삶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또한 꿀 제조자이자 작물의 꽃가루 매개자인 그들의 고된 노동의 이득을 향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단계로 작업을 진행한다. 첫째, 야생 군락과 관리 군락의 생활 여건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를 검토한다. 이는 표준 양봉 관행이 꿀벌의 생활을 바꾸고 종종 이 곤충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많은 방식을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양봉가들이 다리가 6개인 동업자의 삶을 스트레스가 덜하게, 그럼으로써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이 작업의 본질은 꿀벌 군락을 최대한 그들이 진화해왔고 그에 따라 적응한 상황과 동일한 여건 아래서 살아가도록 해주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양봉가의 욕구보다는 꿀벌의 욕구를 때때로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앞의 10개 장에서 탐구한 야생 꿀벌(여전히 번성하고 있음)과 관리 꿀벌의 생활 여건을 비교함으로써 매년 40퍼센트가 사멸한다는 관리 꿀벌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런데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야생 군락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진화적 적응을 잘 해왔다는 사실이다. 다음에서 야생 군락과 관리 군란의 생활 여건 차이 21가지를 정리했다(323쪽 표 11.1 참조).
1. 군락이 장소에 유전적으로 적응했다 vs. 군락이 장소에 유전적으로 적응하지 못했다
2. 군락들이 전원에서 멀찍이 떨어져 산다 vs. 군락들이 양봉장에서 밀착해 산다
3. 군락이 작은 둥지 구멍에 거주한다 vs. 군락이 큰 벌통에 거주한다
4. 둥지 구멍의 벽에 프로폴리스 코팅이 있다 vs. 벌통 벽에 프로폴리스 코팅이 없다
5. 둥지 구멍의 벽이 두껍다 vs. 벌통 벽이 얇다
6. 둥지 입구가 높고 작다 vs. 둥지 입구가 낮고 크다
7. 둥지의 10~25%는 수벌집이다 vs. 둥지에 수벌집이 거의 없다(5퍼센트 미만)
8. 둥지 구조가 안정적이다 vs. 둥지 구조가 자주 바뀐다
9. 집터 재배치가 드물다 vs. 벌통 재배치가 흔할 수 있다
10. 군락은 좀처럼 방해받지 않는다 vs. 군락은 자주 방해를 받는다
11. 군락은 익숙한 질병에 대응한다 vs. 군락은 새로운 질병에 대응한다
12. 군락의 꽃가루 공급원이 다양하다 vs. 군락의 꽃가루 공급원이 동일하다
13. 군락은 자연식을 먹는다 vs. 군락은 가끔 인공식을 먹는다
14. 군락은 새로운 독소에 노출되지 않는다 vs. 군락은 살충제와 살진균제에 노출된다
15. 군락은 질병 처치를 받지 않는다 vs. 군락은 질병 처치를 받는다
16. 인간이 꿀을 가져가거나 꽃가루를 추수하지 않는다 vs. 인간이 꿀을 가져가고 꽃가루도 가끔 추수한다
17. 군락들 간에 벌집들이 이동하지 않는다 vs. 군락들 간에 벌집들이 자주 이동한다
18. 벌들이 밀랍 뚜껑을 재활용한다 vs. 양봉가들이 밀랍 뚜껑을 수확한다
19. 벌들이 여왕으로 키울 유충을 선택한다 vs. 양봉가들이 여왕으로 키울 유충을 선택한다
20. 수벌들은 짝짓기를 위해 극심하게 경쟁한다 vs. 여왕벌 사육자가 짝짓기용 수벌을 선택할 수 있다
21. 진드기 통제를 위해 수벌 유충을 제거하지 않는다 vs. 수벌 유충을 가끔 제거하고 냉동한다
다윈식 양봉(야생 꿀벌 군락의 생활을 최대한 존중한 양봉)을 위한 제안
양봉은 진화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달리 보인다. 우리는 꿀벌이 수백만 년 동안 인간으로부터 독립해서 살아왔으며, 이 엄청난 시간 동안 그들의 생태는 두 가지를 선호하는 자연 선택에 의해 조정되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군락의 생존과 번식이다. 우리는 아울러 수천 년 전 인간이 벌통에서 벌을 기르기 시작한 이래로 예전에는 이 벌들과 환경 사이에 존재했던 완벽한 조화를 방해해왔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방해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였다. 1) 꿀벌 군락을 그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않은 지리적 위치로 이동시켰고, 2)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 즉 벌꿀·밀랍·꽃가루·로열젤리·수분의 생산을 증대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조종했다.
자신의 꿀벌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그로써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건강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오늘날 양봉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개별 양봉가의 목적에 달려 있다. 다음은 그 제안 목록이다. 여기 있는 항목을 다윈식 양봉의 개인적 레시피, 즉 양봉가로서 목표와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현실적인 방안을 고안하기 위한 제안으로 보면 된다.
1. 당신의 장소에 적응한 벌과 작업하라. 가령 여러분이 미국 북동부에 산다면, 당신이 가진 가장 생존에 강한 군락의 여왕벌을 키우든가, 아니면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이 지방에서 번성해 스스로를 입증한 혈통에서 나온 여왕벌(또는 핵 군락)을 구입하라.
2. 벌통들의 간격을 가능한 한 멀찍이 떨어뜨려라. 다행히 우리는 군락의 간격을 단 30∼50미터(100∼160피트)만 떨어뜨려놓아도 군락 간 수벌의―그리고 어쩌면 일벌의―표류와 그로 인한 질병 전파 확률을 대폭 감소시킨다는 것도 10장(그림 10.6)에서 살펴본 바 있다.
3. 군락들을 작은 벌통에 살게 하라. 벌꿀 생산량이 적긴 하겠지만, 군락의 육아권을 위해 깊은 벌통 본체 1개만 공급한 다음 여왕 가름판 위에 적당한 수준의 벌꿀을 확보할 중간 깊이의 꿀 계상 하나만을 공급할 생각을 하라.
4. 벌통 내벽의 표면 처리를 매끈하지 않게 하거나 내벽을 톱으로 거칠게 켠 재목으로 만들어라. 이것은 군락이 여러분의 벌통 내벽을 프로폴리스로 덮어서 벌집 주위에 항균성 보호막을 만들도록 유도할 것이다.
5. 단열이 잘되는 벽이 있는 벌통을 사용하라. 두꺼운 목재나 발포 플라스틱으로 만든 벌통이 그러할 것이다. 각기 다른 기후에 사는 군락에 최상의 단열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제공하는 게 최선일지는 향후 연구의 중요한 주제다.
6. 벌통을 지면으로부터 높은 곳에 두라. 이는 언제나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벌통을 보관할 수 있는 현관이나 편평한 지붕이 있다면 가능하다. 또 하나 중요한 연구 주제는 입구 높이가 각기 다른 환경과 기후에서 군락이 성공을 거두는 데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가이다.
7. 군락이 벌통에서 10∼20퍼센트의 벌집을 수벌집으로 유지하도록 하라. 이렇게 하면 여러분의 군락에 수벌을 많이 키울 기회를 제공할 테고, (여러분의 군락에 특별한 처리를 하고 있지 않다면) 여러분 지역의 유전자를 향상시킬 수 있다.
8. 각 군락 둥지의 기능적 구조가 유지되도록 둥지 구조의 파괴를 최소화하라. 실제로 이것은 점검을 위해 벌집 틀을 하나하나 벌통에서 꺼냈다가 원래 위치와 방향을 모조리 바꿔놓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이것은 군락의 분봉을 억제하기 위해 유충으로 가득한 벌집 틀 사이에 빈 벌집 틀을 삽입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9. 군락의 이동을 최소화하라.
10. 군락을 살충제와 살진균제로 오염된 꽃으로부터 최대한 먼 곳에 위치시켜라. 이 해로운 화학제의 출처로부터 군락을 더 멀리 떨어뜨려놓을수록 여러분 군락의 채집벌이 거기에 덜 노출될 것이며 그들이 채취하는 꽃꿀, 꽃가루, 물에 그것을 담아 가져오는 일도 더 드물어질 것이다.
11. 군락을 습지, 숲, 버려진 들판, 황무지 등 최대한 많은 자연 지역으로 둘러싸인 장소에 위치시켜라. 이것은 여러분의 군락이 깨끗한 물과 프로폴리스의 우수한 공급원뿐 아니라 살충제와 살진균제로 오염되지 않은 다양한 꽃가루 및 꽃꿀 공급원에 접근하도록 보장해줄 것이다.
12. 군락이 추가로 필요할 때에는 벌 유인통으로 분봉군을 포획하거나, 강한 군락으로부터 ‘분가’를 시켜 그들이 유사시 여왕벌을 키우고 자연 교미를 수행하도록 놔둠으로써 얻으라. 군락을 추가로 획득하는 이 두 가지 방식은 벌한테 선택받은 유충으로 키워져 짝짓기 성공을 위해 맹렬히 경쟁하는 수벌과 교미한 여왕벌이 이끄는 군락을 여러분에게 제공할 것이다.
13. 군락으로부터 꽃가루 채집과 벌꿀 수확을 최소화하라. 두 활동은 모두 벌이 자신들의 필요 때문에 힘들여 일해서 모은 자원을 강탈하는 것이다. 군락에서 이것들을 빼앗는 행위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벌의 생존율이나 번식률, 아니면 둘 다를 낮춤으로써 생명체로서 그들의 성공률을 감소시킨다.
14. 군락의 꿀벌응애 처치를 삼가라. 이것은 여러분의 벌이 자연 선택을 통해 진드기에 대한 저항력을 얻도록 도와줄 것이다.
마지막 생각
우리는 꿀벌이 아직도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이며, 이 작은 존재에게 양봉가의 벌통에서 나무의 속 빈 구멍까지는 여전히 한 발짝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아울러 꿀벌 군락은 신중하게 선택한 집터에 뿌리를 내린 다음 거기서 몇 년간 생존과 번식이라는 난관에 잘 대처하는 자연 선택에 의해 형성되어온 경이로울 만큼 통합된 생활 조직이라는 것도 알았다. 야생 군락이 어떻게 둥지를 짓고, 먹이를 얻고,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후손을 키우고, 침입자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고, 분봉군을 배출하고 수벌을 키워 유전자를 물려주는지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꿀벌 군락이 우리에게 무수한 수수께끼를 제시한다는 것 또한 알았다.
따라서 우리가 양봉가라면, 꿀벌의 경이로운 자연사에 관한 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꿀벌 군락을 꿀 공장이나 수분의 단위로 다루는 게 아니라, 하나의 놀라운 삶의 형태로 존중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식의 양봉을 추구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꿀벌은 어떤 다른 곤충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의 감정을 자연의 경이와 신비에 연결할 힘을 갖고 있다. 우리는 멋지게 사회생활을 하는 이 벌을 사랑하고, 그들이 우리 뒤뜰에 머무르기를 바라며, 우리 중 다수는 그들이 없는 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꿀벌을 존중하는 우리 모두가 그들의 생활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인간 개체군이 80억 명에 육박함에 따라 우리에게는 꿀벌이 제공하는 수분 서비스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므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각기 다른 벌 품종의 작물 생산 가치에 관한 최근의 권위 있는 한 연구는 꿀벌이 전 세계 모든 작물 수분 서비스의 거의 절반을 제공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은 꿀벌이 작물 수분을 하는 수백 종에 이르는 다른 벌 품종을 거의 다 합친 것만큼 농업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또한 꿀벌이 특별한 대접을 받을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꿀벌을 보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숲을 보호하는 것이다. 숲은 야생 군락에 서식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꿀벌응애의 확산에도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의 삼림 지대에 사는 꿀벌 군락이 지속된다는 것은 꿀벌의 유연성이 놀랄 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것은 또한 만일 우리가 숲과 그 밖의 야생 장소를 보존한다면, 야생 꿀벌 군락은 틀림없이 번성해서 이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의 중요한 저장고를 제공하리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꿀벌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야생이 아닌 우리 벌통에 사는 수백만 군락에 대한 처우를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다윈식 양봉’이라 일컫고, 다른 이들은 자연적 양봉, 꿀벌 중심 양봉, 꿀벌 친화적 양봉이라 부르는 방법의 목표다. 이름이야 어떻든 목적은 같다. 바로 꿀벌의 욕구를 양봉가의 욕심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이것은 양봉가가 벌을 꿀벌 친화적인 의도를 가지고 꿀벌의 자연사와 조화되는 방식으로 취급할 때 일어난다. 하지만 전통적인 양봉은 꿀벌 군락의 삶을 방해하고 위험에 처하게 하는 궤도를 따라 계속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벌을 도우려면 우리는 그들을 위해 세상을 단지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식량 생산이 달려 있는 수백만 관리 군락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인간과 꿀벌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토머스 D. 실리
다트머스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 대학교 교수를 거쳐, 1986년 코넬 대학교 신경생물학 및 행동학과(Department of Neurobiology and Behavior)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동물 행동에 대해 강의하며, 꿀벌의 행동과 사회생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코넬 대학교 생물학 호러스 화이트 교수(Horace White Professor in Biology)이다. 동물행동학회(Animal Behavior Society)와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Sciences) 회원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꿀벌의 민주주의(Honeybee Democracy)》 《야생 꿀벌을 따라서(Following the Wild Bees)》 《꿀벌 생태학(Honeybee Ecology)》 《벌떼의 지혜(The Wisdom of Hive)》 등이 있다. 뉴욕주 이타카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 조미현
서울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잡지 〈월간 키노〉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 밖에 장편영화 연출부, 독립영화 프로듀서, 실험극단 기획자 등으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더 똑똑한 결정을 위한 넛지》 《폐경의 역사》 《테크놀로지의 덫》 《물 위를 걷고 벽을 기어오르는 법》 《무신론자와 교수》 《자본 없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황금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불평등의 역사》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 《십대의 재능은 어떻게 발달하고 어떻게 감소하는가》 《마음의 혼란》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01 서문
02 아직, 숲속에 벌이 있다
03 야생을 떠나
04 꿀벌은 사육되었나
05 둥지
06 연간 주기
07 군락 번식
08 먹이 채집
09 온도 조절
10 군락 방어
11 다윈식 양봉
주
감사의 글
그림 저작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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