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 겨레가 반한 으뜸 사랑꾼 이야기
《춘향전》은 옛날부터 대중한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소설입니다. 소설뿐 아니라 옛이야기, 판소리, 마당극으로 만들어 널리 알려졌지요. 그만큼 재미와 감동,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춘향과 몽룡이 펼치는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고 재미나지요. 첫눈에 서로에게 끌린 뒤, 온갖 역경을 이겨 내고 끝끝내 사랑을 이루는 춘향과 몽룡은 우리 겨레 모두가 반한 으뜸 사랑꾼입니다.
그러나 《춘향전》은 단지 달콤한 사랑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것을 담고 있답니다. 조선 시대는 신분이 다르면 사랑조차 하기 힘든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신분이 낮은 춘향과 높은 신분인 몽룡은 그 벽을 거뜬히 뛰어넘고 고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약속과 의리를 굳세게 지켜 아름다운 사랑을 이뤄냅니다. 작가 신현수는 이런 작품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요즘 아이들이 읽기에 편안하도록 이야기를 다시 썼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당시의 시대상과 신분제가 자유로운 사랑에 어떤 걸림돌이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품은 이야기
《춘향전》은 변학도라는 사또를 내세워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고발합니다. 죄 없는 사람을 함부로 옥에 잡아 가두고, 지아비가 있는 여염집 아낙에게 눈독을 들이며, 관아 곳간을 털어 생일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통해 벼슬아치의 나쁜 짓을 낱낱이 보여 줍니다.
그런가 하면 춘향을 통해 굳센 의지와 용기로 불의와 억압에 무릎 꿇지 않고 자기 것을 지켜 내고야 마는 당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변 사또의 횡포에 당당하게 맞서며 그를 엄히 꾸짖기까지 하는 춘향을 보노라면 너무나 통쾌해서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반대로 어사또가 되어 돌아온 몽룡에게 혼쭐이 나는 변 사또의 구질구질한 꼴을 보노라면 손뼉을 치고 싶을 만큼 속이 후련해집니다.
아울러 일반 백성들이 양반을 조롱하는 모습이 곳곳에 그려져 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방자가 조금도 꿀리지 않고 주인인 몽룡을 대하는 모습이나, 어사또가 된 몽룡이 남원으로 내려오는 길에 농부나 아낙들한테서 양반 흉을 듣는 모습이 그러합니다.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양반을 떠받들면서도 속으로는 우습게 여겼던 백성들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고전!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야기와 노래를 즐겼습니다. 많고 많은 이야기와 노래 가운데 여러 사람들 사랑을 듬뿍 받아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옛사람이 만든 문학 작품의 대표 또는 본보기라고 할 만한 것이지요. 이런 것을 우리는 흔히 고전이라고 합니다. 나라마다 겨레마다 고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을 보면 곧 그 나라와 겨레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지요. 옛사람들 삶과 생각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따라서 고전을 읽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첫걸음입니다. 우리가 마땅히 우리 고전을 알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이라 하더라도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이야기입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을 때는 같이 안타까워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때는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놓게 됩니다.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고, 이것이 이야기가 가진 힘입니다. 아이들은 고전을 통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또한 우리의 뿌리를 알아 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완벽하게 입말로 되살려 쓴 우리 고전
서정오 선생님은 사십 년 넘게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우리 끝말을 살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입말로 옛이야기를 써 왔습니다. 지금은 좋은 옛이야기를 찾아내고 우리 말법에 맞게 다시 쓰는 일을 함께할 옛이야기 작가를 키우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고전은 대개 글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우리 고전에는 어려운 말이나 한문투 말이 많아서 오늘날 어린이들이 읽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을 알맞게 다듬고 매만져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은 중요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 고전 다시 쓰기에 ‘옛이야기 공부 모임’에서 서정오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작가들이 나섰습니다.
작가들은 먼저 각각의 고전을, 그 바탕이 되는 원본부터 꼼꼼히 살펴서 기둥본을 정하고 얼개를 짰습니다. 그런 다음에 쉬운 입말로 다듬어 썼습니다. 마치 재미난 옛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도록, 감칠맛 나는 말맛을 살려 쓰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큰 줄거리와 이야기 안에 담긴 생각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곁가지를 보태거나 빼거나 바꾸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앙상한 이야기에는 살을 붙이고, 어수선한 곳은 조금 추려 내기도 했습니다. 고전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조금씩 모양이 달라지며 여러 다른 본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입말을 되살려 쓴 고전을 읽다 보면, 마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맛이 살아 있어 글이 술술 읽힙니다. 또한 문장이 담백하면서도 구성지게 쓰여 지루할 틈 없이 재미나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게다가 쉽고 깨끗한 우리 말 표현이 잘 살아 있어 우리 말 교과서로써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춘향의 매력을 한껏 살린 글과 그림
《춘향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특징이 살아 있습니다. 공부밖에 모르던 점잖은 도령 몽룡이 춘향한테 빠져서 아버지한테 둘러대는 모습이나, 방자가 자기가 모시는 주인을 갖은 말장난으로 놀려 대는 모습, 월매가 딸 생각하느라 사위한테 함부로 대하는 모습 들이 그렇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매력이 넘치는 인물은 역시나 춘향일 것입니다. 춘향은 몽룡이 서울로 떠나게 되었다고 할 때 몽룡에게 울며불며 매달립니다. 또 변 사또한테 매질을 당하면서도 지지 않고 한 마디 한 마디 소리를 붙입니다. 이 장면들에서 자기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는 춘향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 신현수 선생님은 오래전 백성들이 그러했듯 글 사이사이 가벼운 농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그려질 법한 이야기도 어린이들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도록 표현했습니다. 또한 읽다 보면 이렇게 애절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그림 작가 서선미도 이런 춘향의 매력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절을 지키는 여성보다는 자기 할 말 똑 부러지게 하는 춘향의 모습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림 한 컷 한 컷에서 작가가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얼마나 응원하는지가 느껴집니다. 또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한루 장면을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그려 넣었고, 어사출또 장면에서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의 표정을 모두 익살맞게 표현하여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매력 넘치는 춘향과 몽룡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현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민일보〉 기자로 일했어요. 2001년 ‘샘터상’에 동화가, 2002년 ‘여성동아 장편소설공모’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동화, 청소년소설, 옛이야기, 지식정보 책, 그림책 같은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주제의 책을 두루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조선가인살롱》, 《플라스틱 빔보》, 《그해 유월은》, 《사월의 노래》, 《내 이름은 이강산》, 《용감한 보디가드》, 《호랑이 꼬리 낚시》, 《구렁덩덩 새 선비》, 《내가 사는 집》, 《지구촌 사람들의 별난 음식 이야기》, 《결코 늦지않았다》 들이 있습니다.
그린이 : 서선미
전라북도 순창에서 태어났습니다. 섬진강에 몰려가 다슬기도 잡고, 먹성 좋은 오빠들 따라 무서리, 땅콩서리 하며 아홉 살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 공부를 했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부마를 잡으러 간 두 왕자》, 《범아이》, 《아기장수 우투리》 들이 있습니다.null
목 차
들어가는 말
머리말
봄 향기 광한루에 가득하고
고운 모습 아른아른
어화둥둥 내 사랑이야
설운 이별 어이할꼬
춘향을 불러들여라!
일편단심 굳센 절개, 매를 친들 변할쏘냐
큰칼 쓰고 옥에 갇혀
몽룡, 어사또가 되다
거지꼴로 찾아온 임일지라도
암행어사 출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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