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보게 이방(吏房)! 자고로 왕조의 위엄은 왕궁이 말해주고,
밀양 고을의 위엄은 영남루가 말해주는 법!
자네 눈에는 이리 누추한 영남루가 부끄럽지도 않소
이보게, 이날 이때까지 진주 촉석루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단 말이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밀양이 진주보다 못한 게 뭐요,
인물이 없소, 물산이 없소, 재약산 봉산(封山)이 없소, 그 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없소, 내일 아침, 당장 이 초라한 누각부터 허문 뒤, 새로 지을 방도를 구하시오!
사또나리, 우리 고을에 솜씨 좋은 관노가 있긴 헌데
그 영감이 글쎄, 지금 한 달 째 구들장을 지고 있다는데 글쎄,
사또, 말허리 끊고 불호령하듯 내뱉는 말,
말 같잖은 소리 작작하고, 당장 그 자를 내 앞에 대령하시오! (하략)
-詩, 영남루는 누가 지었는가 /박하
위 풍자시는 이 책 속의 영남루 편에 후기처럼 실려 있다. 이 시를 끝까지 읽고 나면 영남루와 밀양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뀐다. 이제껏 영남루, 하면 아랑의 슬픈 전설만 떠올렸는데 이 시 한 편 속에 ‘늙은 관노의 인생역전’ 드라마를 새로 알게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옛 시(漢詩)를 실마리 삼아 선인의 풍류와 애환을 풀어낸다는 점이다. 때론 익살맞게, 때론 유쾌하게, 간간이 풍자시로 에둘러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알고 보면, 2021년 현재, 전국의 누정들은 ‘홍수 나면 마실 물이 없다!’ 속담처럼 많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이후, 방방곡곡마다 경쟁적으로 복원되었다. 박제된 정자와 서원, 박쥐똥 그득한 누정들, 영화세트장보다 못한 누정들도 부지기수다.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가. 옥석을 가려 현대판 풍류 공간으로 되살릴 수는 없을까. 템플스테이(temple stay)처럼 ‘정자에서 하룻밤’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을까. 화두를 던지듯 묻고 싶다.
이 책은 누정들을 단순히 풍류 공간, 힐링 공간으로 풀지 않았다. 누정의 빛과 그늘, 풍광 너머 누정들의 뿌리와 줄기를 더듬었다. 나라 예산만 축내는 허울 좋은 문화유산 누정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를 통한 정자다운 정자 되살리기까지 제안하고 있다. 시인은 정공법보다는 에둘러 메치는 비유법을 쓴다. 간간이 폭소를 자아내는 박하 시인 특유의 풍자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낙동강 누정 답사기다. 옛 詩를 실마리로 낙동강 7백리 나들이 길, 이번에는 김해, 양산천, 밀양강, 남강 편까지 절반만 다루었다. 강변 누각과 정자마다 발품을 팔았고 곳곳마다 풍월주의 사연, 창건기, 중건기에 숨어있던 비화까지 찾아내었다.
혼자가 아니라 두 중년(?) 사내가 의기투합하여 엮은 책이다. 건설엔지니어 출신 박하 시인과 경영학도 출신 강경래 길잡이! 그동안 인문학자가 독점(?)해 온 漢詩 해설을 공학도와 경영학도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을 시도했다.
<이 책의 특징>
1) 낙동강 누정 답사에 대한 입체적 조명
‘정자=선비문화의 산실’과 같이 예찬 일색이 아닌 비판적 성찰도 담고 있다.
2) 누정을 읊은 대표적인 한시漢詩 해설.
암호 같은 한시를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게 함.
3) 창건기, 중수기 등에 숨어있는 일화 발굴
-함안누정록, 밀양누정록 등을 참고하여 숨은 일화를 소개
예/ 영남루 중수기 속의 잉화, 늙은 관노가 주도하여 영남루 건축한 사실
3) 박제된 정자문화가 아닌 옛 풍류를 되살릴 방안도 제시함.
-템플스테이처럼 ‘정자에서 하룻밤’을 제안하고 있다.
4) 그동안 덜 알려진 누정들을 찾아 역사적 가치를 소개함.
5) 박하 시인이 자작시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 소개
박하
본명 박원호, 기술사, ‘빼어난 자연에 감동하기보다 빼어난 인공에 감동하는 시인.
1) 학/경력
- 부산대 건축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 부산시인 편집위원
- 《새띠벌의 메아리》편집장 (부산초량왜관연구회)
- 2021. 7월 현재, ㈜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
은누리디지털문화원 이사장
2) 저서
- 「좌수영수군, 절영도 사냥을 나가다」, 2020. 10.
-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 가람기획, 2019.
- 「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가다」
- 「실크로드 차이나 에서 일주일을」 외 다수
3) 공훈 : 2020 국토교통부 장관상
강경래
경영학도 출신으로 전국구 마당발 답사광이다. 2021년 7월 현재, 동호회 밴드에 '꽃과 나무' 주제의 답사기를 1,000회 넘게 연재 중이다.
남이 가지 않은 뒷길에 꽃길이 있다? 남한 땅 방방곡곡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누정들을 찾아다닌 지 20년째다. 특히 누정 지킴이처럼 서있는 노거수 老巨樹와는 짝사랑에 빠져있다. 그 정도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소년 제제를 연상시킬 정도다.
누정은 십중팔구 문중의 후손들로서 일흔 전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인데, 그 분들과의 인간적인 유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000 역사문화기행의 총괄기획자 겸 길잡이다.
주요 약력
부경대 경영학과 졸업
ROTC 25기 (705특공 복무)
동서증권 인사부 교육과 근무
문무대 횟집 대표 역임
현) 자동차 딜러
목 차
낙동강 누정 위치
글머리에 / 정자, 선비 문화의 빛과 그늘
책의 구성
낙동강 누정 주요 연표
1 부 | 황산 강의 노래
김해 산해정 , 풍상에도 신과 바다를 품다 ................................................................18
詩 / 성성재 선생................................................................................................... 36
양산 편
황산강의 노래 .......................................................................................................38
임 경대, 거울 같은 황산 강을 굽어보다 ...................................................................46
양산타워, 쌍벽루의 부활인가 ...................................................................................55
가야 진사, 용신제를 보러 갈까요? ...........................................................................61
2 부 밀양강과 귀거래사
밀양 편
작원관과 잔도, 낙동강의 관문과 벼랑길 ...................................................................70
삼량 창과 오우정, 시대 정신을 다시 생각하다.......................................................... 82
詩 /영남루는 누가 지었을까..................................................................................... 91
월연정, 조선 판 귀거래사의 무대........................................................................... 112
금시당과 백곡재 ...................................................................................................121
어변당, 충효쌍전의 롤모델이 되다 ..........................................................................132
청도 편
만화정, 만사가 조화로워라.....................................................................................145
운강고택, 만화정의 본가....................................................................................... 155
삼족대 ,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으리라...................................................................161
詩/ 어느 풍류객의 물음 ..................................................................................... 169
3 부 합강정 아래 놀이배 띄운 뜻은
함안 편
합강정 아래 놀이배 띄운 뜻은 ..............................................................................174
용화산 아래 뱃놀이를 하다 .................................................................................188
반구정, 갈매기와 벗하는 꿈을 꾼다오.................................................................. 193
무진정, 온갖 경치 다 모이는구나........................................................................204
창녕 편
소우정, 시절 근심을 말갛게 씻어 보낸다오...........................................................214
망우정, 걱정이 없으니 산선이 따로 없네..............................................................224
우포늪 철새전망대, 21세기 반구정을 그리다.......................................................239
詩 / 우포늪 논고동 自傳....................................................................................243
의령 편
정암루, 옛 자취를 다시 살리다.......................................................................... 245
문답 풀이 / 정암진 전투...................................................................................252
진주 편
촉석루, 장대의 풍악소리 들리네........................................................................256
詩 / 꽃등불, 함성으로 피다..............................................................................264
부록
# 1 대담
정자와 노거수, 세월 강에 배를 젓다 ...............................................................266
# 2 이규보의 사륜정, 바퀴 달린 정자의 꿈.................................................... 278
# 3 참고 문헌............................................................................................ 288
# 4 한시 저자 소개.......................................................................................292
후기 / 정자에 오르면 강물이 보인다..............................................................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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