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유행가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그 시대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담아내는 그릇이다.
어렵고 힘든 시절, 대중들은 이런 노래들을 듣고 부르며 거칠고 험난한 ‘세월의 강’을 건너며 살아왔다.
그러나 금지곡으로 묶여서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노래, 들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노래가 된 경우도 많다. ‘시대와의 불화’를 겪은 노래들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노래에 대한 ‘금기’는 늘 존재했다. 권력을 풍자해도, 가사가 삐딱해도, 왜색이어도, 작사가가 월북해도, 심지어 가수가 노래를 너무 못 불러도 문제를 삼았다.
노래는 부드러운 봄바람 같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칼’이기도 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칼날로 사람의 마음을 베고, 더 나아가 권력까지도 벨 수 있는 게 노래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노래가 혹시라도 ‘혹세무민’ 할까 봐 늘 주시했다.
이 책은 금지곡에 대한 딱딱한 학술서나 이론서가 아니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이다. 금지곡이라는 주제를 고리로 이미자, 패티김, 배호, 남진, 나훈아, 신중현, 송창식, 이장희, 김민기, 문주란, 김추자, 하춘화, 김연자, 정태춘 등 당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노래와 삶을 재밌게 엮었다.
특히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들도 많이 담았다. 이미자의 데뷔곡이 익히 알려진 ‘열아홉 순정’이 아니고 그 이전에 8장의 음반이 나왔었다는 사실, 나훈아의 출생연도가 공식 프로필상의 1947년이 아니라 실제는 4년이나 늦은 1951년이라는 근거, 6·25전쟁 때 아버지를 잃은 것으로 알려진 송창식이 생부(生父)인 서양화가 전혁림을 38세에 만난 사연, 신중현이 ‘히키 신’ 이름으로 1958년에 냈다고 알려진 동요 음반이 실제는 1964년 이후에 발매됐다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또 이미자와 딸 정재은이 딱 세 번 만난 사연, 배호의 마지막을 지킨 여대생 약혼녀 이야기, 패티김과 길옥윤이 이혼 21년 만에 TV '이별 콘서트‘에서 재회한 사연, 나훈아 사이다병 테러사건의 전말, 하춘화가 로스쿨에 네 번이나 응시한 이야기, 김연자와 송대관의 갈등 이유, 정태춘의 아호가 ’한수‘가 된 사연 등 흥미로운 내용도 많이 수록했다.
그때 그 시절, ‘금지곡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부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그때 그 노래, ‘금지곡’
금지곡은 정치적·사회적인 이유로 정부에서 부르지 못하게 한 노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음반 검열은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민족 감정을 고취해 반일운동이 일어날 만한 노래는 싹을 잘라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해방 이후에도 금지곡 발표는 이어졌다.
월북 작가의 노래, 사회를 풍자하는 노래, 정권을 비판하는 노래, 심지어 정권을 직접 비판하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는 시위·집회 사용 곡 등은 금지곡이 되었다. 이 밖에도 왜색, 창법 미숙, 저속·퇴폐, 불건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금지곡 지정이 이어졌지만 기준과 근거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금지곡에는 비화가 많다. 금지곡 지정을 막기 위해 작가의 이름을 바꾼 이야기, 심의 통과를 위해 가사를 바꾸거나 아예 없앤 이야기, 금지곡을 둘러싼 사람들 이야기 등. 이영훈 저자는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를 통해 금지곡의 소문과 진실, 해당 가수들의 삶을 풀어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금지곡, 오해하고 있었던 금지곡, 몰랐던 금지곡을 흥얼거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금지곡의 항변과 시대의 메시지를 들여다본다.
작가 소개
이영훈
아라가야의 옛 도읍지인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마산중앙고와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고려대 법무대학원(법학석사)을 졸업했다.
국제신문, 동아일보 등에서 신문기자로 20여 년간 근무하다 방송으로 옮겨 8년째 기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으로 옮긴 후에는 채널A 보도본부에 근무하면서 메인뉴스 편집 데스크와 디지털뉴스부장을 지냈고 쾌도난마, 직언직설, 뉴스TOP10 등 여러 시사 프로그램의 제작 데스크로 일해 왔다. 보도본부 선임기자를 거쳐 현재는 심의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부회장과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 이사를 지냈으며, 고려대와 경희대 등에서 미디어 실무를 강의했다. 오랫동안 정당사와 정치파벌 연구에 천착해 정치에 관한 글을 많이 썼다. 요즘엔 정치보다 대중가요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SNS 등에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야당사를 계파 중심으로 심층 분석한 『파벌로 보는 한국야당사』, 야당 당수 10인의 평전을 묶은 『한국정치, 바람만이 아는 대답』, 한국현대사를 노래로 풀어낸 『유행가는 역사다』, 뉴스편집 가이드북인 『세상을 편집하라(공저)』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왜색’이라는 낙인을 찍다
‘3대 히트곡’ 금지곡 족쇄 채우다 동백아가씨 | 이미자
패티김이 부른 노래가 ‘왜색’이라고? 무정한 밤배 | 패티김
‘가황’도 피하지 못한 왜색의 덫 바보 같은 사나이 | 나훈아
방송 금지곡 story | 방송 금지곡 1호 ‘기로의 황혼’
곡조가 일본풍? 애매했던 기준 해풍 | 하춘화
방송 금지곡 story | 댄서의 서글픈 애환 ‘댄서의 순정’
‘왜색’ 그 후, ‘엔카의 여왕’ 되다 나는 바보야 | 김연자
노래가 왠지 ‘삐딱’하다
‘반말’한다고 금지곡 됐다? 왜 불러 | 송창식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책임 전가’ 그건 너 | 이장희
방송 금지곡 story | “경아” 신성일 대사 때문에…
창법은 미숙하고 가사는 저속하다? 미인 | 신중현
방송 금지곡 story | ‘아발라바히기야’ 가사가 미신 유발?
‘거짓말’에 뜨끔했던 유신정권 거짓말이야 | 김추자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위반했다? 0시의 이별 | 배호
연애가 ‘0번지’면 노래가 퇴폐? 연애 0번지 | 남진
방송 금지곡 story | 노래가 너무 ‘치졸’하다고?
‘두 뺨은 화끈화끈’ 야하다고 금지? 꽃봉투 | 문주란
“하나가 되는 게 뭐냐, 가사 바꿔!” 제3한강교 | 혜은이
작사가의 월북, 노래에도 ‘연좌제’
그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가졌다 낙화유수 | 남인수
‘처녀림 작사’는 살아남았는데… 오빠는 풍각쟁이 | 박향림
가슴으로 부르는 ‘시대의 상흔’
여순사건, 역사의 아픔을 노래하다 여수야화 | 남인수
방송 금지곡 story | 앨범 사진 ‘장발’을 문제 삼았다
3·15의거, 김주열을 위한 진혼곡 남원 땅에 잠들었네 | 손인호
현역 군인의 사기를 저하한다고? 늙은 군인의 노래 | 김민기
방송 금지곡 story | ‘왜 이렇게 노래 못 불러’가 금지 이유
금지 이유, 알고 보니 ‘남면 도동’ 독도는 우리땅 | 정광태
방송 금지곡 story | 퀸 ‘보헤미안 랩소디’가 금지곡?
‘사전심의 철폐’ 투쟁의 깃발
“나를 잡아가라” 심의를 거부하다 아, 대한민국… | 정태춘
“뭐, 고치라고?” 가사를 아예 빼다 시대유감 | 서태지와 아이들
참고문헌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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