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할머니와 손자, 단둘이 유럽여행을 떠나다!
우리가 잃어버린 여행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이야기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가 단둘이 떠난 유럽여행 이야기를 담은 여행에세이. 함께 여행하며 수십 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넘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시골에서 적적하게 지내시는 할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을 항상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업이 결정되고 여유 시간이 생겼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외쳤다. “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요!”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여행을 결정하고 준비하면서도 ‘그냥 친구랑 갈걸 그랬나?’ 하는 후회와 ‘혹시 여행 가서 사고라도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실제로 여행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멋진 구경거리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할머니는 다리 아프고 허리도 쑤신다며 힘들어한다. 본격적으로 관광을 할라치면 “대충 봤으니 됐다! 그만 들어가서 쉬자!” 하신다.
서운해지려는 차에 할머니는 말한다. “꼭 그렇게 기를 쓰고 다 볼 필요 있겠니? 우리가 함께 있으면 그게 여행이지.” 그렇게 손자는 할머니에게서 삶을 느리게 여행하는 지혜를 배우고, 할머니가 살아온 시간들을 이해한다.
한편 할머니는 사별한 뒤 긴 시간을 외로움 가운데서 보냈다. 몸이 아플 때도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며 견뎠다. 밤에 자려고 눈 감을 때 내일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존재 이유가 희미해지고 있을 때, 손자가 전화를 걸어 함께 유럽여행을 가자고 말했다. 이제 늙고 몸 곳곳이 아파 여행은 못 갈 줄 알았는데! 무엇보다 내가 아직 가족들에게 잊히지 않았으며 여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말이었다. 삶이 다시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여행의 즐거움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가운데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피는 것이다. 여행은 함께 떠나는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오랫동안 쌓인 여행 욕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차이와 수많은 걱정 가운데서 출발한 이들의 여행이 어디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락하여 안부를 묻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여운에 사로잡힐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이해와 진심
할머니와 손자, 서로를 향해 떠나는 여행
할머니와 손자, 참 가깝고도 먼 관계다. 손자들은 대부분 할머니와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할머니에게 보살핌 받으며 자라는 경우도 꽤 많다. 하지만 할머니와의 사이에 놓여 있는 세월의 간극은 손자가 성장하고 조직 사회에 속하게 되면서 더욱 크게 벌어진다. 그리하여 서로 마음은 있지만 연중 명절 때만 만나고 가끔 안부 연락조차 하기 쉽지 않은 사이가 되고 만다.
9박 10일간의 유럽여행.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길다고도 볼 수 있는 시간. 저자는 손자로서 할머니에게 최고의 여행을 선물해드리겠다고 다짐하며 유럽으로 떠났다. 그런데 시작부터 쉽지 않다. 할머니는 무려 16시간에 달하는 비행 일정 내내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하고, 내려서도 유럽 여름의 혹독한 더위에 괴로워한다. 허리가 쑤시고 다리도 아프다, 무슨 날씨가 이리도 뜨겁냐며 화를 낸다. 손자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아픈 무릎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걷는 할머니를 보고 불현듯 깨닫는다. 할머니 몸이 많이 약해지셨구나, 세월이 할머니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켰구나.
참지 못한 나머지 화를 내고 할머니와 사이가 어색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어색함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어색한 분위기는 풀어지고 관계는 한층 더 가까워진다.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는 가운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할머니와 손자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여행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할머니와 여행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할머니의 여행 방식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 것이다. 또 자신이 할머니를 보호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하면서는 정작 자신이 할머니에게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에’는 이제 그만하기로 해요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걸고 싶게 하는 따뜻한 책
“사람들은 항상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다음에 같이 어디 놀러 가자” 말하곤 한다. 그 ‘다음에’는 영영 오지 않을 때가 많다.”(본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때로는 그 ‘다음’이 언제일지, 과연 지켜질 수는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고.
처음엔 정말 할머니와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다니다 보면 힘들고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이유였다. ‘다음에’라는 미룸의 말이 유혹처럼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할머니의 모습이 마음을 다잡게 했다.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의 시간, 불 꺼진 방 안 번쩍번쩍 빛나는 TV 화면 앞에 누워 계신 할머니의 모습. 매번 다음으로 미뤄둔다면 할머니의 시간은 언제까지나 그 안에 갇혀 있을 것이고, 그러는 사이 만약 할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바로 결정했다. 그리고 또 입에서 ‘다음에’라는 말이 튀어나올까 봐 ‘다음 주에 바로 가요!’라고 외쳤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다음에’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또 그 약속을 몇 번이나 지키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다음에’를 ‘지금 당장’으로 실현하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그랬을 때 정말 멋진 일이 펼쳐진다는 것을.
작가 소개
이흥규
1994년생.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최대한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사는 것이 삶의 목표다. 그래서 가끔은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후회 없는 삶을 살자며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해서 방학 때면 학기 중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유럽, 동남아, 인도 등으로 떠나고는 했다. 대학교 졸업 후 운 좋게 원하는 기업에 취업이 결정되고 입사까지 두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에도 여행 계획을 세웠다. 혼자 갈까, 친구랑 갈까, 고민하다가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번 기회에 할머니와 여행을 다녀오지 못하면 영영 못 갈 것만 같아 덜컥 이탈리아행 비행기 표를 구매해버렸다.
할머니에게 추억을 선물해드리고자 여행을 다녀왔고, 두 번째 선물로 책을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언제나 머릿속에서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청년이다.
목 차
프롤로그
1장. 나의 할머니 이야기
밤 8시에서 10시 사이, 엄마의 엄마가 외로워 | 할머니 무릎 아래, 나의 어린 시절 | 할머니라는 빽 | 할머니의 세계 | 할머니, 저랑 여행 갈래요? | 할머니 캐리어 속에 들어 있던 것
2장. 걱정을 안고, 유럽으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할머니 허리뼈 두 마디가 붙어버렸대 | 달팽이 | 내 의욕이 앞서서 | 15센티미터가 이렇게 높은 거여? | 할머니의 속마음 | 할머니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먹어요? | 직접 물어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 | 아이고 배야!
3장. 여행은 서로에게 물드는 시간 -이탈리아의 베로나, 밀라노
도대체 엘리베이터가 뭐길래 | 누룽지 | 할아버지가 돌봐주신다 | 같이 사진 찍고 싶은데 | 그냥 가지 뭐 | 밀라노 한인마트에서, 할머니 날다! | 자식 자랑, 삶의 이유 | 드렁큰 그랜마
4장. 할머니가 꿈꾸던 스위스, 그리고 다시 한국 -스위스의 그린델발트, 루체른
그린델발트 가는 길 | 할머니의 제육볶음, 혼자 먹은 저녁 | 여름에 만난 눈 | 서로 닮아가는 우리 | 밤하늘 아래 테라스에서 펼쳐진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 | 죽기 전에 와서 다행이야 | 아쉬움과 함께 마지막 도시 루체른으로 | 할머니에게 ‘마지막’이란 | ‘다음에’는 이제 그만하기로 해요
할머니의 일기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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