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큼 저녁이 온다

읊조림의 시에서 깨달음(각성)의 시로 건너가는 여정이 사실은 시의 일생이다. 고쳐서 말하면 그 여정이어야만 한다. 여기에 김혜경의 시들이 차운 벌판을 지나 가빠옴의 “구절양장”을 맞이하며 있다. 할 말이 없어서 짧아진 게 아니라, 쭉정이를 털어낸 단시들의 서정 속으로는, 잘 닦인 치열을 드러낸 격정의 절경들이 나부끼며 있었다.
“혼자서 돌아보는 그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인 “저만큼, 저녁이 온다”의 대미가 그렇게 완성될 때. 그는 거기에(그네)에 앉아 어디론가 시간이 흘러가고, 이제 문득 자신의 등 뒤에 아무도 없음을 알아채는 화자를 각성 시켜 주었다. 아무도 없는 “뒤”로 오는 것의 실루엣이 왠지 모르게 깊어 보인다.
- 정윤천(시인)

김혜경
전남 신안군 압해도 출생.
1995년 광주, 전남 여성백일장 시부문 당선.
보해예술상, 전남시문학상 수상.
목포문인협회, 목포시문학회 회장 역임.
시집 <물고기 눈물>

1부

 나무를 풀어주다 - 19
자반고등어 - 20
봉숭아 - 22
찔레꽃 - 23
백일홍 그녀 - 24
상사화 - 26
지붕은 집안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 27
기도 - 28
첫눈 오는 날 - 30
매화 - 31
안부 - 32
꽃과 술 - 34
감꽃 - 36
헛말 - 37
거미 - 38
새 날 - 40

2부

 잡초 1 - 43
잡초 2 - 44
수박 - 45
사과나무 집 - 46
눈물 - 48
시력 - 49
목련이 진 자리 - 50
저만큼, 저녁이 온다 - 52
꽃들의 말 - 53
詩를 살다 - 54
아줌마 - 56
나비 - 57
조금 울었다 - 58
바람의 눈물 - 60
그 가을의 오후 - 62

3부

 사랑한다는 것은 - 67
장미 1 - 68
장미 2 - 69
껍질 속의 일 - 70
눈 - 72
나무의 말 - 73
이유 - 74
처방전 - 75
별것 아닌 것들의 별것 - 76
처서 - 77
팽목항 - 78
사람들 - 80
징검다리 - 82
북극성 - 84
너그러움 - 85
진아의 노래 - 86
中伏 - 88

4부

 다순구미 연가 - 91
뒷개 - 92
차 안 다니는 거리 - 93
나무나루 - 94
마파지 농장길 - 95
한가위 - 96
온금동 - 97
함께 - 98
귀뚜라미 - 99
땅끝 해돋이 - 100
잠시 - 101
양을산 아침편지 - 102
안하무인 - 103
기억 - 104
포장마차 - 105
마음 하나 - 106
마음 둘 - 108
마음 셋 - 109
마음 넷 - 110
벚꽃 - 111
기적 - 112
숲은 - 113

해설 / 이송희(시인, 문학평론가)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