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돌아왔지요

고객평점
저자윤제림
출판사항난다, 발행일:2021/09/16
형태사항p.417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886287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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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 글 대부분은 길에서 줍거나
지나는 이들에게서 훔친 것들이니까요.”


시인 윤제림이 길에서 길을 찾은 100가지 이야기


윤제림 시인이 길에서 줍고 길에서 얻은 삶의 조각들, 『걸어서 돌아왔지요』를 소개합니다. 『미미의 집』부터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까지 7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자 뉴욕광고제, 한국방송광고대상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시대의 카피라이터이기도 한 그이지요. 시인의 봄과 카피라이터의 씀이 다른 듯 맞닿아 있다 할 때, 그 이력에는 뜬눈으로 열린 귀로 살피며 지나온 길들이 있지 않으려나요. 그렇게 길 위에서 때로는 묻고 때로는 듣고 때로는 찾아낸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매주 한 편씩 연재해 100개의 공간이, 100가지 기억이 모였습니다. 성실한 걸음만큼 쓰는 일의 보폭 또한 꾸준했다는 뜻이지요. 시인을 낳은 곳과 키워준 곳, 오늘 사는 곳, 어제 머문 곳, 내일을 꿈꾸는 곳…… 임진강에서 제주까지 이 땅 곳곳의 기억이 겹칩니다. 길에서 썼으니 기행문이고, 걸어서 남기는 발자취이고, 돌아보고 돌아오는 성찰의 지도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초심을 확인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것입니다.


시인의 걸음은 참으로 구석구석 가닿습니다. 서초동 향나무에서 출발해 소월로, 해방촌, 연남동을 가리지 않고, 충주, 익산, 통영을 거쳐 바다 건너 제주까지도 거뜬하지요. 서로 안 닿는 길이란 없고, 걷고 또 걸으면 이윽고 만나리라는 길의 가르침을 새삼 일깨우면서요. 그렇게 이곳저곳 참으로 멀리 돌고 널리 둘러보지만, 걸음을 바삐 재촉하여 지나치는 속보는 아닙니다. 느긋이 돌아보고 한갓지게 머무는 산책이지요. 한번 왔다 가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지내고 살고 스미는 이의 마음으로요. 여정에는 공간이 있고 시간이 있고 기억이 있습니다.


“제 글 대부분은 길에서 줍거나 지나는 이들에게 훔친 것들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그이지만, 실은 거저 얻은 것 하나 없습니다.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꽃에게도 제 이름을 물어봅니다. 꽃이 먼저 건넨 인사를 이름도 모르고서 무심히 받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제주도 성산포 가는 길에는 카페 간판 하나에 시선이 오래 머뭅니다. ‘바다는안보여요’, 그 한마디에서 카페 주인의 꾸밈없는 성격을 가늠하고 솔직함의 매력을 곰곰 생각해보지요. 길마다 살피며 걷고 지나는 이마다 먼저 인사 건네는 그이기에 얻어낸 말들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알고 싶어하던 꽃이 ‘가우라’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일터에도 있고, 아침 산책길에도 피어 있는 꽃입니다. 날마다 마주치는 얼굴이지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봐야 할 만큼 무척 예쁜 꽃입니다. 무슨 꽃일까 궁금해서 제가 가진 식물도감, 화훼도감 모두 꺼내서 뒤져도 알 수 없던 꽃입니다.
인터넷 시대, SNS 세상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그것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갸륵한 일입니다. 앱 하나가 참 많은 사람이 꽃과 인사하고 지낼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꽃의 얼굴을 보여주면 앞다투어 이름을 알려주는 사람들, 그 어여쁜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저는 정말 간절히 알고 싶던 친구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가우라. 이제 그의 인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시인은 길에서 본 것들에 자신을 비춰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지요. 혹여 제자들에게 시원찮고 서투르게 가르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면 전전긍긍, 이윽고 ‘A/S 콘서트’를 여는 ‘서비스맨’이 되어야겠다 자처합니다. 매번 그만 맡아야지 결심하면서도 다시 서게 되는 주례 자리를 위해선 노심초사, 예비부부만큼이나 몸가짐을 챙기고 마음가짐을 가다듬고요. 쉬이 편견을 갖고 익숙한 소중함을 잊은 적은 없었나 부지런히 자문함은 물론이지요. 길에서 배운 것들로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길의 부름으로 나선 걸음, 스스로에게 물음으로 던지는 일입니다.


길 위의 반성이란 밖을 돌아보는 일, 둘러보는 일, 돌보고 살피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지진이 있었던 경주에선 땅의 흔들림보다 클 마음의 흔들림을 걱정하며 짐은 나눠 지고 일은 거들자 제안하지요.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 학생들이 돌아오지 못한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슬픔을 직시하기 두려워 피하고 말았던 날들에 미안해하고, 제자들을 살리려 분투했던 기간제 선생님들의 순직 인정 소식에 안도합니다. 귀한 마음 가진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흥겨운 소리판을 벌이는 내일을 응원하기도 합니다. 곡진한 마음에서 비롯할 테지요. 이미 지나온 풍경에도 시인의 마음은 오래 머뭅니다.


우리는 행복한 관객이고 싶습니다. 사필귀정의 결말에 일제히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모두 한쪽을 바라보면서 어사출두를 학수고대합니다.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기다립니다. 흥부의 박에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토끼도 자라도 잘되기를 기원합니다.
추임새도 얼마든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다’ ‘얼씨구’ ‘지화자’…… ‘그렇지’ ‘잘한다’ ‘이쁘다’. 절로 터져나오는 탄성이면 무엇이나 좋다고, 이자람씨가 새삼스럽게 가르쳐준 것들입니다. 그런 소리들, 어서 외치고 싶습니다.
─본문 중에서


길이 말을 걸어오고
풍경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표지에는 하이경 서양화가의 작품 <한강 둔치>(2020)가 함께했습니다. 일상 속 풍경에서 빛나는 순간을 담아내는 그림이지요. 한강변을 걸어가는 윤제림 시인, 혹은 소월로를 산책중인 김소월씨의 얼굴, ‘내 친구의 집’을 찾아 떠나는 코케 마을 아마드의 옆모습을 겹쳐봅니다. 그 모두를 길에서 만나고픈 것이 시인의 마음 아니려나요.


책 속에는 100개의 글이자 길이 있지만, 길이란 그 끝이 없는 법입니다. 길 위에 삶이 있다는 그 말, 사는 동안 우리 모두 길 위에 있다는 뜻으로도 읽어봅니다. “별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 걸어야” 한다는, ‘아직은 행인’ 윤제림 시인의 자취를 따라 걸어봅니다. 여정은 언제나 길에서 시작하지요. 장소에 머물며 시간을 지내며 기억을 담아봅니다. 그리하여 우리, 걸어서 돌아오겠지요.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걷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가로열쇠’, 제 곁을 지나는 사람은 저를 위한 ‘세로열쇠’. 네거리는 ‘십자말풀이’ 난을 닮았습니다. 아니, 세상은 거대한 ‘숨은그림찾기 판’. 저는 지금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윤제림

충북 제천이 낳고 인천이 키워주었다. 동국대 국문과에서 말과 글을 배웠으며 같은 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했다. 1987년 소년중앙문학상에 동시가,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삼천리호 자전거』 『사랑을 놓치다』 『그는 걸어서 온다』 『새의 얼굴』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동시집으로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 산문집으로 『젊음은 아이디어 택시다』 『카피는 거시기다』 『고물과 보물』 등이 있다.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 권태응문학상,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부터 서울예술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목 차

1부
1 서초동 향나무를 지나며 ……… 11
 2 소월로 김소월씨 댁 ……… 14
 3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18
 4 통영에서 ……… 22
 5 그 여름날의 심학규씨 ……… 26
 6 사람에게 물어보자 ……… 30
 7 이별의 기술을 소년에게 ……… 34
 8 제주에서 ……… 38
 9 이름이 뭐예요? ……… 42
 10 베짱이를 생각함 ……… 46
 11 동경에서 ……… 50
 12 터미널에서 ……… 54
 13 경주에서 ……… 58
 14 터진개에서 ……… 62
 15 예식장을 나서며 ……… 66
 16 올해 노벨문학상은 개인상이 아니다 ……… 69
 17 시간을 읽는 다른 방법 ……… 73
 18 마재에서 ……… 77
 19 조계사에서 ……… 81
 20 소리판에서 ……… 85
 21 영릉에서 ……… 89
 22 고속도로에서 ……… 93
 23 터널의 시간 ……… 97
 24 달력에 관한 명상 ……… 101
 25 청진동에서 ……… 105

2부
26 희망 한 단 ……… 110
 27 신문 가판대에서 ……… 114
 28 도둑을 보내며 ……… 118
 29 과천에서 ……… 122
 30 새우소녀 이야기 ……… 126
 31 명동에서 ……… 130
 32 연남동 가는 길 ……… 134
 33 용문산 자락에서 ……… 138
 34 영화관을 나서며 ……… 142
 35 아우내에서 ……… 146
 36 해방촌에서 ……… 150
 37 소래포구에서 ……… 154
 38 강릉 선교장에서 ……… 158
 39 잠수교에서 ……… 162
 40 안산에서 ……… 166
 41 달빛장터에서 ……… 170
 42 종로를 지나며 ……… 174
 43 새 나라에서 ……… 178
 44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며 ……… 182
 45 역삼동에서 ……… 186
 46 장충체육관을 지나며 ……… 190
 47 소나무숲에서 ……… 194
 48 병원에서 ……… 198
 49 파주에서 ……… 202
 50 야구장에서 ……… 206

3부
51 박물관에서 ……… 212
 52 순천식당 앞에서 ……… 216
 53 통영에서 2 ……… 220
 54 정림사지에서 ……… 224
 55 헌책방 축제에서 ……… 228
 56 지리산 둘레길에서 ……… 232
 57 미끄럼틀 곁에서 ……… 236
 58 편의점에서 ……… 240
 59 이발소에서 ……… 244
 60 화성에서 ……… 248
 61 망원동에서 ……… 252
 62 동경에서 2 ……… 256
 63 대학 입시 고사장에서 ……… 260
 64 공주 마곡사에서 ……… 264
 65 종묘에서 ……… 268
 66 여운형기념관에서 ……… 272
 67 세운상가에서 ……… 276
 68 매향리에서 ……… 280
 69 제부도에서 ……… 284
 70 망우리에서 ……… 288
 71 춘천에서 ……… 292
 72 새남터에서 ……… 296
 73 정유년을 지나며 ……… 300
 74 네거리에서 ……… 304
 75 김영갑갤러리에서 ……… 308

4부
76 강릉발 KTX에서 ……… 314
 77 와운당 가는 길에 ……… 318
 78 진천에서 ……… 322
 79 충주에서 ……… 326
 80 동검도에서 ……… 330
 81 한복집 앞에서 ……… 334
 82 그들 편에서 ……… 338
 83 바람 속에서 ……… 342
 84 임진강에서 ……… 346
 85 외솔 기념비 앞에서 ……… 350
 86 한옥마을에서 ……… 354
 87 목련꽃 그늘 아래서 ……… 358
 88 외암리에서 ……… 362
 89 시계탑이 있던 자리에서 ……… 366
 90 보통리 저수지에서 ……… 370
 91 문조당에서 ……… 374
 92 윤필암에서 ……… 378
 93 수족관 앞에서 ……… 382
 94 안경점에서 ……… 386
 95 대구에서 ……… 390
 96 압구정동에서 ……… 394
 97 동물원에서 ……… 398
 98 인사동에서 ……… 402
 99 익산에서 ……… 406
 100 연못에서 ……… 410

작가의 말─행성을 향하여 ……… 415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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