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

고객평점
저자김미양
출판사항두두, 발행일:2021/09/16
형태사항p.176 A5판:21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169401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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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요리사를 꿈꾸었던 저자가 식탁에서 써 내려간 음식-추억의 기록들
당신이 먹은 음식에는 누구와의 이야기가, 어떤 맛과 순간이 담겨 있나요?
어둠이 내린 마음에 허기진 당신을 여기 식탁의 빈자리로 초대합니다.


거기 계신 당신은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나요? 당신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채운 음식은 무엇일까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 책의 저자는 20살이 될 무렵 육지로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누군가에게 제주가 휴식과 아름다움의 공간인 데 반해 저자에게는 제주와 그곳의 가족들이 자신을 억누르는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영화 <브루클린>의 주인공이 아일랜드를 떠나 대도시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던 것처럼 말이에요.
멋진 요리사가 되는 꿈을 꾸며 도시로 나갔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주 괴롭고 외롭고 또 헛헛했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리게 되었고요. 그렇게 1년, 2년이 흐르고 어느덧 10년이 넘게 지난 어느 날, 저자가 거울에서 발견한 것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얼굴을 꼭 닮은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세계가 자신의 한 축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녀는 한결 홀가분해졌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어둠을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끌어안고 그 속에서 다른 의미들을 찾아내며 지내보기로 합니다. 이때 그녀를 찾아온 것이 ‘글’이었습니다. 요리를 짓던 마음으로 글을 지으며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작업을 이어간 결과, 이렇게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요.


“한때 요리사를 꿈꾸었던 사람에게 남은 유일한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쓰고 짜고 매운 양념과 달고 고소한 양념이 조화롭게 섞일 때, 비로소 삶은 더 진한 맛을 낸다는 것.
저는 이제 추억을 요리하는 사람이 되어 밥 대신 글을 짓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을 제주의 음식과 고유의 언어들, 홀로 밥을 지어 먹는 자취생활 동안 의지가 되었던 다정하고 따뜻한 순간들, 서로 입을 마주 보며 함께 먹고 지낸 식구이기에 더욱 가슴에 사무쳤던 기억들. 칼 대신 연필을 손에 쥐고 그것들을 요리했습니다.” (Invitation 중에서)


책에는 그녀를 위로해 주었던 ‘따스하고 보드라우며 애틋한’ 음식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글을 쓰게 했던 동기이자 계속해서 써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인 이 음식들에는 제주의 바다와 바람 소리가, 여러 지역에서 자취하며 만나게 된 계절과 사람들, 또 거기에 곁따라 생겨난 다양한 기분이 담겨 있습니다. 맛과 향, 시간과 사람에 얽힌 추억이 넘실대며 교차하는 글들에서 어쩌면 당신도 당신 몸과 마음에 깊숙이 새겨져 있는 음식들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책에서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것은 ‘가족’입니다. 가족은 한 개인이 가장 처음 겪게 되는 밀접한 세계로, 가까운 거리가 친밀함으로 작동할 수도 있지만 괴로움이 될 수도 있으며, 상반되어 보이는 두 성격이 공존할 수도 있지요. 행복을 주면서 동시에 고통을 주기도 하는 가족,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그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습니다. 가족과 자신의 관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과업이 아닐까요? 저자 또한 글을 쓰며 이 지난한 과업을 수행합니다.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요. 그 과정에서 가족과 과거를 제대로 마주 보는 ‘이해’와 ‘화해’의 순간들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우리 또한 어루만져 주는 그런 빛나는 순간들이요.


“오래전 그날, 나는 아버지의 문어 한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문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있었다. 아무리 질겨도 오래오래 씹다 보면 어느 순간 배어 나오는 문어의 감칠맛. 세상엔 그렇게 오래도록 씹어야만 제맛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버지의 투박한 표현 속에 담긴 진득한 사랑이 이제 와서야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처럼.
나는 아직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소화시키는 중이다.” (본문 중에서)


『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를 읽고 있으면 고향 평안북도 말로 음식과 가족을 노래한 백석 시인이 떠오릅니다. 혹시 백석의 「고향」이라는 시를 아시나요? 이 시의 화자는 홀로 타향살이 중인데, 앓아누운 어느 날 한 의원을 만나게 됩니다. 놀랍게도 그는 화자가 아버지로 섬기는 이와 막역지간이라고 하지요. 화자는 의원의 진맥하는 손길에서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느끼며 일순간이나마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된답니다.
저자의 책 속 음식들이 행하는 일이「고향」 속 의원의 손길처럼 느껴집니다. 그녀가 말하는 음식에는 ‘고향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그득그득하니까요.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온기로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이야기가 꽤 길어졌네요.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예요. 당신을 위로해 준 다정한 음식이 있나요? 어둠이 내린 마음에 한 줌 빛이 되어 준 맛과 기억을 들려주세요. 여기 식탁의 빈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곳으로 와서 당신 입가에 새겨진 이야기를 조용조용 나눠 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작가 소개

김미양
감귤과 흑돼지의 섬, 제주에서 태어났다.
오므라이스 위에 케첩으로 하트를 그려 주는 중국집, 사탕 대신 감초 조각을 입에 넣어 주는 한약방, 온 가족이 다 함께 뼈를 뜯고 나면 후식으로 빛깔 고운 당근주스를 내어 주는 갈빗집이 모인 동네에서 배 봉끄랑한 시간을 보내며 자랐다.
어린 시절 앨범 속 사진은 딱 두 종류다. 먹는 사진, 아니면 먹을 것을 빼앗겨 우는 사진. 먹보에 울보였던 아이는 서른을 훌쩍 넘겨서도 여전히 잘 울고, 잘 먹는다.
배고프고 서글픈 순간이 올 때마다 글을 쓰며 견뎠다. 푸근한 쌀밥 같은 이야기를 짓고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도 숟가락 들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목 차

Invitation: 식탁의 빈자리에 당신을 초대해


제주濟州 나를 살찌운 섬, 나를 살찌운 말
돼지비계: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돼지기름이었다
봉끄랑: 오늘 저녁, 배 봉끄랑하신가요?
매기: 그 어떤 맛보다 더 그리운 그 말
곤밥: 눈을 녹여 밥을 짓는 참 고운 마음
콩잎: 이모랑 나랑 콩밭 그늘에 숨어 앉아
엄마의 작은 섬, 부엌: 불씨가 꺼지지 않는 그곳의 이야기
부엌에서 쓰는 편지 1 봄길만 걷게 해 드리고픈 엄마에게


자취自炊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었던 시간
타지에서의 첫 식사: 바다를 반쯤 건넌 기분으로
꼬마요리사의 수제비: 설익은 어른의 거짓말
프렌치토스트: 일요일 아침의 행복 한 조각
겨울날의 산모미역: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내리사랑
감귤: 화산재 위에서 키워 나간 아버지의 꿈
설탕이 소복소복: 한 해를 살아낸 것을 축하해
비릿한 온기: 섬을 떠나서 닿은 새로운 바다
부엌에서 쓰는 편지 2 시들어버린 배꽃잎 같은 당신에게


식구食口 서로의 입을 보며 우리는 울고 웃었네
대왕오징어: 캄캄한 바다 위 반짝이는 별 하나
제기 위의 미수전: 거룩한 아득한 슬픔을 담는 것
문어숙회: 오래 씹어야 느낄 수 있는 투박한 부성애
돗궤기반: 당신을 떠나보내며 고기를 썰었다
벌꿀 카스텔라: 우리를 잠시 마주 보게 하는 마법
독새기 반숙: 달걀 한 알에 담긴 사랑
부엌에서 쓰는 편지 3 어둠 속에서 홀로 울고 있는 소녀에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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