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는 아내

바람 부는 가을 어느 날

퇴근길에 동료들과

술 한 잔 하고 늦게 귀가하니

아내가 투정을 합니다.

만추에 낙엽 한 잎 못 밟고

이게 뭐냐며

덕수궁 돌담길이 그립답니다.

다음날 아내의 그 말 잊지 않고

고운 은행잎을 주워

아내 발 아래 깔아주며

사뿐히 즈려 밟으라 하니

낙엽에도 예의가 있다며

굽 높은 신으로 갈아 신습니다.

꾹꾹 밟는 아내의 표정이 묘합니다.

찢기고 흩어지는 낙엽

아내를 나를 밟고 있습니다.

- <낙엽 밟는 아내> 전문

이용완
강원도 철원 출생
<문학사랑> 2021년 봄호, 신인작품상 당선
영동문인협회 회원
문학사랑협의회 회원

시집 『낙엽 밟는 아내』

1부 닭장 안 풍경
11 가을 개나리
12 닭장 안 풍경
13 전쟁
14 단풍
15 술꾼 이야기
16 고구마를 캐며
1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18 고향에 남은 친구
19 새벽 달
20 버려진 꽁초
21 토마토야 미안하다
22 갈대 둘이서
23 아기 진달래
24 수탉 가라사대
25 고향에서 따라온 파리
26 슬픈 산울림
27 영동장날 1
28 영동 장날 2
29 낙엽 밟는 아내

2부 손녀가 시인이다
33 백내장 수술을 하고
34 아침 산책 길
35 귀가
36 오래된 술벗이
37 나잇값
38 무제
40 호숫가의 아침
41 겨울도 추위를 탄다
42 부끄러운 고백
44 묵정밭의 망초
45 생강
46 손녀가 시인이다
47 봄이 오는 소리
48 그해 겨울
50 길
52 늦가을 오후
53 혼술 하는 날
54 자전거 타는 여자
55 그 사내의 세월
56 암탉의 슬픔
57 고향 역
58 낙엽

3부 세월의 길
61 코로나19
62 옳지, 옳지
63 오월
64 몹쓸 풍경
66 장마 풍경
67 오늘
68 나그네
69 해바라기
70 아침
71 세월의 길
72 새 둥지
73 망초꽃
74 하루
75 늙은 등산객의 한숨
76 칠월의 노래
77 소나기
78 첫사랑
79 방앗간 노부부
80 시란?
81 돈 버는 아내
82 소래 포구
83 삶이란
84 거절당한 누렁이의 절규

4부 아버지와 아들
87 숙제
88 길
89 인연
90 청둥오리
91 어떤 하루
92 제일 서운한 말
93 늙은 시다(뒷일꾼)
94 소풍
95 아버지와 아들
96 듣기 좋은 말
97 그냥
98 매미의 임종
100 남동공단은 휴가중
101 새벽에 온 손님
102 씨암탉을 잡아야겠다
103 휴대 전화기의 존재
104 하늘은 허상이다
105 산책길에 만나는 거미
106 나 철들었는데

107 작품해설 _ 리헌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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