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BTS 제이홉의 추천 시인
★ 광화문 글판 중 가장 사랑받은 시구 「풀꽃」의 저자
★ 사막시와 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을 빠짐없이 담은 시산문집
네가 있기에 인생은 사막이 아니다
광활한 모래사막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
풀꽃 시인 나태주가 이번에는 사막으로 향했다. 그간 시인의 행보를 지켜봐 온 독자들에게는 다소 이색적인 선택이다. 나태주 시인은 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세계보다는 일상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순간에 주목한 시를 쓰며 문단 안팎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에게 ‘풀꽃 시인’이라는 애칭을 안겨준 작품인 「풀꽃」의 경우, 그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던 소박하고 다정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시인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비일상적인 이국의 공간, 사막으로 떠났다. 오랫동안 사막을 꿈꿔왔다는 그는 과연 사막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네가 없는 나의 인생
그대로가 사막
모래바람 날리는 사막
부디 떠나지 말아다오
나와 함께 인생의 끝날
그날까지 손잡고 가다오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에서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의 서시이자 표제시인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에 그 힌트가 있다. 시인의 시선에 포착된 사막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불모지에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인은 오히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모래벌판, 그리고 그곳을 향해 내딛는 한 발 한 발의 발걸음이 곧 삶이라는 쓸쓸한 인식을 보여준다. 단, 시의 후반에 이르러서는 ‘삶=사막’이라는 공식에 ‘네가 없다’는 조건을 붙인다. 사막 같은 삶이지만, 거기에 ‘너’의 인기척이 있다면 그곳은 사막이면서도 사막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의 배경에는 시인이 사막에서 마주한 뜻밖의 존재들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사막에 직접 당도하고 나서, 사막 곳곳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존재에 주목한다. 황막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짐을 지고 모래벌판을 걷는 낙타들, 선인장, 사막여우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있어 사막은 관념 속 막연한 풍경처럼 메마르고 쓸쓸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몇 차례 사막을 찾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사막이란 다만 모래와 하늘과 바람만 있는 곳이 아니라 더러는 풀과 나무가 자라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한다는 사실. 또 모래벌판만 있는 게 아니라 산도 있고 언덕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강물이 흐르기도 한다는 사실.
「시인의 말」에서
황량한 사막이란 공간에서조차 다정하고 애틋한 존재를 발견한 시인은 그 발견을 삶에도 적용한다. 황량하기로는 사막에 뒤지지 않는 우리의 삶 역시 타인의 존재와 그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빛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따뜻하고 깊은 시선으로 사막이라는 공간과 삶의 의미를 이어놓는다. 이러한 시인의 인식은 독자들로 하여금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우리의 황량한 삶을 풍요롭게 가꿀 힘을 북돋워준다.
사막에서 띄운 러브레터,
코로나 시국을 견디는 젊은 세대를 향한 따스한 위로
한 인터뷰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세상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나태주의 시 세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사랑이다. 그 사랑의 대상은 오랜 시간 교사로 재직하며 만난 제자들일 때도 있고, 자연에 존재하는 온갖 생명체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시인의 가족을 비롯한 타인, 혹은 삶 그 자체일 때도 있다. 광활한 사막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에서도 그 사랑은 빛을 발한다. 시인은 사막에서 만난 수많은 존재에 대한 사랑을 시로 노래하며, 그 대상을 사막 너머로 확장한다. 사막에서 떠올린 그리운 이들과 지난날의 자신, 그리고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를 시인은 사막 위의 상징물을 통해 형형히 구현한다. 오롯이 제 몫인 짐을 지고 모래바람을 견디는 낙타들에게서 나이 든 자신과 세상의 풍파에 맞서야 할 젊은이들을 함께 떠올리고, 모래벌판 위로 불어오는 먼지와 바람에서 지나간 사랑을 읽는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밤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보며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전유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자세히, 오래 보며 소중함을 찾는 시인의 천진하고 순박한 시심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낙타에 비유된, 이제 막 세상에 나선 젊은이들에 대한 독려다.
너의 짐 함부로 부리지 않을 것이며
다른 낙타에게 대신
지고 가게 하지도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고마운 일이다.
「아들 낙타에게」에서
날마다 네 마음속
어린 낙타 한 마리를 깨워
길을 떠나라
아직은 어린 낙타이니
그의 등에 올라타지는 말고
옆에 서서 함께 걸어라
「어린 낙타 2」에서
시인이 되어 멘토로서 많은 젊은이를 만난 시인은 그러한 경험이 자신의 시 세계에도 변화를 일으켰음을 일전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제 개인적인 욕구만을 반영한 시를 쓰다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접 듣고 시의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 둘 곳이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기댈 곳을 주는 시를 쓰기로 했죠.”(삶이 모여 시가 되다 나태주 시인, 숙대신보, 2020.11.08.) 유명한 시보다는 유용한 시를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담은 다정한 시들은 힘겨운 코로나 시국을 견디는 젊은이들에게 따사로운 햇살처럼 가닿을 것이다.
시인의 여정을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시산문’이라는 새로운 시도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산문’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담겼다는 사실이다. 함축적인 언어로 삶의 의미를 전하는 시와 사막에 대한 감상을 소탈하게 전달하는 산문이 한데 묶인 이 장르는 그 자체로 색다르며, 사막에 이르기까지의 시인의 여정과 그 여정 이후에 집필된 시들을 아울러 감상하도록 돕고 있어 독자들에게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준다.
특히 시편의 뒤에 실린 두 편의 산문은 실크로드와 데스밸리에 다녀온 시인의 진솔한 여행기로, 사막에서 시인이 느낀 세세한 감정을 담았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여정을 시작하던 순간의 벅찬 기쁨, 꿈꿔오던 사막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설렘, 바쁘게 다니느라 놓쳐버린 풍경에 대한 아쉬움, 여행에 동행한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 시인 나태주가 아닌 인간 나태주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여행의 희로애락을 들려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집에 엮인 시들이 탄생하기까지 영감을 받은 배경이 담겨 있어 시어 속에 숨겨진 시인의 세계를 조망하는 역할을 하니, 나태주의 애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이 책의 백미다.
작가 소개
저자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의 장기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을 발표해 ‘풀꽃 시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 풀꽃문학관’을 설립· 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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