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나라 산의 능선과 강의 물결을 닮은
시인 허수경의 시작과 끝, 그 전부
그러니까 떨어져 있다는 그 ‘거리’로 말미암아서요. 거리감이 있어야 멀리 산도 계곡도 호수도 한눈이라는 한 도화지에 그려넣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독일로 떠난 시인이 ‘우리나라 산과 강과 물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가장 한국적으로 쓸 수 있었던 연유 역시 그 거리의 그리움이 간절함으로 두 무릎을 꿇게 하였겠구나, 새삼 알게도 되었어요. 이들 남매뿐 아니라 동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우리 전통을 고수하는 역할로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도요. 우리 전통의 농사를 지을 줄 알고 우리 전통의 악기를 만질 줄 알고 우리 전통의 약을 지을 줄 알고 우리 전통의 절기와 우리 전통의 사계절을 우리 전통의 문화로 알고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도통 거스름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왜 산의 능선을 강의 물결을 닮았는지도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잘 읽혀요. 줄거리의 요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심코 툭 시인이 흘린 문장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까 두 손 가득 담으려 안달이 나는 데서 이야기를 꼼꼼히 붙잡게 되는 읽기의 방식도요. “잃어버린 게 있어서 슬픈 거지” “마음이 다정해서 아마 다시 올 거야” “나는 너야, 너는 나구” “마음의 말은 들어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특히나 이 두 문장요. “사랑…… 사랑이 뭐예요? 뭘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해요?” “사랑이란 자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시인이 마냥 그리웠던 이유는 시인이 간절히 그리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저의 몸과 마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우리나라 산천이 키워준 나에 대한 생각”(「작가의 말」)을 고스란히 받아적었다 하는 데서 이 책은 시인 허수경의 시작과 끝, 그 전부더라고요. 결국 시인의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은 시인 자신이었겠구나, ‘뜨거운 눈물과 함께’ 이제야 정확히 아는 뒤늦음. 더 살피지 못해 미안했다고, 그리 외롭게 두어 미안했다고, 그러나 시인은 일찌감치 초연해 있던 것 같아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는 그러니까 지금 제가 가진 삶의 조건을 부정하면서 씌어진 것”이라(시인의 말) 단호히 기술했으니까요.
그리움의 증거가 이런 허기는 아니었을까
내 두 손을 다시 보게 하는 그리운 수경……
묘하게도 이 책은 참 맛있기도 해요. 시인이 그리워한 고국의 밥상이 등장하는 까닭에 군침 도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곤 하였지요. “미나리와 김을 구워 만든 바삭한 김 가루로 초장에 버무려놓은 청포묵은 들깨 냄새가 머릿속까지 스며들 만큼 향기로웠다.”(113쪽) “맛깔나게 끓인 호박된장국이나 계란을 하얀 꽃망울처럼 띄운 수란이나 색색의 야채에 치잣물을 입혀서 김 한 장을 둘러 만든 부침개나 제비처럼 날렵하게 띄운 감자수제비나 또, 또, 보랏빛 물이 돋아나는 갓물김치나 굴을 넣어 아리게 부벼놓은 젓갈이나……”(115쪽) 얼마나 이 밥상을 그리워했을지, 그리움의 증거가 이런 허기다 싶으니까 오늘 주어진 밥상 위의 반찬 가운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시인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의 치유는 말씀이 아닌 이런 오감의 뚜껑을 열어주는 두 손에서부터 비롯하기도 하는구나, 그리하여 시인은 내 두 손을 다시 보게도 하는 사람이구나.
시인은 말했지요. “저는 우리나라 산과 강과 물과 모습이 닮아 있는 이야기, 풀과 새, 꽃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산천에 사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그러기 위해서 시인이 택한 글쓰기의 정공법은 ‘잘’이라는 능수능란함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단도직입이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도통 융통성을 몰라 휘기보다 부러지는 편인데 묘하게 그 대목에서 사람에 대한 신의를 다시 새기게도 되더라고요. 말에 속기보다 몸을 믿기에서 오는 행함. “간절한 마음이 여럿” 모이면 멈췄던 소리도 일으킬 수 있다 하니 그 한데 모음으로 허수경이라는 이름을 한번 모아보고 싶어지네요. 사람 허수경이 궁금하고 시인 허수경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를 찬찬 펼쳐주세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사람 허수경이 살아 있고 어느 문장을 짚어도 시인 허수경이 살아 있어요. 독일에 살던 스스로를 ‘허깨비’라 칭했지만 이 책에서만은 허깨비일 수가 없는 이유, 산이 저기 있으니까요. 저기 산이 있음으로 이제 아주 조금 허수경을 알 것도 같으니까요. 허수경을 생각하면 산이 금방 마음의 지도 위에 나타나기 때문이니까요. 그리운 수경……이라고 불러볼 때마다 마늘처럼 아리지만 까치마늘 새순만큼은 행복해질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감히 허수경 일러두기라 하고 싶네요.
작가 소개
저자 :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 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 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파울 첼란 전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고집으로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오늘의 착각』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가 출간됐다.
그림 : 박성수
목 차
자네, 마음병이라는 거 아는가? / 07
너희들은 자매야 / 21
저 새가 진짜 좋은 소식을 가져오려나 / 35
나는 못 걸으니까 / 51
아이들은 우리보다 언제나 더 현명하다네 / 65
잃어버린 게 있어서 슬픈 거지 / 87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이루어져 / 105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는 내 딸이었어 / 121
마음이 다정해서 아마 다시 올 거야 / 139
너 외롭니? / 155
나는 너야, 너는 나구 / 173
너는 정말 돌아온 거야 / 189
그러니까 지금은 같이 가자 / 203
마음의 말은 들어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 223
작가의 말 / 239
개정판 작가의 말 /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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