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냥 거기 있어서 보는 것’이 아닌
‘세계의 창’
이 책은 “여러분은 TV 보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이 있나요?”라는 새삼스러운 질문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전 시절에도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었고, 우리 중 대부분은 TV가 ‘거기 있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만으로 TV를 보고 자라 왔다고 말한다. 저자는 묻는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우리가 TV, 유튜브, 인터넷 콘텐츠 등을 보는 태도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와 같은 미디어들은 우리의 세계관을 빚어내는 ‘세계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잘 봐 놓고 딴소리』는 청소년과 청년 독자들이 ‘세계의 창’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을지, 그 창 너머로 제대로 된 세계와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수동적인 시청자에서 줏대 있는 미디어 생활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며, 그것이 저자가 기껏 ‘잘 봐 놓고’도 어딘가 냉소적이고 예리한, 그러면서도 다정한 무지갯빛 ‘딴소리’를 일삼는 이유다.
숨 쉬듯 접하는 일상 콘텐츠를 통한
맞춤형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미디어리터러시’가 키워드로 떠오른 지는 꽤 오래다. 그런데 정작 참고 도서를 찾아보면, 폭넓은 개론서나 청소년하고 거리가 먼 ‘가짜뉴스’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콘텐츠를 분석한 책일 경우에도, 대부분은 이미 검증된 영화를 재료로 삼아 이야기한다.
그와 달리 이 책은 청소년이 굳이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이미 공기처럼 흡수하고 있는 최신 콘텐츠들을 위주로 이야기한다. 손안에 끼고 사는 유튜브, TV만 틀면 재방에 재방을 거듭하는 드라마와 예능, 모르면 대화에 끼기 힘든 넷플릭스·티빙·왓챠 등 각종 OTT, 거의 영상처럼 속도감 있게 즐기는 웹툰까지, 요즘 청소년들은 저마다 수많은 ‘화면’에 둘러싸여 산다고 할 만큼 미디어와 뗄 수 없는 사이다.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각종 SNS와 언론에서 쉼 없이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그 영향권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만나거나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피할 수도 있을 텐데, 청소년에게 미디어는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잘 봐 놓고 딴소리』는 이렇게 사람들의 무의식에 영향을 끼치고 때로는 지배하는 미디어의 숲에서 멍한 의식을 일깨우는 경쾌한 ‘딴소리’다. 보이는 대로 보게 되고 들리는 대로 믿게 될 때, ‘아니,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까?’ 하고 던지는 신선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재현’의 윤리를 지키고, ‘캐릭터’를 풍부하게 묘사하며,
‘다양성’을 보장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를 위해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재현: ‘리얼’을 다시 쓰는 미디어 생활」에서는 범죄 수사물, 관찰 예능, TV 속 마스크 착용,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드라마, 일대일 토크 방식의 시사 교양물 등을 소재로, 현실의 사건과 인물 들이 대중매체에서 다뤄지는 방식을 살펴보며 현실-가상의 긴장과 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2장 「캐릭터: 화면 속 사람이 말을 걸어올 때」에서는 ‘아는 맛’을 비틀어 극대화해 성공한 캐릭터, 범죄자를 묘사하는 언론 매체의 보도, 여성 형사가 주인공인 하드보일드 장르, 성장서사를 내재한 호러 장르, 등장인물이 작가의 각본에 저항하는 메타픽션 웹툰과 드라마 등을 소재로, 작품에서 인물이 형상화되는 공식과 그것이 전복될 때에 오는 재미, 인기 장르와 캐릭터에 숨겨진 비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 「다양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위해」에서는 농인의 정보접근권, 전통적 작품의 캐릭터 성별 반전,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수도권 중심주의, ‘토크니즘’과 ‘PC’ 담론 등을 소재로, 성별·지역·인종·성 정체성 및 성적지향·장애 여부 등에 따른 차별이 미디어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으며 해소해 나갈 방법은 무엇일지 이야기한다.
4장 「참여: 더 이상 ‘두고 보기’만 할 수 없다면」에서는 연예계와 팬덤의 정치 참여, ‘캔슬 컬처’ 논란, 리액션 유튜버, 미디어로 인한 확증편향, 음성합성 AI 등을 소재로, 수용자인 우리가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미디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승한
세 살이 될 때까지 말문이 트이지 않아 부모님이 꽤나 걱정했던 아이. 부모님의 증언에 따르면, 세 살 무렵 TV 화면 아래 흐르는 자막을 짚어 가며 말문을 뗀 게 말글 생활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그냥 애가 TV를 좀 좋아하나 보다 정도였는데, 자라서 TV를 보고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스물두 살이던 2005년, 친구들과 장난삼아 만들었던 대중문화 웹진 《채널 꺄뜨르》에 쓴 〈무한도전〉 리뷰가 생각보다 흥하면서 얼떨결에 대중을 상대로 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7년 《채널예스》에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직업적 TV 시청자로 살아가고 있다. 《한겨레》, 《텐아시아》, 《에스콰이어》, 《창비어린이》, 《고교독서평설》, 《황해문화》 등에 글을 썼거나 쓰고 있다.
키가 작고 내성적인 아이, 장애인 형제를 둔 아이, 이혼 가정 출신 아이로 자라며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관심이 늘었고, 그래서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가 소수자를 어떤 식으로 묘사하는지 관심이 많다. 대체로 일에 쫓기는 중이지만, 모처럼 일이 없는 날이면 주로 드러누워 있는 고양이들을 뒤집으며 논다.
목 차
1. 재현 : ‘리얼’을 다시 쓰는 미디어 생활
드라마를 정말 드라마로만 봐도 될까? ● 현실과 가상 사이의 줄다리기
끝없이 ‘진짜’를 원할 때 벌어지는 일 ● 관찰 예능 전성시대
온 천지가 마스크다, TV만 빼고 ● TV가 현실의 재난과 연대하는 법
일진을 때려눕히면 학교 폭력이 사라질까? ● 대리만족과 실제 대안 사이
평범하고 구체적인 나의 자리에서, 다시 만난 세계 ● 일대일 시사 교양물의 탄생
2. 캐릭터 : 화면 속 사람이 말을 걸어올 때
철이 없었죠, 아는 맛에 빠져들었다는 자체가… ● 극사실주의 ‘아는 맛’ 캐릭터의 시대
범인이 모범생이었단 게 중요해? ● 범죄자를 묘사하는 대중매체의 태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 잡을 수는 없을까? ● 비주류가 주인공이 될 때의 딜레마
공포 속에서 자라나는 사람들 ● 호러 장르의 성장 서사
캐릭터가 자기 운명을 바꾼다고? ● 작가와 등장인물의 밀고 당기기
3. 다양성 :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위해
농인만 재난 소식을 알 수 없다면 ● 평등한 정보접근권을 위하여
삼국지의 중요 인물이 여자면 안 돼? ● 캐릭터 성별 재해석의 의미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만으로 충분할까? ● 차별 없는 콘텐츠 만들기의 어려움
어디로 가든 서울만 나오는 이상한 TV ● 미디어의 수도권 중심주의
완다를, 로키를, 축구하는 여자들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 ● 사회적 소수자 캐릭터의 다양화
4. 참여 : 더 이상 ‘두고 보기’만 할 수 없다면
케이팝과 인종차별이 무슨 상관인데? ● 연예인과 팬덤의 정치적 행동
정당한 ‘시민운동’일까, ‘마녀사냥’일까? ● 대중문화계 ‘캔슬 컬처’ 논란
떨어져 있어도 같은 걸 보고 즐기는 우리 ● 비대면 시대, 리액션 유튜버의 급성장
각자의 화면에 갇히지 않으려면 ● 무제한 스트리밍 시대의 확증편향
누구나 타인의 목소리를 훔칠 수 있는 시대 ● 음성합성 AI와 대중문화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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