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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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고바야시 아쓰코
출판사항글로세움, 발행일:2021/11/01
형태사항p.206 A5판:21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57895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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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생식의료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까?

윤리가 못 따라가는 생식 기술의 발전


인간의 욕구 중 생식과 종족보존은 기본적 단계에 속한다. 인간의 종족보존을 위한 만남은 보통의 경우 부부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7명 중 한 명이 불임이라는 시대, 아이를 원한다 부모가 되고 싶다고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식기술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일찍이 신의 영역을 범하는 인위적인 생명 조작으로서 놀라움과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받아들여진 ‘체외수정(시험관 아기)’도 지금은 의료로서 확립되어 대중적인 생식기술이 되었다. 더욱이 남편 이외의 남성의 정자로 아이를 만드는 인공수정과 아내 이외의 여성의 ‘배를 빌리는’ 대리모 출산 등 생식을 서포트하는 다양한 기술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생식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전통적 인간관과 가족관, 부모자식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이나 남성에게 복음일까? 아니면 ‘부자연스러운 욕망’을 부추겨 그들을 예상하지 못한 고뇌에 직면하게 하는 새로운 모럴 딜레마의 시작일까?

윤리가 못 따라가는 생식기술 , 이 모든 생식의료의 발전에 대해 다양한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낳을 수 있는 날까지 난자를 냉동해 두고 싶다!

50세 넘은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될까?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더 노화된 난자가 배란되기 때문에 자연 임신 성공률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난자의 노화는 아이를 소망하는 부부만이 아니라 독신 여성에게 있어서도 절실한 문제다.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자의 정자는 특히 수정될 당시 정자의 DNA가 나중에 아기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의료 기술이 바로 ‘냉동난자와 냉동정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만혼도 늘어나고 출산을 늦추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거의 매년 50% 정도씩 냉동 난자, 냉동 정자의 시술 건수가 늘고 있다. 뒤늦게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2세를 계획할 수 있기에 미리 냉동 난자와 냉동 정자라는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다.

국내 부부 7쌍 중 한 쌍이 난임부부라고 한다. 피임약으로 조절하던 가족계획이 난자와 정자 냉동 보관술로 대체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생식기술의 발달로 여성이 아이를 만드는 시기를 자신의 라이프 플랜 속에 자유롭게 세우게 될지도 모른다. 30대 초반 정도의 여성이라면 자신의 난자를 냉동해 둠으로써 난자의 시간을 젊은 상태 그대로 멈출 수 있다. 출산 시한, 즉 생물학적 시계에서 해방되게 된다. 여성이 커리어를 쌓고 경제적인 안정을 얻은 후 난자를 해동하여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30대까지는 커리어 확립에 전념하고, 40대가 되어 사회적 지위를 굳히고 경제적 안정을 얻게 된 후 아이를 갖거나 60대가 된 후 또는 정년퇴직 후 아이를 낳아 가정생활이 중심인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라이프 플랜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영국은 체외수정 기술의 종주국으로 불린다. 최근 영국은 최장 10년까지만 허용했던 난자와 정자의 보관기간을 10년에서 최장 55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싱글맘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정자은행과 자발적 비혼모의 선택


현대의 여성이라면 이제 더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영원히 관 속에 잠들어 있는 백설공주임을 포기하고, 스스로 잠을 깨고 일어나 독사과를 토해내고 취직한다. 그리고 정자은행에서 도너의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는다.

정자은행이란 큰 키와 고학력에, 건강하고 유전적 질환이 없는 등의 조건을 통과한 남성의 정자를 모아 액체 질소로 냉동보존하고, 고객이 희망하는 도너의 정자를 해동하여 정자 주입용 카테터로 자궁 안에 삽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이 도너 정자로 인공수정하여 탄생한 아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파트너를 갖지 않고 아이를 갖는 여성을 선택적 싱글맘 혹은 계획적 싱글맘, 비혼 싱글맘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은 사회적으로 허용되기 어려운 풍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데 아이는 갖고 싶다, 나의 뛰어난 유전자를 남기고 싶다, 결혼에 매이고 싶지 않다, 도너라는 ‘완벽한 연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과감하게 자신의 희망에 따라 이런 선택을 하고 있다. 인생의 ‘플랜 B’로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아이를 갖는 꿈을 이루는 것이다. 왕자님과의 결혼을 꿈꾸던 여성에게는 최선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이를 갖는다는 희망만큼은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도 최근 자발적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의 ‘정자은행’과 ‘인공수정 출산’은 법적인 부부에 한해서 행해지는 의료행위이므로 비현실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정자은행’이 있기는 하다. 한국 내에서의 정자은행은 전국에 5개 정도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들 정자은행은 공공 정자은행은 없고, 난임 부부만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가 차원의 정자은행이 없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제도화나 법적 기준이 있어야 하고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발전하는 생식기술은 인간에 대한 ‘구원’인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도전’인가?


생식의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용어이지만, 더는 우리에게 낯설고 무관한 문제로 덮어둘 수만은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았을 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근미래에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생식의료가 무엇이며 어떠한 효과 혹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생식의료를 이용한 출산이 한국보다 앞서 진행된 일본의 사례를 통해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사정과 생식의료 이용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현실에 입각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마주할 이 문제에 대한 방안과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생식의료에 보다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접근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서는 생식의료 기술의 윤리적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 가치판단은 오직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발전하는 생식기술은 인간에 대한 구원인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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