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지속과 소멸의 이중주- (2021.11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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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서길완
출판사항은행나무, 발행일:2021/11/12
형태사항p.147 46판:19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737090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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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잊어도 괜찮아, 잘못 기억해도 괜찮아
 잊음으로써 더 잘 기억할 수 있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아픔을 잊을 수 있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치유와 위로의 인문학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더 적은 것만 잊으려 애쓴다. 어제와 오늘을 연결해주는 기억의 지속과 그 오작동인 기억의 상실, 곧 망각은 늘 기억과 한 쌍을 이루는 존재다. 기억은 일상에서의 건망증이나 병증으로서의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서 알 수 있듯 의학에서도 주목받는 동시에, 인격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만큼 기억상실 소재가 문학과 영화 등의 극예술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모티프로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 기기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발달로 모든 것을 어디에서나 기록할 수 있게 된 요즘, 망각이나 착각과 같은 기억의 오작동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잘못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과연 망각은 제거해야 할 나쁜 대상일까? 트라우마와 치유의 문제에 천착해온 영문학자 서길완은 망각이 기억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억할 것을 더욱 잘 기억하게 해주는 상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역설한다.


‘토탈리콜’이라는 환상과 기억 강박의 시대,
망각에 대한 오해를 풀다


저자는 망각과 기억이 지닌 각각의 중요한 역할을 제시한다. 먼저 불필요하거나 아픈 상처를 잊음으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망각의 역할과 반대로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충격적인 기억을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새롭게 기억하여 지금의 자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서사적 기억’으로서의 기억의 역할이다. 두 관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는 것은 바로 ‘아픈 상처’이자 ‘충격적인 기억’인 트라우마적 기억이다.
기억 강박의 시대는 무엇이든 더 잘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발자크의 중편 <아듀>는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자아를 해치는 기억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본디 귀부인이었던 스테파니는 전쟁통에 남편이 사고사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본인은 적군에 나포되어 2년간 성적 유린을 당했다. 이 심대한 고통을 마주한 그녀의 자아가 택한 것은 그 끔찍한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을 잊는 것이었다. 스테파니의 옛 연인 필리프가 ‘아듀’(영원한 안녕)만을 외치고 다니는 광인이 된 스테파니를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 그녀에게 모든 기억을 되찾게 했을 때, 스테파니는 진정으로 안녕을 고하고 심장이 굳어 죽어버리고 만다. 이렇듯 자아를 위협할 정도로 끔찍한 기억도, 생존을 위한 망각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사람들은 트라우마적 기억들을 그저 기억 속에 묻어놓을 수만은 없다. 여기서 저자는 임상 심리학자 피에르 자네의 유명한 치료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심지어 신경증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 트라우마적 기억들에 올바르게 대면하는 것이 그 극복에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때 기억에 대면하는 방법으로 ‘서사적 글쓰기’를 제시한다.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를 쓴 사회학자 수잔 브라이슨과, 유방암에 걸려 유방 절제술을 받은 이후 사람들의 반응으로 입었던 깊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암 일기》를 쓴 시인 오드리 로드의 사례를 든다. 두 사람은 모두 과거의 충격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적 기억을 글쓰기를 통해 서사적 기억으로 전환하여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내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일 수 있는 사연으로 구체화하는 서사적 글쓰기는 수잔 브라이슨에게처럼 닥쳤던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을 수 있게 하고, 오드리 로드에게처럼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에 대해 지금의 관점에서 평함으로써 트라우마를 유발한 상대에게 사후적인 복수를 가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유발한 과거와 대면함으로써 과거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파놉티콘의 시대에는
완벽한 기억이 망각보다 큰 위협이 된다


익명으로 이슈가 된 인물에 대해서 금세 ‘신상’이 털려 대중들에게 공공연하게, 혹은 은밀하게 공개되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의 가상공간에는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그것도 SNS처럼 스스로의 손에 의해 소상히 노출되고 있다. 자신이 쓴 논문에 수십 년 전 마약류 환각제 흡입 경험을 기록한 것이 적발되어 미국 국경에서 입국을 금지당한 캐나다인이나 SNS에 음주 사진을 올렸던 것 때문에 교원 자격시험에서 탈락한 사례를 보자면 자연스러운 망각이 이루어지지 않는 디지털 공간의 기억이 개개인이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불법 촬영으로 인해 여성들이 기나긴 고통을 받는 현실 또한 하나의 참담한 사례가 된다. 바야흐로 디지털 파놉티콘의 시대인 것이다.
트라우마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나 디지털 시대의 외부 기억과 같은 은유적인 것이 아니라도, 실제로 모든 것을 완벽히 기억하는 것은 일상생활에 크나큰 지장을 안긴다. 알렉산드르 루리야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기록한 연구 대상 S를 비롯해 완벽한 기억력을 선보인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에 연관된 기억들이 과다하게 머릿속으로 흘러드는 탓에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한다. 망각 능력이 인위적으로 제거된 실험쥐가 실재하지 않는 기억 속 생존의 위협에 고통받다 죽어간 것처럼, 무조건 많이 기억하는 것과 삶의 풍요는 오히려 완전히 상충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망각 시장의 상술에 넘어가 젊은 시절의 기억력을 되찾기 위해 두뇌 트레이닝을 하고 기억 능력을 증진한다는 미신을 믿고 보조제를 산다.


온전하지 못할 때에 더욱 빛을 발하는 기억과
기억해야 할 것을 돋보이게 하는 망각에 관한 고찰


망각은 이성의 부족이 아니라 삶에 필요한 것이며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 니체의 말에서처럼 더 많은 기억이 아니라 적절한 망각이 삶의 풍요를 가져다준다. 또 다른 기억의 오작동 사례인 착각이 기억에 무의식이 원하는 바를 덧입힌 것임을 생각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기록이 아니라 망각과 착각이 작용하여 적절히 취사선택된 기억이 진정한 나의 기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망각이나 착각이 잘못이라기보다 자아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트릭이 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트로포니오스 신탁소에서는 신탁을 잘 기억하기 위해 이전의 기억을 잊는다는 의식으로서 망각의 여신의 이름을 딴 ‘레테’의 강물을 마신 뒤 기억의 여신의 이름을 딴 ‘므네모시네’의 강물을 마셨다고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유명한 마들렌 일화를 통해 망각의 심연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비자발적 기억’을 제시한 바 있다. 기억은 무조건 더 많이 하는 것에 그 미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망각의 체에 걸러져서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기억의 날줄’과 ‘망각의 씨줄’이 적절히 교차되어야 우리의 정체성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라는 옷감이 알맞게 짜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망각을 막연히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잊어도 되는 것을 잘 잊음으로써 더 풍요로운 기억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읽으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반려인문학
은행나무출판사 〈배반인문학〉 시리즈 출간!
인문학의 효용은 궁극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 나다움에 대한 발견에 존재한다. 또한 인문학은 스스로 성숙한 삶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근본의 힘을 제공한다. 〈배반인문학〉 시리즈는 이처럼 ‘나’를 향한 탐구,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질문과 그것을 둘러싼 사유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현대철학과 사회의 화두인 ‘몸’을 매개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필진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키워드를 선정해, 일상 속 인문학적 사유를 쉽고 명료하게 펼쳐낸다.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배반인문학〉의 다채로운 사유의 항해에 몸을 실어보자.

작가 소개

서길완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의 주된 관심은 트라우마와 치유의 문제다. 이와 관련해서 「글쓰기 치료와 실천적 증언으로서의 자전적 질병 서사: 오드리 로드의 ≪암 일기≫를 중심으로」, 「트라우마의 치유적, 창조적인 재전유: 트라우마 회고록의 가능성으로서 오드리 로드의 ≪자미: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도래하는 과거를 수용하는 트라우마의 능동적인 방편」 등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기억과 몸≫, ≪그로테스크의 몸≫, ≪애도받지 못한 자들≫, ≪폭력의 얼굴들≫, ≪우리는 가족일까≫, ≪내 친구를 찾습니다≫, ≪문학, 치유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함께 썼다.

목 차

들어가며
기억 강박 시대의 풍경


1장 기억과의 전쟁
기억과의 사투
신비로운 기억 능력?
기억의 역습
과거와의 사투가 벌어지는 현장들


2장 기억의 누수와 복원
기억의 가치
과거의 경험, 꼭 그대로 ‘리콜’돼야 할까?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으로 인해 초래된 기억장애와 마주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들
트라우마적 기억을 다루는 어려움


3장 누수된 기억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트라우마적 기억과 간접적 트라우마
기억해야 비로소 잊을 수 있는 기억
내 과거, 내 손으로 ‘포샵’하자


4장 망각의 가치, 그 필요성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기억하는 능력만 진화한다면?
디지털 기억 감시 시대의 위험
나를 잊어주세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회
기억과 망각의 시장
망각의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나가며
망각해도 괜찮아, 다시 기억하면 되니까
기억의 날실과 망각의 씨줄


인명 설명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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