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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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디파 아나파라
출판사항북로드, 발행일:2021/11/19
형태사항p.421 국판:22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879175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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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2021 에드거 상 수상작! ★


“얼마 전까지 나는 그냥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탐정이자… 찻집 종업원이다.”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르는 아동 실종 사건, 어린이 탐정단이 수사에 나서다!


2020 여성문학상, JCB 상 최종 후보작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NPR, 〈가디언〉 선정 ‘최고의 책’


“눈부시도록 찬란한 데뷔작.” _이언 매큐언


“못된 정령이 있다면 아이들의 영혼만 훔쳐 갈 거야.
아이들의 영혼이 가장 맛있으니까.”


보라선 열차의 종착지, 스모그 가득한 빈민가
사라진 친구를 쫓는 아이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나서다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는 아홉 살 소년 자이는 텔레비전 드라마 〈경찰 순찰대〉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아이다. 자이가 사는 곳은 쓰레기장과 높다란 장벽을 사이에 두고 신도시와 마주 보는 빈민가로, 한 줄기 빛도 통과시키지 않는 스모그 낀 하늘 아래 자그마한 양철 지붕 집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곳이다. 그 집들 가운데 하나가 자이와 가족들의 보금자리다. 부패한 경찰들이 불도저를 끌고 와 지저분한 마을을 통째로 밀어버리겠다고 매일같이 을러대는 탓에 늘 금방 이사할 수 있게 짐을 꾸려놓고 살아야 하는 등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자이와 친구들에게 그곳은 친숙한 삶의 터전이자 떠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다. 마을 근처엔 힌두인과 무슬림들, 그리고 개들과 인력거로 북적이고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노점들로 빼곡한 재래시장인 ‘유령시장’도 있다. 자이는 자기 집 문간에서 뿌연 스모그와 시장에서 풍겨오는 냄새 너머로 신도시의 화려한 고층 건물들이 발하는 불빛을 볼 수 있지만, 보라선 전철의 최종착지인 빈민가의 소년에게 부자들의 도시는 아득히 멀리만 떨어져 있는 별세계일 뿐이다.
어느 날, 빈민가 아이들이 연달아 실종되기 시작한다. 자이는 드라마에서 배운 수사 기법과 아직은 증명된 적 없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곧바로 가장 친한 두 친구 파리와 파이즈를 조사원으로 고용해 탐정단을 출범한 자이. 자이는 학교에서 항상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는 독설가 친구 파리나, 차별받는 무슬림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의 피해 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씨를 지닌 파리즈보다, 실은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들을 ‘반강제로’ 조사원으로 삼는다. 누가 탐정을 할 것이고 누가 조사원을 할 것이냐를 놓고 잠시 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자이와 파리는 ‘홈스와 왓슨’ 역할을 각각 맡고 있고 파이즈도 파트타임 조사원으로서 두 사람을 돕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는 사라진 아이들의 행적을 쫓아 탐문하러 주변 사람들을 두루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중에는 보라선 전철을 타고 가야만 하는 곳도 있다.
빈민가의 아이들이 타기에는 값비싼 보라선 전철 푯값을 얻기 위해 엄마의 저금통에서 돈을 슬쩍할 정도로 탐정단의 수사는 매우 의욕적이다. 그 덕분에 자이는 엄마의 저금통에 돈을 채워 넣고자 시장의 찻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자이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찻집 종업원이라는 신분은 유령시장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그렇게 ‘잠입 수사’를 시작한 탐정단 아이들은 유령시장과 빈민가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열정적인 수사 활극을 펼친다.
그러나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분투에도 사건의 실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빈민가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은 혹여 자기 자녀들이 납치될까 봐 마음 졸이며 아이들을 단속하고, 이 일련의 실종 사건 배후에 무슬림들이 있다는 음모론마저 퍼진다. 그리고 위험은 마침내 자이의 주변에까지 검은 손길을 뻗친다.


※자이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 소개
*자이: 아홉 살.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 〈경찰 순찰대〉와 〈범죄의 도시〉의 열렬한 애청 경험에서 쌓은 탁월한 수사력으로 자이 탐정단, 일명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리더를 자처해 맡고 있다. 공부도 잘하고 제법 아는 것도 많지만 수사 능력에 있어서는 감히 자이에 비할 수 없는 파리를 조사원으로 삼고 있으며, 말 많고 바쁘기만 한 파이즈도 조수로 두었다.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지닌 자이지만 가족에게는 비밀로 한 채 시장의 찻집 종업원이라는, 탐정에 썩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건 전부 보라선 전철 때문이다. 사라진 학교 친구를 찾으려고 조사원 파리와 함께 보라선 열차에 타느라 엄마의 비상금을 몰래 훔친 탓이다. 하지만 찻집 종업원 일은 훌륭한 탐정의 일이기도 하다는 걸 도무지 부정하기 힘들다. 시장을 오가다 차 한잔하려고 들른 사람들만큼 중요한 정보원이 또 어디 있을까?
“나는 수사극 드라마 수백 편을 봤어.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낼 수 있는 건 나뿐이야.”


*파리: 자이의 학교 친구이자,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일원. 스스로를 셜록 홈스라고 칭하는 자이가 파이즈에게 강제로 ‘왓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려다 실패했던 것처럼, 파리도 자신이 의도하여 조사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실은 자이가 파이즈에게 먼저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꽤 열심이고 꽤 진지하다. 언제나 성적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늘 도서관 책을 끼고 살면서 모르는 게 없는 지적인 소녀로서, 자이와 파이즈의 단점인 현저한 지식 부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을 너무 자주 무시해서 팀워크를 해칠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면이 있어 의지가 되는 당찬 친구다.
“잘 들어, 자이. 우린 오늘 수업 빼먹고 보라선 열차를 탈 거야. 이건 절호의 기회야.”


*파이즈: 자이의 학교 친구. 파리와는 만나기만 하면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처럼 싸워댄다. 향기 나는 비누를 사려고 돈을 버느라 자이와 파리 두 사람과 행동을 같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어서, 조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자이의 제안을 거절하고 단순 조수 역할에 머물고 있다. 무슬림으로서 차별을 받아온 터라 힌두인들을 못마땅해할 때가 있고 가끔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선한 심성만은 버리지 못한다.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행동대장 격이며, ‘정령’에 대한 많은 지식으로 자이를 유혹해 탐정단의 수사를 초자연적인 방향으로 자꾸만 빠지게 해서 이성적인 파리의 불만을 자주 사는 편이다.
“정령들은 어두운 곳을 좋아하니까, 지하의 빈 동굴에서 쩝쩝거리며 애들을 잡아먹겠지.”


사라진 아이들은 납치된 걸까?
아니면 정말로 정령이 데려간 걸까?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 탐정단 ‘보라선 정령 순찰대’의 세 아이, 즉 자이와 파리, 파이즈만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들과 더불어 사라진 아이들 모두다. 사라진 아이들은 저마다 사정을 지니고 있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 맞는 말더듬이 아이, 댄서가 되고 싶지만 집안 사정으로 시도조차 못한 채 일찌감치 생활 전선으로 뛰어든 아이, 부모 대신 연장자가 어린 동생들을 육아해야만 하는 가정의 아이, 남자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아이, 현실에서 소외되어 게임에 빠진 아이와 그 아이를 돌봐야 하는 어린 누나,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는 아이가 바로 그들이다. 아이들은 부조리한 일들과 무책임한 어른들로 가득한 비루한 일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삶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다. 사라진 아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인도 사회가 짊어진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품은 탈출의 바람은 곧 아이들의 실종 사건으로 이어진다. ‘상처 입은 아이들’과 ‘실종된 아이들’은 동의어가 된다. 아이들이 사라진 뒤에야 어른들은 뒤늦게 회복을 바라며 아이들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부패한 공권력으로 상징되는 인도의 기성 사회는 그들에게 도움은커녕 방해와 착취만 일삼을 뿐이다. 더군다나 신도시의 부자들이 빈민가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처럼, 빈민가 내에서 무슬림은 차별의 대상이다. 결국 상처 입은 아이들과 억압받는 여성들, 그리고 폭력 앞에 내몰린 소수자들은 ‘멘탈의 정령’이나 ‘교차로의 여왕’과 같은 착한 정령들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다. 무능력한 공권력과 무책임한 어른들을 대신해 자이와 친구들이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테다. 아이들은 다만 피해자나 피해자가 될지 모른 후보군에서 뛰쳐나와 비로소 적극적으로, 불의하고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고자 한다.
한편, 보라선 정령 순찰대는 실종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납치했을지 모를 범인을 끝없이 찾아다니지만 모든 게 정령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끝내 떨치지 못한다. 정령은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납치해 간 못된 정령이면서, 동시에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내는 수호 정령이다. 아동 실종 사건이라는 커다란 사건 위에서 세상과 처음 격돌하는 아이들 앞에 세계의 모순과 그 세계를 구성하는 어른들의 당착이, 스모그 가득한 몽환적 땅에 숨어 있는 양면적 존재인 ‘정령’으로 현현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어딘가에 사는 소녀가, 강 건너에 살거나 이 근처 동네에 사는 소녀가, 아니 이 나라의 모든 소녀가, 인적이 끊긴 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거야. (…) 그럴 때 교차로의 여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여왕의 정령이 나타나서 소녀를 도울 거야. 소녀를 괴롭히려던 남자는 소위 ‘참교육’을 받게 되는 거고. (…) 교차로의 여왕은 살아서 아직도 딸을 죽인 놈들을 찾고 있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도시의 모든 여자, 모든 소녀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두려워하지 마. 나를 생각해. 그러면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본문 중에서)


풍부한 질감으로 묘사된 낯선 세계,
신비와 열기로 가득한 인도라는 땅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빈민가의 아동 실종 사건을 통해 빈부격차, 부패한 공권력, 그리고 낙후된 권리의식 등 부조리로 가득한 세계와 처음으로 충돌하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이지만, 우리에게 인도는 여전히 낯선 땅이며 신비한 주술적 질문으로 가득 차 있는 제3의 세계로 인식되는 곳이다. 작가 디파 아나파라는 자신의 모국인 인도라는 땅을 향한 애증의 진솔한 화법으로써, 외부의 시각으로 인도를 바라본 여타의 창작물이 흔히 보이곤 하는 단면적이고 단편적인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라는 소설을 빌려 누구보다 솔직하게 인도의 민낯을 세상에 드러내고, 알리려 하는 것이다.
디파 아나파라는 인도 사회가 가진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그와 동시에 인도와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그곳과 그들의 삶을 소설 속에 ‘모사’하는 데 집중한다. 인도의 빈민가를 묘사하면서도, 작가는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곳에서의 ‘삶’ 자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려 한다. 이를테면 빈민가의 지저분한 거리와 비위생적인 환경, 그리고 거주민들의 낮은 의식 수준을 ‘내려다보는’ 시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치 그 한가운데서 실제로 경험하며 사는 듯한 수평과 흡수의 감각으로 독자들이 대리 체험하게 해준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인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념이 아닌 현상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는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의 두 가지 핵심적 요소를 포함한다.
하나는, 풍부한 질감으로 세계를 덧칠하며 풍성한 배경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것이다. 단일한 감각으로 한 세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부일 수 있는 세계를 쉽사리 평가하고 폄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충실히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모든 가상의 감각을 동원하여 그곳에서의 진짜 삶을 간접 체험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소설 속에 빈민가와 유령시장의 다양한 풍광을 손에 잡힐 듯 선연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그곳의 냄새와 맛, 감촉까지도 독자들의 감각에 혼란을 일으킬 만치 집요하게 전시한다. 또 다른 요소는, 생생한 인물들이다. 작가가 창조하거나 모사한 세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렇기에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인물 한 명에게조차 사연을 부여하여 기어코 인간미를 획득하게 된 그들을 소설 속 세계에 풀어놓고, 실제의 삶을 살게 한다. 마치 고도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자이와 친구들은 우리 곁에서 숨 쉬는 것처럼 소설 속에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며, 소설을 다 읽은 뒤에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어릴 적 친구들처럼 마음속에 진한 형상으로 남게 된다.


당차고 유쾌한 아이들이 들려주는 회복과 구원의 감동 서사
“엄마의 슬픔을 밟을까 봐 조심조심 걷는다.”


자이와 파이즈가 아동 연쇄 실종은 정령이 꾸민 짓일지도 모른다고 자꾸만 의심하는 것은 작품의 주제에 그들이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또한 성장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번갈아 맞닿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이들의 모험담이자, 자이의 성장 드라마, 그리고 어린이 탐정단이 등장하는 추리극이면서, 극우파의 소수자 탄압에 관한 비판적 우화이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족 이야기이기도 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도 서민 사회의 현실 보고서이자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헌사라 할 만하다.
이토록 풍부한 소재와 적나라한 현실 고발이 따뜻한 이야기에 적절히 스며들고 배합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작가인 디파 아나파라의 소설가로서의 역량과 오랜 기자 생활의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인도라는 나라를 향한 애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애정에서 비롯된 정성과 고집이 다른 요소들과 훌륭하게 결합하여 마침내 독자들로 하여금 낯선 세계의 비극을 동정이 아닌 공감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소설은 특유의 천진한 영혼에 의해 냉혹한 현실로부터 보호받던 아이들이 마침내 날것 그대로인 세계의 비극과 맞닥뜨리면서 겪는 혼란이 성장으로 갈음되는, 인생에 있어서 찰나와도 같은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여기서 ‘성장’이란, 곧 동심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망각의 세계에 빠뜨려 잃는 것을 뜻한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된 과거의 아이들, 즉 우리가 잃어버린 성장판의 기억, 그 첫 단계의 한복판에 선 아이들의 눈을 빌려 우리 스스로는 더 이상 최초의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흡사 그때의 영혼으로 돌아가 바라보게 하는, 신비하고 마법적인 체험과 같다. 언제까지나 낯설기만 한 세계가 아닌, 우리가 지나온 우리 곁의 세계를 바라보는 따뜻한 아이의 마음을 소설은 잠시나마 느끼게 해준다.
아직도 인도에서는 하루에 18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인도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심정이 이와 같은 훌륭한 성장 드라마이자 사회파 추리소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궁극적으로는 비극을 다룬 이 작품은 오히려 유쾌한 활기의 향기로 가득하다. 탐정단의 세 아이가 거의 만담에 가깝게 시종일관 투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가슴이 따스하게 젖어오고 웃음이 피어날 정도다.
이러한 작풍의 힌트는 빈민가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관점과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디파 아나파라는 ‘작가의 말’에서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빈민가 아이들의 회복력과 유쾌함과 당당함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아이들, 눈물을 먹고 꽃을 피우듯 비탄 속에서도 활짝 빛나는 순수한 그 영혼들이 곧 세계의 희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당차고 유쾌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어두운 곳에 숨은 착한 정령과 같은 구원의 가능성을 본다.


“궁극적으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 관한, 오직 그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다. 나는 그 아이들이 통계수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맞서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디파 아나파라
인도 남부 케랄라에서 태어난 디파 아나파라는 11년 동안 뭄바이와 델리를 비롯한 인도의 여러 도시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가난과 종교적 폭력이 어린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심층 보도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저널리즘 상, ‘모든 인간의 권리’ 미디어 상, 산스크리트프라바두트 저널리즘 펠로십을 수상했다.
영국 이주 후 기자 시절의 경험과 인도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첫 소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앞부분만으로 브리드포트 페기채프먼-앤드루스 상과 루시케번디시 소설상, 데버라로저스 재단 문학상을 수상하며 영미 문학계에 초신성의 출현을 알렸다.
이후 장편소설로 완성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 NPR(내셔널퍼블릭라디오) 등의 매체에 의해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여성문학상 최종 후보와 인도의 최고 권위 문학상인 JCB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2021년, 미국 추리 작가 클럽이 한 해 동안 출간된 가장 뛰어난 영미 미스터리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거 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와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다양한 수상과 후보 지명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장르의 경계는 물론이고 심도 있는 여러 주제 의식을 아우르는 풍성하고 밀도 높은 작품이다.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실종 사건을 배경으로, 빈부격차와 성차별, 부정부패, 범죄 등 온갖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는 인도 사회를 천진하면서도 명민한 아홉 살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는 이 소설은 현재 전 세계에 23개 언어로 번역, 출간 중이다.

 

옮긴이 : 한정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마이클 코넬리의 『블랙박스』, 『드롭: 위기의 남자』, 『다섯 번째 증인』, 『나인 드래곤』, 『혼돈의 도시』, 『클로저』, 『유골의 도시』, 『엔젤스 플라이트』, 『보이드 문』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다음 사람을 죽여라』, 『헛된 기다림』, 『소피의 선택』, 『속죄』 등이 있다.

목 차

하나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
나는 물구나무서서 우리 집을 바라보며…
우리 학교는 꼭대기에 가시철조망이 있는…
나는 범죄자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
바하두르
오늘 밤이 이 동네에서 지내는 마지막 밤이야…
탐정으로서 우리의 첫 번째 업무는…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아서…
옴비르
파리와 내가 이런 이야기는 안 하지만…
어린이 복지 협회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돌아가보니…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
3주 전에 나는 그냥 학생이었지만…
루누 누나와 내가 숙제를 하고 있을 때…
다음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와보니…
안찰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줄을 서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지만…
루누 누나는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찬드니
힌디사마지 당의 시위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크리스마스는 우리 동네의 무서운 악마가…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우리가 이 동네를 떠나야 하는지…
샨티 아줌마가 우리의 일요일을 책임질 대장이지만…
카비르와 카디파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이 거야
새해의 학교는 작년의 학교와…
다음 날 아침 우리가 경찰서에 가보니…
루누
스모그를 젖히고 새벽 동이 트자마자…
쓰레기장은 바스락거리는…
겨울 내내 스모그가 우리 동네 색깔을…
오늘은 루누 누나가…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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