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인공지능의 등장, 인류세의 그늘을 성찰하는 21세기 포스트휴먼 사유의 최전선을 읽는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의 충격에서 2021년 메타버스 열풍까지, 디지털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인간의 의미는 물론이고 현실세계의 의미까지도 뒤흔들고 있다. 그와 더불어 기후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환경 문제의 본격화는 인간중심주의에 빠져 있던 기존의 세계상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휴머니즘만으로는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 너머의 인간’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현실로 다가온 포스트휴먼 시대의 실상을 이해하고 다채로운 포스트휴먼 사유를 깊이 있게 성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 너머의 인간’이 어떻게 가능하고 그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잘 정리된 답변을 제시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관계를 따져 묻는 데서 시작해 포스트휴먼 기술, 동물권과 생명, 휴머니즘의 명암, 지구법학 등에 이르는 다양한 탐구 주제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인간’과 ‘인간 너머’의 관계를 오랫동안 성찰해온 신학과 종교학 연구를 재해석하여 포스트휴먼 논의로는 최초로 신과 종교의 문제를 다룬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을 깊이 사유하려면 분과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학제 간 융합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책은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이 지난 5년간 함께 고민하고 성찰한 공동연구의 산물이다. 이 모임에서는 의학자, 과학기술학자, 수의학자, 신학자, 종교학자, 변호사, 목사, 윤리학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포스트휴먼 시대의 신, 인간, 자연’의 의미를 다시 묻고 미래를 위한 공통의 지반을 마련하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과 ‘인간 너머’의 새로운 만남
포스트휴먼 현상은 정보과학과 인지과학, 생물학과 나노공학의 급속한 기술적 발전과 함께 19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확산되어왔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기술과학적 변화와 도전 앞에서 인간의 미래를 고민하는 담론이지만, 단순히 기술과 과학의 범주로만 환원할 수 없는 폭넓은 외연을 지닌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한 인간 조건에 관한 고유한 성찰의 산물이며, 이렇듯 ‘인간 너머의 인간’을 고민하는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은 전통적인 인간 해석의 사각지대를 둘러싼 새로운 질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종교학, 형이상학, 윤리학, 법학, 생명공학, 뇌인지과학,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구축되는 인간에 대한 이미지들을 차례로 검토한다. 그리고 ‘인간’, ‘영혼’, ‘마음’, ‘자연’, ‘인공지능’, ‘포스트휴먼’, ‘신’에 관한 21세기 여러 연구 성과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인간/인류 이후’, 혹은 ‘인간 너머’의 뜻으로 다가오는 포스트휴먼 논의는 그동안 배척되어왔던 인류의 ‘타자’(동물, 기계, 신, 자연 등)를 포괄하려는 사유로 해석할 수 있다. 수 세기 우리 문명의 중요한 동력이자 철학적 기초가 되었던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적 해석을, ‘인간 너머’로 확대하고 전환하려는 동기가 포스트휴먼 사유에 있다. 이는 ‘인간 너머’의 것을 ‘인간 본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편입시키는 관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전향적이다. 인간과 돌의 차이를 전제로 인간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돌의 동일성을 전제로, 혹은 인간과 돌의 상호의존성을 전제로 인간을 해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포스트휴먼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타자는 이제 인간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것들을 어떻게 진정한 타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포스트휴머니즘 사유는 인류세의 그늘, 기후위기, 환경의 역습, 인공지능의 등장을 맞이하는 인간의 불안한 지위에 대한 적극적 사유이다. 그러나 포스트휴머니즘 사유는 인간의 불안한 지위를 다시 근대로 회귀시키거나 인간 파멸의 선포로 퇴각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사유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동물, 기계, 신, 자연이라는 수많은 타자와의 새로운 공존을 위한 공동체적인 실험을 모색한다. 이를 위한 해석적 자원으로 신학과 종교학처럼 오래전부터 ‘인간’과 ‘인간 너머’의 관계를 성찰해온 기존 연구에서 도움을 얻기도 하고 또 그러한 연구 자체를 재해석하기도 한다. 휴머니즘의 빛과 그림자를 뛰어넘으려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사상적 실험이 어떻게 창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경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에서 신경학과 인지신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지과학회장,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편집장을 역임하고, 현재 게임과학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인지신경과학과 임상 신경학 분야의 다양한 주제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종교와 과학, 비디오 게임을 통한 뇌 발달과 뇌 건강 증진 등의 주제에 대해 연구해 왔다.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에 소속되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문명에 관한 논의에 참여했다. 공저서로 『게임하는 뇌: ‘게임 인류’의 뇌과학 이야기』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 등이 있다.
저자 : 홍성욱
과학기술학자.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에 소속되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문명에 관한 논의에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 『모던 테크』 『실험실의 진화』 『포스트휴먼 오디세이』 『크로스 사이언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등이 있고, 공저서로 『미래는 오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등이 있다.
저자 : 우희종 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 대학에서 생명약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대표를 역임했고, 카피레프트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종교 간의 대화에 관심이 많고, 자신을 기독교인이자 불교인이라 생각한다.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에 소속되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문명에 관한 논의에 참여했다. 저서로 『생명과학과 선』이 있으며, 공저서로 『생명』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붓다와 예수』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1장 인공지능과 인간지능 / 이경민
2장 포스트휴먼 테크놀로지 / 홍성욱
3장 포스트휴먼 사회의 동물권과 생명 / 우희종
4장 휴머니즘의 빛과 그림자 / 전철
5장 서구 휴머니즘과 그리스도교에 대한 성찰 / 김태연
6장 생명, 생태, 지구 / 강금실
7장 포스트휴머니즘과 해방의 정치 / 김진호
8장 포스트휴먼과 고통의 해석학 / 이상철
주 / 서지 사항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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