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명사적 사고’를 만나다
“계몽은 동사에서 명사를 잉태시켰으나 엉덩이가 무거워진 명사들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 동사를 깔아뭉개고 있었다.”
“명사, 혹은 명사적 사고만큼 인류사를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지배했던 발명은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동사로 살다》는 철학자 김영민이 쓴 이 두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저자 박동섭은 김영민의 《컨텍스트로, 패턴으로》에서 명사적 사고, 동사적 사고라는 말을 우연히 접했다. 처음에 이 명제는 물론이거니와 책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생소한 어휘꾸러미와 낯선 논리 전개 때문에 한 쪽 읽는 데 한나절 걸린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어로는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일종의 천둥소리 같은 예지의 말을 청취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성 들여 듣고 온몸으로 음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이 갑자기 세계의 벽을 뚫고 다가온 듯했다
박동섭은 비고츠키 심리학과 그로부터 파생된 사회·문화·역사적 접근, 그리고 상황학습론(Situated Learning) 등에 기초한 질적심리학, ‘담화심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최근에는 파슨스와 뒤르켐 등의 규범 사회학을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학을 창시한 해럴드 가핑클의 에스노메소돌로지(Ethnomethodology) 연구도 병행한다. 그는 비고츠키 심리학을 만난 뒤, 마음을 일종의 고정된 실체로 간주하는 주류 심리학이 채용하는 진리라는 이름의 박제된 절대주의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노력했다. 마음은 기껏해야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진리의 다른 극단인 무리(無理)로 치닫는 무책임한 상대주의에 보기 좋게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능력, 장애, 마음은 모두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공고히 하는 쪽으로 달렸다. 이러한 편협함은 극단적인 사고(진리 혹은 무리) 말고 제3의 사고(일리)가 있다고 역설한 김영민의 ‘일리의 철학’과 만나면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사로 살다》는 명사적 사고에서 동사적 사고로 나아가는 지적 여정에 관한 자기 고백이다.
허위상식 뒤집기
《동사로 살다》는 대학 강단을 떠나 독립연구자로 사는 박동섭의 첫 철학에세이다. 일상 언어와 학술 언어의 경계를 쉴 새 없이 넘나들며,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뒤집기를 시도한다. 한마디로 ‘허위상식 뒤집기’다. 김영민, 우치다 타츠루, 레프 비고츠키, 에마뉘엘 레비나스, 해럴드 가핑클 등의 사상을 지나며 저자가 발견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허위상식은 ‘명사적 사고’다.
명사적 사고란 ‘객관적 사실이 실체(명사)로서 존재한다’는 사고다. 김영민은 《철학과 상상력》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어디에 쌓아 둔다’는 발상이 가능한 소이(所以)는 인간을, 그리고 특히 정신(mind)을 장소적, 공간적인 개념으로 오인한 데 있다. 데카르트가 정신의 본성을 ‘사유하는 실체’라는 말로써 파악하려 했다는 고전적인 인용을 재론하지 않더라도 실상 ‘무엇을 담아 놓을 수 있는 상자’ 같은 것으로 마음을 영상화, 공간화시키는 태도는 일상인들이 ‘마음’에 대해 갖는 기초적인 상상력을 지배한다. 그러나 마음을 상자같이 꽉 막혀진 어떤 것(something)으로 보는 소위 ‘명사적 사고’(Nounal mode of thinking)는 무슨 실험과 검증을 거쳐 밝혀낸 생리학적인 탐구 결과가 아니라 잘못된 유비관계(analogy)가 빚은 시각적인 오류에 가깝다.”
이러한 명사적 사고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을 깊고 넓게 지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립”, “자립” 쉽게 말한다. 하지만 자립은 단지 타인으로부터 독립해서 생계를 꾸리거나, 혼자서 빨래하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것과 다르다. 정해진 수입이 있어서 집세를 내는 것은 자립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뭔가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우리는 자기책임으로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것은 ‘이념’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과 이념은 모순이다. 이 모순되는 요청을 잘 절충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자립은 홀로 서면서도 의존하는 양상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자립한 사람은 “아, 이 사람은 자립하고 있구나. 정말 훌륭하다. 대단하다”와 같은 주위 사람들의 승인과 경의를 버팀목 삼아 서 있는 존재이지, 혼자서 공중에 붕 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자립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늘 뭔가를 부탁받고, 조언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의뢰받고, 의논할 일이 생겼을 때 찾아갈 수 있다. 이처럼 자립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바꾸어 말하면, 자립은 관계 속에 몸과 마음을 두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박동섭은 오랫동안 인류가 이렇게 실체에 붙박인 삶을 살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니, 이제는 관계(동사) 중심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관계와 실체를 오가는 삶
“인간(人間)이라는 말을 적확하게 풀면 ‘사람과 사람 사이’다. 여기서 방점은 사람(개인)이 아니라 ‘사이’에 있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말은 ‘나(명사)’라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너 사이의 움직임(동사)을 가리킨다. 무인도에서 “나는 인간”이라고 아무리 소리쳐 보시라.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없으면,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너와 나 ‘사이’가 없으면 나는 인간일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 나와 너 ‘사이’, 나와 타자 ‘사이’를 사는 것, 사이를 묻는 것, 사이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인간 삶이다. 그리고 그 사이는 오로지 행위(동사)로써 가로지를 수 있다.” 황경민 시인의 이 글만큼 ‘동사적 사고(삶)’에 관한 단순명쾌한 정의는 없어 보인다.
물론 요즘엔 명사에서 동사로 급격하게 운전대를 돌린 사람들, 즉 오로지 동사적 삶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The Death of Truth)》를 쓴 미치코 가쿠타니(Michiko Kakutani)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파괴한 대표적인 것으로 “언어에 대한 신뢰”를 꼽는다. 이 책에 따르면, 데리다 철학을 미국에 도입한 몇몇 포스트모더니스트는 텍스트를 “불안정하고 환원 불가능할 정도까지 복잡하며 독자와 관찰자에 따라서 점점 가변의 의미가 부여”되는 것으로 보고, 텍스트 해석에서 극단적인 상대주의를 선포했다.
이 세상에 객관적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세계 인식은 각각의 주관적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원리적으로 맞다. 즉 ‘앎’으로서는 타당하다. 우리는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바람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세계는 이런 것이다’라는 인지를 늘 압도한다. 사회문화적 사이보그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만인은 객관적 실재 같은 것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망상 속에서 평온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봐도 비상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적 사실은 실체(명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한층 진화된 앎의 차원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한층 진화된 앎의 차원은 명사적 사고에서 동사적 사고로의 진화를 뜻한다. 그런데 이 동사적 사고라는 앎이 폭주하면 비상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도' 아니면 '모' 식의 사고 또한 경계해야 한다.
명사적 사고의 폐해가 크다고 해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당도해야 할 목표가 동사적 사고인 것은 아니다. 우리를 진짜 성숙으로 이끄는 힘은 ‘관계(동사)와 실체(명사)를 오가는 바지런하고 느릿느릿한 삶’이다. 명사적 사고에서 동사적 사고로 진화는 하나의 앎에서 다른 앎으로 갈아타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둘 사이의 왕복운동은 다른 앎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삶 그리고 몸이 성숙하는 도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관심의 집적과 새로운 지평에의 참여가 왕복운동을 가능케 한다. 우리의 삶과 깨침에 따라 다른 경지와 지평이 열린다.
작가 소개
박동섭
박동섭독립연구자.‘○○ 연구자’라는 제도화된 아이덴티티로 살아가는 일의 한계를 실감하며 ‘아이덴티티 상실형 인간’으로 살고 공부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비고츠키를 연구하며 대중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동사로 살다』, 『레프 비고츠키』, 『해럴드 가핑클』, 『회화분석』, 『우치다 선생에게 배우는 법』을 썼고, 『보이스 오브 마인드』, 『수학하는 신체』,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스승은 있다』, 『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책을 펴내며
1부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메시지
방귀가 선물이 되는 순간
“나, 누나 좋아해요”의 현상학
가독성의 본질은 ‘쉬움’에 있지 않다
어른의 신
기계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얕은 도덕과 깊은 도덕이 있을 뿐
악이 아니라 악인부터 시작하자
소수파의 말하기
2부 명사에서 동사로
사상은 언제 부활하는가?
어른이란
자립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상식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동사로 살기가 빠지기 쉬운 함정
교양 재생 프로그램
과거는 가변적이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역사 공부는 연대표 외우기부터
계속하는 힘
동사로서의 종교
가끔은 명사적 사고가 필요하다
3부 몰역사적 개체에서 사회문화적 사이보그로
마리는 과연 요리를 만들었을까?
허구와 현실의 다툼
사회문화적 사이보그인 나
남성/여성은 사회문화적 사이보그와 관계없죠?
24초 룰이라는 디자인된 현실
계산하는 생명
아빠, 그럼 지금부터 점심밥 먹자!
‘일상’에서 ㄹ을 뺄 수 있다면
역자 소개
null
재화 등의 배송방법에 관한 정보 | 상품 상세설명페이지 참고 |
---|---|
주문 이후 예상되는 배송기간 | 상품 상세설명페이지 참고 |
제품하자가 아닌 소비자의 단순변심, 착오구매에 따른 청약철회 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반품비용 등에 관한 정보 | 배송ㆍ교환ㆍ반품 상세설명페이지 참고 |
제품하자가 아닌 소비자의 단순변심, 착오구매에 따른 청약철회가 불가능한 경우 그 구체적 사유와 근거 | 배송ㆍ교환ㆍ반품 상세설명페이지 참고 |
재화등의 교환ㆍ반품ㆍ보증 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 |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및 관계법령에 따릅니다. |
재화등의 A/S 관련 전화번호 | 상품 상세설명페이지 참고 |
대금을 환불받기 위한 방법과 환불이 지연될 경우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 및 배상금 지급의 구체적 조건 및 절차 | 배송ㆍ교환ㆍ반품 상세설명페이지 참고 |
소비자피해보상의 처리, 재화등에 대한 불만처리 및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분쟁처리에 관한 사항 |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및 관계법령에 따릅니다. |
거래에 관한 약관의 내용 또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 | 상품 상세설명페이지 및 페이지 하단의 이용약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