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형제복지원의 운영자인 박인근 원장과 그의 일가는 수천 명에 달하던 형제복지원 사람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모든 이들이 감시와 감금의 대상이었고, 비뚤어진 군대식 문화가 일상 전반에 작동됐다. 산기슭에 있던 주례 형제복지원, 그 산을 깎아 터를 닦고 직접 흙으로 벽돌을 만들고 쌓아 건물을 올린 이들도 형제복지원 원생들이었다. 이들은 낚시 공장, 가구 공장, 봉제 공장, 목공장 등 각종 공장에서 무급에 가까운 노역을 하루 10시간 이상 감당했다. 제대로 된 치료 대신 상처 부위에 소금이나 된장을 발라야 했고, 쓰레기나 다름없는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했다. 박인근 원장을 위시한 관리자들에게 원생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원생은 단지 돈벌이 수단,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구타는 일상이었고, 성폭행도 비일비재했다. 박인근 원장은 형제복지원을 폭력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원생 간에 계급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체벌하도록 했다. 폭력에 저항하거나 도망가다 잡혀 돌아오면 죽을 만큼 때렸고, 실제 많은 이들이 모진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달한다) 시신은 뒷산에 암매장했고, 일부 시신은 해부용으로 대학병원에 팔기까지 했다.
현직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살아남은 형제들’이라는 기획 보도를 통해 27인의 피해생존자를 비롯해 6인의 시대의 목격자를 만났다. 이들의 증언을 담은 기사와 동영상을 매주 한 편씩, 총 33편을 게재했고, 거기에 수천·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엄청난 호응이 따랐다.
증언을 얻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3인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저자는 “차마 듣기 힘든” 증언 하나하나와 마주해야 했고, 다시 돌아가 증언을 원고로,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세 번 네 번 이상 다시 보아야 했다. 저자의 후기에 따르면 “피해 당사자에 비하면 하찮은 정도일 테지만 이 작업에 관여한 모든 이들에게도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할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저자를 힘들게 한 것은 “피해자들의 절규 섞인 증언이 새로 갱신되는 이슈들에 밀려 점차 힘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결국 그는 1년이 지나 다시금 증언을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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