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따뜻함, 너그러움, 친절함, 공감…… 어렵지 않게 보여 줄 수 있어.
그냥 종이를 접기만 하면 될 때는.”
가식을 벗고 위선을 떼어 내고!
그림책으로 철학하는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던지는 도발적 질문,
우리의 도덕적 선택에 대한 심사숙고를 이끌어 내는 대단한 작품.
빨간 점선으로 나뉘는 완전히 다른 결과,
접었다 폈다 활동을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놀이 그림책.
■ 접고 펴고, 오로지 내 결정으로 바꾸는 세상
다양한 천, 오래된 종이, 바느질, 콜라주,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의 조합으로 개성 있는 그림과 철학적 깊이를 선보여 온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신작 《이렇게 접어요》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탐구가 정점에 이른, 아주 새롭고 무척 간결하고 더없이 솔직한 그림책이다. 절대 홀로 존재할 수 없지만, 당장의 작은 불편함도 참기 어려워하는 우리에게 타성에 젖은 ‘선’과 ‘공생’과 ‘관용’을 설득하는 대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또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를 스스로 묻고 또 묻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교과서에서 끄집어내진 도덕의 포장을 벗기고 직시하며 우리는 그 허약함에 당황하기도 하고 이기심에 새삼 놀라기도 하고 편의적 해석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리네 삶의 원칙이었던 ‘도덕적 선택’을 돌아본다.
■ 보다 나은 삶, 보다 덜 외로운 삶을 위해
팔을 뻗어 옆을 보는 여자아이. 그 시선을 따라 표지의 접힌 날개를 펼치면 머리에 종이를 접어 쓴 남자아이가 나온다. 표정은 알기 어렵지만 살짝 숙인 고개는 무언가 꾸중을 들은 듯하고 누나는 그런 동생의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다.
펼쳐진 공책에 삐뚤삐뚤 쓰인 ‘다시는 책 모서리를 접지 않겠습니다.’ 아하, 책을 접으며 장난치다 혼난 걸까? 여자아이는 약간 삐죽거리는 표정으로 “정말?”이라고 되묻는데, 마치 드디어 이 책에서 지금까지 배운 원칙을 깨트릴 수 있어서 좋아하는 표정 같다.
접지 말라고 배운 책 모서리를 한 장 한 장 접으며 시작한다. 우선 놀이로 풍선을 타고 날고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두 팔을 번쩍 올려 공놀이를 한다.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의 뚜껑을 덮어보고, 부채를 든 팔을 움직여 부채질을 해 본다. 부채질은 종이를 접었다 폈다 빨리할 수도, 느리게 할 수도, 억지로 하기 싫은 것처럼 할 수도 있다. 황급히 떠나는 신데렐라의 구두 한 짝이 놓인 층층 계단도 접어 본다. 좀 복잡하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접는 책이다. 종이를 접는 독자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바뀐다. 행복한 새끼 돼지와 어미가 도축되는 살코기로, 한 발 벼랑 끝으로, 벗겨진 윗옷으로, 손 위로 떨어지는 피아노 뚜껑으로…….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 개가 꼬리를 세우고 흔든다. 반가워서 일수도 있고 누군가를 공격하면서 일수도 있다. 새끼를 뱄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땐 자기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훨씬 공격적이 된다. 이 개는 다음 장면의 도움을 구하는 이들에게 달려들 수도 있고 환영할 수도 있다. 개는 도움을 구하는 임신한 여성과 같은 처지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싶고 무엇을 듣고 싶고 무슨 생각이 들까?
보기 싫거나 혼란스럽거나 피하고 싶은 건 가려버릴 수 있다. 종이로 된 문을 닫아서.
우리들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폭력을 쓰지 않고, 아무도 해치지 않는…….
그런데 우리는 왜 우월감을 가지고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하거나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 책에서는 고를 수 있습니다. 냉정함이냐 공감이냐?
입장의 표명은 종이 위에서 이루어질 뿐입니다.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연습일 뿐이죠.
왜냐하면 종이를 접는 것은 쉬우니까요.
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만큼 쉬워요.
_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 대화를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도덕적 선택에 대한 심사숙고를 이끌어 내는 책
책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 선택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작가는 이야기한다. 도와줘도 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돕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라도 남을 돕기 위해 달려가나? 돕지 않는다는 것의 나쁜 점 또는 좋은 점은 무엇일까?
단지 종이를 펼치는 것만으로 다른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장면……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을 수치스럽게 하고 얼마나 쉽게 다른 이의 비밀을 함부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반작용이 있는 법, 움츠러든 여성은 도전적인 눈길과 꽉 쥔 주먹으로 내면의 반감을 드러낸다. 어쩌면 결연한 투쟁 의지까지.
도덕적 원칙에 입각한 가르침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군자인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깨트리지만,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일 수도 있다.
돕거나 외면하거나…… 빨간 대각선 줄이 그어진 부분이 책 바깥으로 툭 나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그 경계를 벗어날 수 있는지, 왔다 갔다 경계를 옮길 수 있는지, 경계를 파괴할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렇게 이 책은 대화를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도덕적 선택에 대한 심사숙고를 이끌어 낸다. 독자들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교육받은 대로가 아닌 ‘진짜’ 생각을 하게 된다. 상황의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나를 그 속에 집어넣어.
우리는 가끔 운명이 대신 결정한 것이라고 회피하지만 우리는 그 운명에 개입할 힘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 모두가 할머니가 떨어지지 않게 미리 잡아 주는 게 떨어져서 다쳐서 돌봐줘야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거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를!
■ 매우 용기 있는 발언과 솔직한 내면이 결합한 참신한 책
사자의 우리를 열어 주자 사자는 어흥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든다. 우리에 가두었을 땐 안전했는데(적어도 사람에게는) 맹수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니 종이를 접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 책은 한층 더 어려워지는 ‘연습 문제’로 가끔은 정말로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생의 ‘학생들’에게 진짜 인생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의 잔인함을 직시하게 만들고,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우리의 양면을 들여다보게 하면서.
인생의 결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고, 세상일에는 항상 양면이 있고, 우리 모두의 본성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 자기 자신의 문제로 직접 다가오지 않는 한, 직접 맞닥뜨리지 않는 한 무슨 선언이라도 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와우, 종이를 펼치니…… 사람은 풍선을 타고 도망쳐 사자에게서 스스로를 구할 수도 있다. 미리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대범하게 보여주는 대단한 반전이다.
종이로 만든 문은 열기 쉽고, 열쇠도 없으며, 벽처럼 견고하지 않아, 문이긴 문이지만 사실은 문이 아닌 것이다. 뭐라고 쓰고 뭐라고 선언하고 뭐라고 선한 의도를 말해도 마치 언제 손가락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피아노의 뚜껑처럼 아슬아슬할 수 있다.
매우 용기 있는 발언과 솔직한 내면이 결합한 《이렇게 접어요》는 종이로 만든 세상, 종이 위의 선언을 뛰어넘는 진정성으로 ‘삶’과 ‘실천’, 그 무거움을 비로소 의식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이것은 매우 어려운 책이에요. 이 어려운 시기에 좀 더 밝고
희망에 찬 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위험을 상기시키고,
현상의 다른 면을 생각하게 하는 책, 우리의 선택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첫 번째 종류의 책들, 예쁘고 다정한 책들을 필요로 하겠죠.
(그들은 책을 보고 인생의 어려움을 잊고 싶어 해요.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얼마 전에 그런 시기가 있었지만 지나갔어요.)
하지만 인생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두 번째 책을 필요로 해요.
(그들이 어려움 속에서 조금 덜 외롭기를, 그들이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기를)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이유를 주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이유를 제공하는 책이요.
_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폴란드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기획자 이지원의 소개로 《생각》과 《발가락》을 논장에서 출간한 뒤 한국의 출판사들과 많은 작업을 하였습니다. 《생각하는 ㄱㄴㄷ》, 《문제가 생겼어요!》, 《학교 가는 길》, 《네 개의 그릇》,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등 감수성과 철학적 깊이가 돋보이는 책들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세 번(논픽션, 픽션, 뉴호라이즌 부문) 수상했습니다. 2018년에 이어 2020년에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옮긴이 : 이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에서 미술사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어린이책 연구에 힘씁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책들과 《잃어버린 영혼》, 《영원히 사는 법》, 《알록달록 오케스트라》 등 여러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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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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