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도시 마리엔탈 -사라진 일자리와 파괴된 공동체에 관한 사회지학-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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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마리 야호다, 파울 라차르스펠트 외
출판사항이매진, 발행일:2021/11/26
형태사항p.247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531126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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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기본 소득’보다 ‘기본 노동’

- 허물어지는 삶 속에서 돈보다 중요한 일자리


전체 주민의 4분의 3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활기 넘치던 거리는 섬유 공장 철거 공사 소음과 말없이 서 있는 ‘길모퉁이 남자들’로 스산했다. 1930년대 대공황,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마리엔탈 이야기다. 무너진 공장처럼 일상이 허물어진 도시에는 체념과 냉담이라는 ‘팬데믹’이 자리했다. 2020년 10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와중에 오스트리아 남부 노동청은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학자들하고 함께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장기 실업자를 대상으로 ‘공공 고용 서비스’라는 일자리 보장제 프로그램을 구상해 마리엔탈을 무대로 3년에 걸친 실험에 들어갔다.

마리 야호다, 파울 라차르스펠트, 한스 차이젤은 실업 도시 마리엔탈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세 사회학자는 1931년 가을 예비 조사를 시작해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와 참여 관찰을 적극 활용해서, 선험적 예단과 주관적 기술을 배제한 채 특정한 공동체를 살피는 사회지학(Sociography)이라는 방법론을 써, 앙상한 공식 통계와 우연적 인상에 바탕한 문학적 신문 기사가 놓친 일자리 잃은 노동자의 삶을 직조했다. 실업은 영혼을 잠식했다. 기대감과 활동의 위축, 시간 감각의 붕괴, 폭넓은 무기력 상태 등으로 요약되는 ‘사회적 인성 구조의 붕괴’가 일어났다. 일자리를 잃고 우리 식구 밥벌이는 내가 한다는 자존감이 무너진 20세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리엔탈 이야기는, 팬데믹과 일자리 소멸의 시대에는 어정쩡한 ‘기본 소득’보다 ‘기본 노동’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사라진 일자리와 파괴된 공동체

- 노동으로 생계를 벌지 못하는 실업자 도시의 사람들


주민의 절대 다수가 공장 노동자와 그 가족인 마리엔탈은 대공황의 파고를 넘을 수 없었다.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 급여가 나왔지만 어떤 경제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실업은 게으름을 낳고, 충분하지 못한 실업 급여는 가난한 게으름으로 이어졌다. 정해진 출퇴근과 노동 시간이 일상에 부여하던 질서와 의미가 사라진 자리에서 여가와 휴식은 설 자리를 잃었다. 시간이 남아돌지만 의미 있는 활동은 모자랐고, 열띤 정치 토론이 벌어지던 노동자회관은 실없는 농담만 오갔으며, 더는 신문이나 책도 읽지 않았다. 길모퉁이를 서성이거나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세월을 낚았다. 공동체가 파괴됐다. 피곤하지 않은데 낮잠만 잤으며, 하는 일도 없는데 밥때는 들쭉날쭉하고, 가족들은 흩어졌다.

마리엔탈로 간 사회학자들은 전문가 인터뷰, 생애사 녹음, 학교 글쓰기 사업, 심리학적 테스트, 식사 기록표와 시간 기록표 작성, 걷는 속도 측정, 의료 상담, 모임 대화 내용 기록,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 등을 활용해 실업자를 둘러싼 상황을 ‘온전-체념-절망-냉담’으로 구분했다. 자기 노동으로 생계를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열망 수준이 낮아지면서 의욕이 떨어진 사람들은 무기력을 넘어 냉담에 접어들었다. 불운한 삶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는데, ‘과거에 특별히 부유하던’ 이들이 원래 가난한 이들에 견줘 실업에 맞서서 능숙하게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렇지만 여성은 또 다른 희생자였다. 실직한 남성이 냉담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도 여성은 쉴 새 없이 집 안팎에서 ‘일’을 했다. 결국 실업자 도시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시간의 의미가 달랐다. 꼼꼼하게 기록된 실업자와 가족, 실업자 도시의 생생한 모습은 실업이라는 역병이 휩쓴 한 공동체의 전형적인 삶으로 되살아났다.

‘시간의 의미’라는 제목을 단 7장은 특히 흥미롭다. 연구팀의 한 성원이 남성이 여성에 견줘 중심가를 더 천천히 가로지르고 도중에 자주 멈춰 선다는 사실을 알렸다. 연구자들은 스톱워치로 사람들이 멈춰 서는 횟수를 세고 걷는 속도를 쟀다. 비개입적 관찰을 진행한 결과 여성들은 실업 상태가 아니라 그저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을 바쁘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 사용뿐 아니라 실업에 대처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성별 간 차이에 관련해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한 셈이었다. 모두 꼼꼼하게 관찰한 결과였고, 경험적 데이터를 편견 없이 해석해 거둔 성과였다.


다시 생겨나서는 안 되는 비극

- 일자리 소멸 시대에 돌아보는 오늘 같은 어제


일자리만 있다면 주 120시간이라도 일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는 21세기 한국에서 《실업자 도시 마리엔탈》을 둘러싼 20세기 역사는 더욱 각별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18년에 하루 8시간 노동제가 확립되고 1920년에 실업 급여 제도가 실시됐다. 또한 마리엔탈 연구를 시작하라고 권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을 이끈 오토 바우어였다. 바우어는 노동자들이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양태를 조사하겠다며 찾아온 연구팀을 질책하면서 오히려 실업자들이 놓인 현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가르쳤다. 실업은 혁명이 아니라 체념과 무기력을 낳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르크스주의 교의에 충실한 자본주의 붕괴론도 흔들렸다.

1933년에 독일에서 초판이 출간된 《실업자 도시 마리엔탈》은 저자들이 유대인이라 표지에 저자명을 적을 수 없었고, 얼마 안 가 세 사람은 모두 다른 나라로 몸을 피했다. 1960년에 독일어판이 새로 나오고 1971년 영어판이 선보인 뒤 조금씩 읽히다가, 인공 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2017년에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됐다. 한 공동체 전체의 실업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현지 조사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세 저자는 단 하나의 바람만을 품고 실업 도시 마리엔탈을 떠난다. 이런 조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비극적 기회가 우리 시대에 다시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바람 말이다. 세 저자들이 우리에게 묻듯이 우리들도 물어야 한다. 


“이런 삶은 얼마나 계속될 수 있는가?”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스 차이젤

(Hans Zeiselㆍ1905~1992)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학자이자 법학자. 나치가 부상하자 1938년에 미국으로 떠났고, 시카고 대학교 법학 전문 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정량적 사회과학 기법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배심제를 다룬 《판결 지연(Delay in the Court)》(1959)과 《미국의 배심제(The American Jury)》(공저, 1966) 등을 썼다. 


옮긴이 :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불안한 승리》, 《능력주의》,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자기 땅의 이방인들》 등이 있다.

목 차

추천사

트랜잭션 출판사판 서론

미국판 서문. 40년 뒤


1장 서론

2장 공장 도시

3장 생활 수준

4장 식단과 가계비

5장 피곤한 공동체

6장 빈곤에 맞선 대응

7장 시간의 의미

8장 줄어드는 회복력


후기

사회지학의 역사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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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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