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도살하지 않은 고기가 당신의 입속에 들어가기까지-(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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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체이스 퍼디
출판사항김영사, 발행일:2021/12/15
형태사항p.278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498015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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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기후변화, 식량위기, 동물권 이슈 등에

자본주의 방식으로 접근한 푸드테크 기업의 도전과 미래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말이 최근 하나의 밈으로, 우스갯소리로 회자되었다. 이 표현에서 단적으로 살필 수 있듯, 고기는 ‘먹으면 기분 좋은 음식’ ‘기력 보충하는 음식’ ‘되도록 많이 먹고 싶은 음식’ ‘대접하기에 좋은 음식’ 등 우리나라에서는 단순 섭취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식품이다. 단적으로 삼겹살과 치킨은 김치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육식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비거니즘과 함께 대두되는 동물권 이슈 이외에도 제기되는 문제가 많다. 우리가 먹는 고기 양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한 동물 사료,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인구증가와 식량안보 문제 등. 하지만 ‘그러니 우리 모두 채식을 해야 한다’라는 명제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육식은 채식보다 인류의 역사에서 훨씬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다수이며, 채식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선뜻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이들 다수가 지닌 육식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기존 육식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안이 바로 세포배양육이다. 콩고기와 달리 세포배양육은 재래식 고기의 식감과 육즙, 맛 등을 꽤나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가 어느 세포배양육 제품을 시식하는 장면을 표현할 때 배양 닭고기 살이 기존 닭고기처럼 결을 따라 겹겹이 쪼개지는 대목에서는 저자와 함께 읽는 사람도 함께 신기하고 감탄할 정도다. 또한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하기에, 재래식 고기가 지닌 노로바이러스, 살모넬라균 등 세균의 위협에서 자유롭고 그렇기에 안심하고 날것으로 섭취할 수도 있다. 고도의 기술력 때문에 아직 재래식 고기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게 시장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업계의 노력으로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손가락으로 고기를 뜯어 살펴보면서 맛을 음미하는 동안 10초 정도 침묵이 흘렀다.

“오, 와우!” 고기의 섬유질 형태에 주목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실제 닭가슴살을 떼어낼 때는 닭고기가 사실 여러 가닥의 실처럼 떼어진다. 실험실에서 이런 질감을 복제해내기는 정말 어렵다. 멤피스미츠의 과학자들은 세포들이 이런 조직을 복제해낼 수 있게 올바른 배양액을 구하고 바이오리액터 기술을 찾아내야 했다. 바로 이들이 해낸 것이다. 그리고 내 손에 시제품이 놓여 있었다. -152쪽


재래식 고기는 동물의 분뇨나 여러 외부 환경에 자주 노출되므로 안전을 위해 특정 온도 이상으로 요리해서 살아 있는 미생물을 태워 없애야 한다. 하지만 세포배양육은 완전히 살균된 환경에서 키우기 때문에 바깥 세계의 고기보다 더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말로 원하기만 하면, 이론적으로는 배양육을 바로 통에서 꺼내 먹을 수도 있다. -57쪽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와 창립자 조시 테트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핵심은 세포배양육 업계의 성장과 세포배양육 제품이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수용되는 데 겪는 어려움이다. 저자는 이를 학술적으로 설명하기보단 구체적인 대화와 장면으로 보여준다. 조시 테트릭이 네덜란드에서 세포배양육 시판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모습, 아시아에서 사업을 발표하고 투자받는 모습, 가공육 대기업과 B2B 파트너십을 맺으려 애쓰는 모습 등을 읽을 땐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다.

이외에도 조시 테트릭이 채식에 관심을 보인 청소년 시절과 창립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등의 내용도 더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스트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동아시아에 있는 세포배양육 기업을 다루며 각기 기업이 지닌 특징과 강점 등을 제시한다.


책에서 알 수 있는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은 재래식 고기와 관련된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세포배양육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저스트가 세계적인 가공육 기업 JBS와 파트너십을 맺으려 시도하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또한 종교적 이유로 특정 고기의 섭취를 금하던 국가에서도 세포배양육으로 인해 육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예견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도축하지 않았기에 세포배양육 고기 제품은 할랄과 코셔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세포배양육 관련 국내 보도에서도 세포배양육으로 인해 스님이 고기를 섭취할 수 있을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진 바 있다.

환경 문제를 바로잡고 비거니즘이나 동물권 강화 등 신념을 실천하면서 큰돈까지 거머쥘 기회. 세포배양육 시장에 뛰어드는 게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본주의적 접근이라는 책 속 대목에 끄덕이게 된다. 1932년 윈스턴 처칠은 〈파퓰러 메카닉스〉 기고문에 “우리는 날개와 가슴살을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기르는 바보 같은 짓을 할 필요 없이 적절한 도구로 각 부위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세포배양육과 같은 식품의 도래를 예견했다. 정말 세포배양육을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는 날이 올까?


테트릭은 단순한 자본 투자 이상의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는 JBS가 저스트의 기술을 사용하기를 원했다. 퓨처미트테크놀로지스를 제외하면, 이런 시도는 세포배양육 분야에서 저스트가 다른 배양육 스타트업에 비해 두드러진 점이다. 물론 회사 경영권에 간섭이 종종 있겠지만, B2B 모델을 추구함으로써 저스트는 제품의 범위를 극적으로 확장시켰다. -157쪽


“전 세계를 비건화하려는 실현 불가능한 시도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상층부에서부터 변화해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처투자가 커트 올브라이트 Curt Albright는 말한다. -165쪽


‘고기란 무엇인가?’

육식의 원점에서 고민해보다

이점이 분명해도 미래 먹을거리 시장을 차지하는 일은 순탄치 않다. 목축업자들로 대표되는 기득권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업을 이어온 다수의 목축업자들은 세포배양육을 ‘가짜 고기(fake meat)’라고 지칭하며 폄하하고, 워싱턴에 로비하여 세포배양육 업계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고 애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세포배양육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어떤 기관이 담당하고 어떤 규제를 적용해야 할지 혼선을 빚는다. 세포배양육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행정과 법의 변화는 복잡하고 느리다.


배양육 시판을 현실화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한동안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목장주와 농장주 들이 불안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이슈는 민간 영역에서 해결하고자 몰두한 문제였다. 나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주요 육류산업 단체 대표들은 ‘가짜 고기’라는 용어를 쓰며 새로운 기술을 폄하했다. 그들에게 배양육은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전 세계적인 싸움을 위한 신의 선물이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위협이었다. 세포배양육이라는 개념의 존재만으로도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에 위협인 경우가 많았다. -175쪽


경제, 정치적인 어려움보다 더한 어려움이 있다. 바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다. 아무리 가격이 재래식 고기와 비슷해진다 한들, 식탁에 세포배양육으로 조리한 요리를 내놓고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까? 세포배양육은 유전자변형일까? 유전자변형 식품과 자연 그대로의 식품 중 무엇이 더 나은 걸까? 소재는 과학적이며 책이 주로 다루는 건 산업 이야기이지만,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남는 질문은 지극히 인문·사회학적이다.


더욱이 철저히 관찰자 입장으로 다양한 주체와 이들 사이 역학 관계, 논란을 그대로 다룬 저자의 거리감이 빛을 발한다. 세포배양육을 소개하고 이 산업을 들여다보면서 저자 체이스 퍼디는 이 제품을 우리 일상에 품을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피터 싱어 교수, 세포배양육 개념을 고안해낸 엘런 가(家), 가공육 및 식품 대기업의 기업가, 여러 세포배양육 스타트업 대표, 저스트에 거액을 투자한 홍콩의 부호 등. 저자는 마냥 세포배양육 업계 편을 들지 않고, 세계 각국을 발로 뛰며 수집한 여러 의견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세포배양육 업계의 투명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고 심리, 문화적으로 진입이 어려운 부분에 일견 공감하기도 한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윤리학 교수이자 《동물 해방》의 저자인 피터 싱어에게, 고기처럼 생명 연장에 근본적 요소를 분자 수준에서 다시 재구성해내려는 실험실의 시도가 지나치게 위험한지 물었다. (…) 싱어는 내 물음에 직설적으로 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우리가 자연 그대로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또 항상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식품을 얻는 데 그저 자연에만 의존했다면 여전히 곡물을 주우러 다니고 열심히 사냥해야 했을 겁니다. 무조건 자연 그대로가 황금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16, 217쪽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물을 것이다. ‘고기란 무엇일까?’ ‘기존의 육식을 계속해도 될까?’ ‘배양육이 최선의 대안일까?’ 때론 흥미롭고 때론 찝찝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답을 요약해 쉬이 건네기보단, 생각할 거리를 안겨줄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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