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역성이란 무엇이며, 건축가로서 제주에서 끌리는 공간은?
제주 풍토를 잘 이해한 건축물은 무엇인가?
지역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제주의 풍경을 만드는 이는 누구인가?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등 거장의 건축물도 구석을 차지하겠지만 결국 다수의 건축은 지역 건축가에 의해 계획되고 그 지역의 풍경의 수준으로 연결된다고 보면 된다.이 책은 또 ‘지역성’이라는 오래된 화두를 제주의 젊은 건축가들은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가를 담은 제주 건축 담론집이다.
날씨와 풍광으로 따지면 걸어다니기에 최적의 지역이 제주라 할 수 있지만 정작 제주가 걷기 불편한 도시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는 건축가들의 제안을 받아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함을 말한다.
“제주도는 도로를 잘 닦는데, 앞으로는 시대가 달라진다. 도로에 치중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심도 분산되지 말고, 이왕이면 압축하여 만드는 게 낫다. 집중해서 인프라를 만들고 나머지는 자연에 돌려주는 방식을 생각해본다.”(183쪽)
제주의 자연을 일개 기업이 사유화했을 때 발생하는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섭지코지가 알려지면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서,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착한(?) 관청이 여기저기 길을 뚫어놓았다. 그것도 왕복 4차선으로, 일출봉과 섬지코지로 연결되는 관광객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해결일 수는 있으나, 지역민과 공생을 위한 최선책인지는 의문이다. 조그마한 집으로 어우러진 동네인데, 강남대로 같은 큰 도로를 만들면 작은 집들과 스케일의 충돌이 발생한다. 그게 우리 마을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더욱 문제라 생각한다”(197쪽)
인구 감소, 환경 보존을 위해서는 건축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하기도 한다.
“최근 도시계획은 격자 그리드로 만드는데, 울퉁불퉁하던 지형은 사라지고 땅의 모양은 흔적도 없이 밀어버리고 있다. 앞으로 그런 도시계획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제2공항이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제2공항 배후도시를 만든다면 또 격자 그리드를 만들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건축의 주인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자본이 건축의 주인이다. 그러니 건축과 도시는 황폐화된다.”(252쪽)
물리적 확장이 아닌 가치의 전환 방식으로 도시를 재구성하는 건 어떨까?
“일상의 경험을 잠깐 바꾸는 것도 건축일 수 있다. 하나에만 집중하는 도시재생은 오래걸린다. 그건 그렇게 하고, 키치한 것은 토치에 톡톡톡 불을 붙이듯이 점적으로 해보자. 점적으로 하면 연속성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연속성을 지닌 도시 재생은 다른 분들이 하고 있으니까, 나는 쿡쿡 찌르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143쪽)
인터뷰이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자연과 풍경’이다. 좋은 건축이란 ‘있어야할 장소’에 있으면서 그 장소와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건축일 것이다. 그 다음 열쇠말은 ‘공존과 배려’이다. 제주는 바람이 많고 거세서 집들을 ‘옴팡진’ 땅에 낮게 지었다. 거기에 혼자 높은 집은 없었다. 제아무리 멋있는 건축이라 해도 개성이 강해 주변과 어울리지 않거나 경관을 독점한다면 그것은 좋은 건축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주 건축가들은 나름 세대 구분을 해왔는데 <나는 제주 건축가다>에 참여한 건축가는 그들이 구분한 세대 가운데 6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다.6세대 젊은 건축가들은 제주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점에서는 선배 세대들보다 유연하다. 그것은 오늘날 땅과 사람, 삶과 역사, 지형과 풍경 등 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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