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류의 보편적 경험으로서의 출산은 대중매체에서도 끊임없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다양한 조명과 접근이 이루어져 왔다. 인간의 경험과 기억이 글이나 영상으로 기록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출산의 문제를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언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출산의 양상과 접근 태도를 살펴본 다섯 편의 글을 엮었다. 가장 고전적인 대중매체인 신문과 잡지에 출산이 소개되는 양상을 비롯하여, 영상매체인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임신과 출산의 장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두루 살펴보았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 사회에서 주목하였던 출산의 장면들, 이것이 당시의 사회상과 어떻게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출산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습에 큰 영향을 받아온 영역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출산’, ‘대중매체’, ‘의료’의 세 가지이다. 출산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건이기에 전통적으로 의료 행위의 최초이자 최대 관심사였다. 출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위기 상황에 의료 행위가 개입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의료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가를 짚어본다면,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산은 질병은 아니지만 여전히 의료의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접근을 시도한 점은 인류의 삶에서 인쇄매체와 영상매체가 발달하면서 출산의료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중매체에 반영되고 소개되는 출산의 양상은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 사적이며 은밀한 과정으로 치부되었던 출산이 공론화되는 역할, 경험(관습)에 의존했던 출산 과정에 관한 정보가 공개적으로 다루어짐으로써 객관화되고 체계화되는 역할, 때로는 출산을 사회적인 차원의 행위와 사건으로 이전시키는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어떤 경우는 사회 제도의 모순과 비극을 읽어낼 수 있는 자료가 되거나, 고통을 겪은 당사자를 대변하는 창구가 되었다.
이 책은 대중매체에 그려진 출산을 통해 각 시대별 출산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고, 이것이 대중에게 어떻게 작용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출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관념을 두루 살펴보고, 근현대 출산문화의 형성과 변화, 그리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역사와 철학, 문학 전공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관점을 바탕으로 대중매체에 형상화된 출산의 현상과 의미를 살펴보는 시도이다.
작가 소개
김현수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목 차
01 백 년 전 임산부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_ 박윤재
―허신의 「지상병원」 상담을 중심으로
02 관습과 싸우는 새로운 출산법, 여성들의 선택 _ 장수지
―1950년대 『중국부녀』 잡지로부터
03 공공연한 비밀 _ 신지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감춰진 임신과 출산의 그림자
04 고통은 통증과 다르다 _ 김현수
―<그녀의 조각들>의 가정 분만 사건을 중심으로
05 우리 모두를 위한 ‘원더 윅스(Wonder Weeks)’_ 염원희
―TV드라마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으로 본 출산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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