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할아버지와 손녀 이야기
캐시는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그런데 요즘 할아버지가 조금 이상해요. 인형을 사서 나가려는 손님을 배웅해주다가 다시 인형 값을 계산해야 한다고 불러 세우거나, 돋보기안경을 장난감 진열대에 놓아두기도 합니다.
방금 전 일을 자꾸 잊어버리는 할아버지가 걱정되는 캐시는 함께 병원에 갑니다. 검사 결과를 받은 후, 할머니는 캐시에게 슬픈 소식을 전합니다.
할아버지는 앞으로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갈 거라고 합니다.
캐시는 당장에 바다로 여행을 떠나자고 합니다. 그날부터 캐시는 할아버지와 추억을 모읍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소리, 냄새, 풍경을 하나하나 새겨두기로 합니다.
얘야, 너를 잊는다면…….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의 기억은 점점 더 사라지고, 할아버지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모인 생활 보호 시설이라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할머니는 매일 그곳을 방문하고, 할아버지의 생일에는 캐시도 함께 갑니다. 할아버지는 이제 캐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캐시가 볼에 뽀뽀를 하자 할아버지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떠오릅니다. 또 캐시가 준비해 간 조개껍데기와 모래, 갈매기 우짖는 소리 등을 펼치자 할아버지는 이내 바다를 떠올립니다.
캐시는 할아버지를 여전히 사랑하고, 할아버지 또한 캐시를 사랑합니다.
기억을 잃는다 해도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든,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 등 병으로 인한 것이든 기억을 잃는다는 건,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건 놔둔 곳을 잊는다든지, 무언가 하기로 한 일을 깜빡한다든지 하는 일상생활의 불편함도 큰 당혹감을 느끼게 하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다는 게 가장 슬픈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머릿속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마음에 아로새겨져 있는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캐시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며 알 수 있습니다.
기억을 잃는다 해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캐시가 사랑하는 그 할아버지이고, ‘캐시’라는 이름이 할아버지 머리에서 지워졌다 하더라도, 또 캐시가 손녀라는 사실조차 사라졌다 하더라도 캐시는 할아버지가 “얘야.”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약학을 공부했고 뇌졸중에 관한 논문으로 책을 내기도 한 글 작가가 담담하게 묘사한 할아버지와 손녀 이야기에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이 더해, 가족간의 사랑을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조언을 전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안 스베르츠
벨기에 헤일에서 자랐습니다. 약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고 주로 건강 관련 잡지와 의학지에 칼럼을 쓰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쓸 때 가장 열정이 넘칩니다.
그린이 : 엘리네 판 린덴하위젠
네덜란드 흐로닝언에 있는 미네르바 아카데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고, 지금은 네덜란드 캄펜에 살며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와 책 읽기, 플리마켓 구경하기를 좋아합니다.
옮긴이 : 이민희
언어의 조각들을 오래도록 매만지고 싶어 번역의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낯선 이야기 속을 천천히 헤엄치는 순간을 가장 사랑합니다. 『드라이』, 『우리가 함께 달릴 때』,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내가 지워진 날』, 『화장실 벽에 쓴 낙서』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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