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외로운 아이들’, 방치된 다문화 교육
“외로워.”
7살짜리 아이의 혼잣말이다. ‘심심해’가 아니라 ‘외로워’여서 믿기지 않았다. (중략) 7살 아이도 외롭고 스무 살 청년도 외롭다. 그들이 외로운 이유는 자신이 주류집단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외로운 아이들」 중에서
이 책은 다문화-이중언어 교육 전공자인 조형숙 저자가 다문화를 배우고 교육하며 얻은 것을 그가 겪은 경험들에 녹여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다문화와 다양성을 논의하고, 전 세계가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만큼 저자는 우리 사회도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밀양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미국으로 다시 청주로. 물설고 낯선 곳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으로서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조형숙 저자는 2010년에 아들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가면서 다문화 가족이 되었다. 의도치 않게 아들은 현지에서 영어를 못하는 ‘다문화 학생’이 되었으며, 그는 ‘다문화 엄마’가 되었다. 이민 다문화 가족이 되면서 자녀를 교육하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으며, 저자는 다문화-다언어 교육에 대해 연구한 것을 통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문화 교육의 방식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 ‘준비 됐나요’ 다문화 사회의 길
농민 인구 230만 명, 이주민 250만 명. 우리나라는 현재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출산율은 저조하여 인구의 자연증가는 줄어들고 있지만, 국제이동에 의해 사회적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꾸준히 다문화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다문화 가정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제대로 된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에 이민 온 다문화 학생은 ‘(모국) 사람인데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인식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민 2세대는 “나는 이주민이 아니야!”와 같이 1세대와는 또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동화주의적 접근법으로 학교 수업이 진행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즉, ‘한국인’에 그들을 동화시키고자 하는 교육 방식은 옳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아이들은 두 개의 문화와 두 개의 언어 사이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도식 속에 그들을 동화시키기보다 인지를 ‘조절’하여 다양한 도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숭유억불 정책을 폈지만 유교문화에 동화되지 않았고, 불교문화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한국인」 중에서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다문화 이야기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인도 학생에 대한 에피소드는 외국 사람을 무조건 이해해주고 무례함을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문화 다양성에 대한 저자의 교육관을 볼 수 있다.
“인도 학생에게는 화난 얼굴로 고함을 지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해. 실수를 이해해 주면 자기가 계급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걔가 미국 학생한테는 절대 안 그러거든.”
이후 라만딥이 예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나도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나에게 다과를 권하고 자기 페이스북을 보여주며 더 상냥해졌다. -「내가 몰랐던 인도」 중에서
▶ 인종전시, 문명을 가장한 야만의 뿌리
‘인종’이라는 개념은 다문화주의와 다문화 교육이 출발하는 계기이며, 17세기에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노동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즉, 인종적 차이가 있어서 인종차별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찾아내고 그 차이에 ‘열등함’이란 의미를 부여한 것이 인종주의다.
책의 3장에서는 ‘인종주의’가 저자의 경험과 함께 다뤄지고 있는데, 같은 백인이어도 그 사이에서 우월과 열등이 나뉘는 등 세부적인 기준이 있지만 정작 유색 인종,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은 통으로 묶는다는 점을 짚는다. 저자는 다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인종적 차이가 적은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인종과 관련한 개념들을 깨닫고, 미국에서 노마 진 선생님과의 대화, 아들과 함께 간 무료 진료소, 다양한 나라의 유학생이 참석한 수업 속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인종주의 문제를 독자에게 알려준다.
사람의 피부색은 가지각색이다. 크게는 희고 밝은 백인종부터 황인종과 흑인종까지 다양하다. 한국인 중에도 피부색이 밝은 사람도 있고 어두운 사람도 있으니 피부색을 특정하기 어렵다. 흔히 살구색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크레파스 색깔은 피부색으로 보기에는 매우 밝은 편이다. 백인 위주의 글로벌 사회경제구조 속에서 옅은 색을 피부색의 디폴트값으로 지정하는 것은 백인 위주의 가치를 당연시하는 셈이다. -「스타킹과 피부색」 중에서
▶ 다중언어, 외려 장려해야죠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 나라의 언어를 모두 구사하는 경우도 있고, 엄마나 아빠 나라의 한 언어만 습득하는 경우도 있다.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박주호의 자녀들은 한국어와 영어, 독일어를 상황에 따라 잘 구사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 사용을 보여준다.
여러 언어를 배우면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인지 발달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은 학문의 외피를 쓰고 공개적으로 차별을 실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부모로부터 배워 자유롭게 구사하는 박주호 선수의 아내처럼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구사자의 인지와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그 자녀의 인지와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까? -「언어 차별과 언어 권리」 중에서
저자는 미국에서 아들과 조카가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관찰하고 도우면서 학생들이 젠더와 사용하는 언어로 무리가 나뉘고, 다문화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처럼 실제 다문화 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또 가정에서는 어떻게 언어를 사용하는지 보여주면서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는 한국이 취해야 할 언어 교육 방식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 소개
조형숙
1969년 경남 밀양출생
1995년 부산대학교 영어교육과 학사
2004년 미국 조지아대학 이민자 언어교육 석사
2015년 미국 플로리다대학 다문화-이중언어교육 박사
박사논문 : 다문화 학교에 재학 중인 혼혈학생의 인종과 언어 및 자기 정체성 연구(Race, Language, and Identities of Biracial Children in Multicultural Schools in South Korea)
10여 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국제교류교육원 전임연구원과 대학교 입학사정관을 거쳐 2017년부터 서원대학교(옛. 청주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의 다문화교육진흥위원과 부산시 다문화가족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목 차
프롤로그
1장 다문화 교육
다문화 교육과 책무성
미국 학교와 경쟁
한국과 미국의 고등학교 진학
외로운 아이들
중도입국 학생을 위한 학교
다문화 학교는 어디로 갔을까?
모든 학생이 봉사활동을 해야 할까?
아시아계 학생은 똑똑하다고요?
2장 문화 다양성
인구절벽과 국제이주
‘우리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한국인
내가 몰랐던 인도
협박 편지와 문화 다양성
외국인 범죄와 편견
이주민의 정치참여
이민자의 미나리와 가야금
냄새와 문화
3장 인종 다양성
다문화주의와 인종
백인 혈통
이병헌과 인종주의
인종차별을 걱정한다고요?
차별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옐로 피부색
인종문제를 바라보는 백인과 유색인종의 관점
인종차별지도와 행복지도
“너는 아시아 사람이었니?”
인종과 의료보험
스타킹과 피부색
노예제를 통해 바라보는 역사교육
4장 언어 다양성
인종과 언어
전쟁 같은 ‘언어 배우기’
리멤버 노마 진(Norma Jean)
언어 차별과 언어 권리
제2 언어로 소통하기
푸에르토 리코와 제주도
왜 부모 나라의 말을 배워야 할까?
이민가정 첫째 아이의 역할
에필로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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