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수상한 이웃집 남자와 탐정 지망생 소녀의 미스터리 추적기
다래는 탐정이 꿈이지만, 중학생인데다 보수적인 아빠 탓에 그럴듯한 추리를 해 볼 기회가 없다. 생활 반경이 좁아 다래에게 주어지는 사건이라고는 냉장고에서 사라진 아이스크림 행방을 쫓거나 반에서 일어난 지우개 증발 사건의 전말을 캐내는 일, 스트리트 댄서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 고작이다. 이렇듯 생활 밀착형 추리 연습을 하며 탐정의 꿈을 키워 가는 다래에게 계단을 오르며 이웃집을 관찰하는 일은 꽤 오래된 습관이다. 때로는 오가는 이웃을 통해, 때로는 현관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통해 사건의 냄새를 맡는다. 여느 날처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16층인 집까지 올라가던 중, 다래는 빈집이라 늘 굳게 닫혀 있던 옆집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한다. 저녁 8시가 넘은 때다. 이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시각인데다, 이삿짐 상자에 여자의 손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다래의 날카로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기다 낮고 음산한 남자 목소리까지. 다래는 생각한다. ‘수상하다, 수상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녀
옆집 남자 하이즈는 추리 소설을 쓰는 사람치고 소심하고 겁이 많다. 그렇지만 자기가 연재하는 웹 소설을 모방한 범죄로 보이는 사건을 모른 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즈는 강력계 형사인 친구를 통해 형사들과 공조해 살인범을 검거할 계획을 꾸민다. 웹 소설에 살인범에게 보내는 비밀 제안을 숨겨 살인범을 유인하려는 계획인데, 다래의 예리한 눈에 이 비밀 제안을 들키고 만다.
드디어 작전을 수행하기로 한 디데이. 막상 검은 피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자 하이즈는 잔뜩 겁을 먹는다. 거기다 다래 오빠 여지욱의 훼방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데 실패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다래의 기지와 고양이의 예민한 감각, 다래와 호흡이 척척 맞는 온겸의 협공으로 살인범 검거에 성공한다. 아빠가 보호라고 생각한 통제는 과잉되었고, 과잉된 보호는 아이에게는 구속일 뿐이다. 아빠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다칠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로 다래가 복싱이나 주짓수를 배우는 것조차 반대했지만 사실 다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다.
남들 다 출근할 시간에 집에만 있는 남자
다래가 관찰한 바로 남자는 혼자 산다. 늘 소량의 음식만, 문 앞 배달로 배달시켜 먹는다. 한여름에도 후드 점퍼 모자를 뒤집어써 얼굴을 숨기고, 누군가와 마주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듯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의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보아 직업도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골초다.
의심의 눈초리로 옆집 남자의 동태를 살피던 중 다래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사건 현장과 ‘검은 피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서도 옆집 남자를 포착한다. 그것도 모자라 집 안에서 여자를 납치, 감금하고 있다는 의심할 만한 소리까지 들린다. 더는 망설이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다래는 친구들과 함께 작전을 펼친다. 문을 열어 주지 않으려고 하는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남자가 문을 살짝 연 틈을 타 억지로 문을 홱 열자, 후닥닥 무언가가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남자는 절규한다. “안 돼, 소연아!”
옆집 남자가 혼자 산다고, 무섭게 생겼다고, 집에만 있으니 직업도 없을 거라고, 다래는 함부로 의심한다. 의심에 의심이 더해져 어쩌면 남자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하지만 다래가 여자라고 생각한 소연은 고양이였고, 납치가 아닌 보호였다. 집이 직장이기도 한 남자의 직업은 작가다. 출퇴근이 필요 없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거다.
이렇듯 1인 가구 비율이 30%가 넘는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남성 1인 가구는 부정적인 편견에 자주 노출된다. 혼자 사는 남자는 지저분할 거라고, 성격적 결함이 있을 거라고, 폐쇄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혼남일 거라고 쉽게 의심받는다. ‘정상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가고 있는 지금. 틀림이 아닌 다름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까? 의심의 퍼즐이 모두 잘못 끼워 맞춰졌다고 깨달은 다래는 말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수상하다고 사람을 의심하지 않겠다고.
작가 소개
선자은
그림책도 쓰고, 동화도 쓰고, 청소년 소설도 쓴다. 재미있는 생각과 이야기라면 무조건 다 쓰고 싶다. 청소년 소설 『ID를 입력하세요: 엘리스 월드』 『펜더가 우는 밤』 『제2우주』 『계약자』 『빨간 지붕의 나나』 『엄마의 레시피』 『소녀 귀신 탐정 1, 2, 3』 『아무 사무소의 기이한 수집』을 썼다.
목 차
옆집
검은 피
지우개 도난 사건
김별
납치범
소연
수사
범인의 흔적
검은 피?
이웃의 정체
하이즈의 메시지
혼자 사는 여자
디데이
사건 종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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