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는 것이 우리 몸에도 땅에도 좋은 법”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전 지구를 위협하는 지금,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우리 전통 죽공예 이야기
우연히 들어간 증조할아버지의 방에서 삼다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그 안에 든 건 낡은 수첩 하나였지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려는 찰나, 번쩍 하며 스르르 나타난 뜻 모를 문구, 그리고 마법처럼 상자에서 뻗어 나온 빛! 마치 삼다를 부르는 듯한 그 빛을 향해 삼다는 끌리듯 들어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순간 이동한 곳은 바로 1983년의 증조할아버지네 집. 그 시절 아버지의 몸이 된 삼다는 격주로 오전반, 오후반이 나뉘는 국민학교에 다니고, 할아버지를 따라 전수관에도 다닙니다. 전국 곳곳, 세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할아버지의 기술을 배우러 오는 것을 보고 삼다는 정말 자랑스러워했지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전수관에 배우러 오는 이들은 확확 줄었고, 기술을 전수받던 제자들도 하나둘 떠났습니다. 배우겠다는 이가 있었으나, 아무에게나 기술을 전수할 순 없었기에 결국 전수자가 한 명도 없는 사태에 이르지요.
설상가상으로 대나무가 가득한 삼다리 마을에도 플라스틱 제품이 들어옵니다. 마을에서 가장 큰 최복성 아저씨의 가게에서도 이제 죽제품은 싹 몰아내고 플라스틱 제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사람들의 일상에서 밀려나고 있는 죽공예에 대한 안타까움을 증조할아버지는 이렇게 표현하지요.
“일 년이 가도 십 년이 가도 변함없어 좋다고?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는 것이 우리 몸에도 땅에도 좋은 것을! 땅에서 나와 우리 몸과 더불어 사는 대나무로 만든 제품을 쓰며 자연과 하나 되어 사는 것이 사람에게도 이 땅에도 좋거늘, 썩지 않는 그 플라스틱이 다 어디로 간단 말이냐? 어찌 이리도 사람들 마음이 금세 변할 수가 있더냐!”
증조할아버지를 돕고 싶었던 삼다는 자신이 전수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손재주가 좋은데다 밤낮으로 연습하여 나날이 실력이 늘었지요. 하지만 삼다가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순 없었습니다. 곧 다시 자신이 살던 시대로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대대로 이어온 죽공예, 그 마지막을 지켜보며 삼다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자리를 지켜 줄 수 없어 안타까웠고, 한편으론 아버지가 왜 그렇게 자신의 꿈을 반대했는지 알 것 같았거든요.
대를 잇지 못한 마지막 장인의 간절함은 일면 고집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늘 새롭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는 것이 우리 몸에도 땅에도 좋은 것”이라는 증조할아버지의 일갈은, 플라스틱 소비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지금 더욱 큰 울림을 주지요. 세대를 건너뛰어 죽공예의 전통을 잇고자 하는 장인의 간절함이, 이제 이 책으로 여러분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연화
동화를 쓰고 싶어 늦은 나이에 국문학을 전공 하고, [이성자문예창작연구소]에서 동화창작을 공부했습니다. 생태동화공모전에 당선되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그동안 《마로현 찾기 프로젝트》, 《할머니의 마법 수레》, 《노란 버스야, 안녕》, 《축구 소녀 마루와 슈퍼닥터》, 《하늘이 낳은 아이들》, 《내 이름을 들려줄게》, 《학교에 처음 가는 4학년》 등을 썼습니다. 그림책 《치카푸카 어금이》, 《날아라, 당당이》를 쓰고 그렸으며《마로현 아이들 이야기1》,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2》, 《대추씨 시인의 가을 기도》, 그림책 《버럭대장 사마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만화인 동호회 [오딘]의 창단 멤버로 활동했고, 광주미술대전, 전남미술대전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습니다.
도시와 산, 바다와 강이 어우러진 곳에 살면서 행복하게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귀엽고 행복한 할머니 작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목 차
증조할아버지의 이상한 방
필통이 살아 있다
1983, 삼다
장인의 손과 돈 세는 손
가슴이 떨려
북적북적 최복성 아저씨네 가게
생금을 포기해야 해
영혼을 흔드는 소리
할아버지의 비밀
그리운 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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