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함께 놀아요, 가르치지 않아요, 스스로 배워요
아동 우울증 세계 1위 한국 초등생들, 마을에서 안전하게 돌보자
초등 방과후 돌봄 20년 노하우를 담았다
대한민국 초등생이면 당연히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필요한 예체능 학원 몇 개를 돌기 마련이다. 대안은 없다. 엄마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기까지 그 고단한 하루의 대가로 그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마저도 휴대폰이나 게임이 장악한지 오래다.
과천에 위치한 두근두근방과후의 아이들은 요즘 초등 방과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2002년 생긴 이곳은 초등1학년부터 초등6학년까지 60여 명의 아이들 모여 방과후를 보낸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방과후에 온다고 한다. 선생님이 주도하는 놀이 수업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아이들 마음대로 논다. 아이들에게 노는 일은 숨 쉬고 밥 먹고 자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다.
(책_41쪽)“드르렁. 쿨쿨. 음냐음냐. 인어고기를 냠냠 쩝쩝.”
살금살금 다가오던 인어들이 나(선생님)의 잠꼬대에 화들짝 놀란다. 가장 어린 인어가 화를 낸다.
“인어는 먹는 거 아니에요.”
“먹고 싶을 수도 있잖아.”
“아녜요. 그냥 잡아만 가는 거예요.”
아이들이 모두 어린 인어의 편을 든다. 어부는 나 혼자라 어쩔 수가 없다. “알겠어. 그럼 인어는 노래를 잘한다니까, 인어를 잡아서 노래시킬 거야. 괜찮지?” 모두가 찬성해서, 다시 놀이 시작.
6년을 놀다보니 아이들은 노는 전문가들이 되었고 그 경험을 살려 <놀고들 있네>라는 독립출판물도 출간했다. 또한 자전거 해체와 조립의 달인이다. 원시인들처럼 자연의 도구를 이용해 불을 만들 줄도 안다. 놀이는 멋진 연극으로, 영화로 확장되기도 한다. ‘여럿이 함께 잘 노는 일’은 한 번에 이뤄낼 수 없다. 수없이 반복하며 너와 나의 다름을 알고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며 경험치를 쌓아야만 가능하다. 이 어려운 일을 두근두근 방과후의 아이들은 매일 해내고 있다.
(책_76쪽)안 죽은 것도 죽은 것으로 넘어가 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바람일 뿐, 아이들은 이 놀이판에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자기 삶을 사는 것이다. 내면의 야생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억울한 상황, 치사한 상황, 분통이 터지는 상황, 끝도 없을 만큼 여러 불편한 감정이 놀이판 하나에 담겨져 있다. (…)우리가 교육선진국이라고 부르는 핀란드의 교육목적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길러주는 최고의 교육은 놀이라고 말한다.
(책_90쪽)좋은 놀이, 나쁜 놀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 아이들마다, 성(gender)마다 감수성이 다르고 원하는 놀이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아이들에게는 자율성에 기반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시간 속에는 가슴 설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자발성과 주도성을 가지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스스로 찾아가며 성장했으면 좋겠다.
2019년 아동복지법 ‘다함께 돌봄센터’법이 신설되어 정부와 전국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다함께 돌봄센터’의 문을 열고 있다. 그동안 사교육 시장에 맡겨졌던 아이들의 방과후 시간을 국가가 책임져 나가겠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장소는 마련되었으니 그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야할 지는 의견이 모아야할 때이다.
(책 309쪽)국가는 더 다양한 돌봄의 공간을 상상해보길 바란다. 학교가 끝난 후 아이들의 삶이 각 지역에 따라,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더 다앙한 방식으로 더 다채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인정해주길 바란다.
획일적인 센터 운영지침 대신 많은 부모들이, 돌봄 종사자들이, 또 아이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며 새롭고 다양한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게 지지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의 삶은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한국 교육은 반교육이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교육관으로는 교육을 살릴 수 없다’라고 말하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강연는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누리 교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독일 모델을 들고 있지만 한국에서 뿌리내린 대안 교육의 성과들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현재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는 교육의 미래를 잘 들여다보고,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마을에는 아이들의 발달과 호기심의 속도에 맞춰 성장을 돕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 책은 초등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생님과 부모, 교육 관계자들에게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영감을 준다.
작가 소개
바가지
두근두근 방과후뿐 아니라 공동 육아 방과후 전체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합니다. 생태, 도예, 기술, 천문, 역사 등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무인도에 가서도 살아남을 것 같은 교사입니다. 오랜 경력에도 아이다운 순수함을 잃지 않고, 방과후 교육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를 더 고민하는 두근의 교사입니다.
모아
이야기를 통한 창작활동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그림 그리기, 글쓰기, 만들기 등을 함께합니다. 영화제작이나 연극놀이와 같은 새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을 재미있어 합니다. 모든 아이의 가슴 속에 있는 숨은 이야기를 찾기 위해 늘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목 차
1장.놀이, 어디까지 가봤니?
30… 과천의 김병만이 아니고 바.가.지
033 … 아이들은 자판기가 아니다
039 … “모아, 이따 같이 놀래요?”
045 … 나는 그동안 누구였을까?
054 … 두 바퀴로 홀로서기
060 … 방과후는 ‘편안한 마음’이다
068 … 놀면서 배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073 … 고맙다, 얘들아, 이렇게 신나게 놀아줘서
078 … 집에서 가르쳐줄 수 없는 것들
086 … 천천히, 충분히 놀 줄 아는 아이
091 … 숲놀이터에 가자
2장. 놀이, 기술 감염 프로젝트
098 … 독립출판물, 놀고들 있네
109 … 수박대회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114 … 연극으로 놀다
120 …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3관왕 수상
125 … 우리 모두의 연극
135 … 야간산행, 서로의 빛이 되어
142 … 제주도 상륙작전, 더 비기닝
147 … 바이시클 메커닉, 마인드맵을 그려라
153 … 똥개를 찾아서
163 … 두 바퀴로 함께하는 성장의 기록
169 … 그 겨울 지하실, 불연구소
175 … 두근 보물탐사단
3장. 관계는 어떻게 배우는 걸까
184 … 질문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191 …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196 … 생텍쥐베리의 비행선을 만날 수 있다면
203 … 나도 들살이 가기 싫거든
209 … 관계는 어떻게 배우는 걸까?
217 … 죽기 살기 공평하기
225 … 황정호는 왜 울었을까?
236 … 둥글게 모여 앉아
242 … 비오는 날의 달리기
246 … 비폭력대화 실천 편
253 … 털 빠지는 사람 VS. 털 나는 사람
4장. 조합살이 어떤가요?
266 …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271 … 무엇이 아이와 교사를 ‘몰입’하게 하는가
279 … 친밀감보다 신뢰감
282 … 정성스럽게 경청해 주세요
288 … “안녕, 너는 누구 아빠니?”
296 … 대안학교, 방과후 돌봄 공동체, 공교육
301 … 돌봄을 상상하라
312 … 일상의 리듬으로
320 … 참여형 공동육아라는 선택지
326 … 두근두근에는 진짜 ‘두근두근’이 있다
331 … 놀고 싸우다 얻는 것, 인생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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