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동물 해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21세기 동물 권리 선언
“나는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을 존중할 뿐이다.”
- 「머리말」 중에서
〈종차별주의〉라는 용어는 1970년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더Richard Ryder가 만들었으며, 1975년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에서 이 용어를 가져다 쓰면서 널리 알려졌다. 에므리크 카롱은 『반종차별주의』에서 사회에 만연한 〈종차별주의〉 도그마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반종차별주의〉라는 용어를 개념화하고 사회적 투쟁으로 발전시킨다. 그가 말하는 반종차별주의란 인간 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일체의 가학 행위에 반대하는 입장을 말한다.
싱어의 〈동물 해방〉은 동물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는 것이 확실할 경우 사육이나 도살, 동물실험도 용납될 수 있다. 카롱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동물이 고통받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생명은 존재 그 자체로 귀하게 여기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을 착취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 과학은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생물 종이며 비인간 동물도 나름의 탁월한 지능·감각·의식·의사소통 능력·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카롱은 동물에게 비인간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할 것을 주장하며, 네 가지 기본 권리, 즉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 고문당하지 않을 권리, 상업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감금당하지 않을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자연의 화해를 위한 21세기 동물권 선언이다. 고통받는 동물에 대한 연민을 넘어서 우리가 동물 권리를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논리적이고 합당한 근거를 마련한다. 이 책을 통해 인간, 동물, 자연이 어떤 관계로 나아가야 할지, 반종차별주의의 시각으로 동물 권리의 방향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동물, 자연의 상생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은 종차별주의자이거나 반종차별주의자다.
여기에는 중립항이 없다.”
- 「1장 동물인 나는 고로」 중에서
동물을 반려동물, 식육 동물, 취미 동물, 야생동물, 해로운 동물, 보호 동물, 혐오 동물로 구분하는 기준은 다분히 인간의 편익과 관련 있다. 개와 고양이는 애지중지하면서 닭, 돼지, 소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도 마찬가지다. 카롱은 이 책에서 과학적 관점, 윤리적 쟁점, 언론의 영향, 경제 논리, 철학적 태도, 법률과 정치 등 동물 권리와 연관된 문제를 속속들이 끄집어내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의 허점과 부당함을 드러내며, 인간이 누리는 권리를 동물에게로 확장하는 새로운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2016년 프랑스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용어의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반종차별주의를 대대적으로 공론화했다. 이 책은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생물 종에 불과하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논의를 생태 민주주의로까지 확장한다. 생태 민주주의는 모든 생명체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이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정치 체제에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가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맞서 투쟁해 왔듯, 반종차별주의는 약자와 평화를 위한 〈사회적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규정한다.
동물권 증진을 가로막는 이유는 돈 문제, 고용 문제 등 정치·경제적 문제와 연관돼 있다. 카롱은 사육·육류 산업의 경제적 이득, 기업의 압력에 휘둘리는 언론, 〈스타〉 지식인의 무관심, 생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 인간에게 이로운 환경법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끔씩 육류를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일주일에 며칠간 채식을 하는 채식주의자. 가끔 육류를 섭취함)부터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까지 다양한 방식의 채식을 인정하고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채식 요리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보이콧 등 개개인의 실천으로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정치적 힘을 발휘할 것을 설득한다.
〈인간은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 놓인 외딴 동물원의 나이 어린 방문자에 불과하다.〉(36면) 인간을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구성원으로서 바라본다면, 오늘날 다른 생물에 대한 인간의 행위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착취와 폭력, 종 간 불평등 조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종차별주의자로 남을 것인가, 반종차별주의자가 될 것인가? 이 책은 인간과 다른 종의 관계를 협력과 상생의 관계로 새롭게 세우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므리크 카롱 Aymeric Caron
진중한 주제를 논리력과 솔직함으로 과감하게 풀어내는 프랑스 방송 기자이자, 작가. 1971년 불로뉴쉬르메르에서 태어났으며, 1995년 에콜 쉬페뢰르 드 저널리즘을 졸업한 뒤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기자 및 평론가로 일했다. 동물권의 열렬한 수호자인 그는 1990년대에 채식주의자가 되었으며, 2013년 『노 스테이크 No Steak』를 출간해 프랑스에서 3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2014년 그는 모든 고기와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은 물론, 가죽이나 모피와 같은 동물 유래 제품을 거부하는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동물권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5년 동물권리보호기구 L214가 주최한 강연에 『동물 해방』으로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스탠퍼드 대학교 피터 싱어 교수, 네팔에 거주하는 프랑스 작가이자 승려인 마티외 리카르, 기자 겸 작가 프란츠 올리비에 지에스베르와 함께 참여한 바 있다. 2018년에는 〈지구와 모든 시민에 대한 존중〉을 목표로 활동하는 〈살아 있는 생태학자들의 모임REV〉을 만들었으며, 학교 급식에서의 채식 메뉴 제공, 사냥과 투우 금지 등을 위해 적극 발언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반종차별주의를 대대적으로 공론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 외 지은 책으로 『옳지 않음Incorrect』 (2014), 『유토피아 XXIUtopia XXI』 (2018), 『살아 있는 것Vivant』 (2018), 『자연의 복수Le revanche de la nature』 (2020) 등 다수 있다.
옮긴이 : 류은소라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롤랑바르트의 후기 저작 연구로 2012년 M2 학위를 받기까지, 프랑스 구조주의 및 후기구조주의에 몰두했다. 2011~2015년 파리 몽마르트의 그림 갤러리에서 일하며, 그림을 매개로 전 세계인들과 소통했다. 2016년 남편과 함께 우핑woofing을 시작하여 영국 남부 지방 10여 개 농장을 돌며, 영속농업permaculture 이론과 실무를 배우고 심층생태학을 접했다. 철학, 미술, 종교, 심리, 교육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번역 작업을 하고 있고, 타자, 몸, 기후, 생태 관련 주제에 관심이 높다. 옮긴 책으로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2016), 『풍경의 감각』(2017),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2020)가 있다.
목 차
머리말
에베레스트
1장 동물인 나는 고로
오늘 밤 사자가 죽었다│종차별주의란 무엇인가│동물
원 줌 아웃│작은 거인들│모두 동일하게 이루어졌다: 세포, 분자, 원자│동물회의론자│첨부 자료: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육화의 우연
2장 살해된 동물
미디어 속 동물 농장│첨부 자료: 2016년 L214의 비강 도살장 조사│사육동물들 #지옥같은삶│대학살│분열증 │오그르
3장 동물 착취의 종식을 위해
모두의 책임, 모두의 잘못│윤리라는 이름의 전차│동물 윤리학│네가 원치 않는 바를 돼지에게 행하지 말라│살기 그리고 살도록 내버려 두기│폐지론자│동물에게 어떤 권리가 있나│극단적 비건이 종차별주의적인 이유│내 침대
4장 반종차별주의는 새로운 휴머니즘이다
신 코페르니쿠스 혁명 인간 대 동물?│도덕적 고려의 범위를 확장하기│반종차별주의자는 의식 있는 자다│반종차별주의자와 아미스타드│돈 문제│사육자들의 이익을 위한 사육 폐지
5장 초인으로서의 반종차별주의자
불평등에 대한 동의│사기꾼에 대한 보상│돈은 완벽한 속임수다│경쟁보다 이로운 상호부조│웃음과 망각의 통로│필과 슬라이, 성공의 슬픔│행복은 살 수 있는 게 아니다│저항하기│보이콧│절대적 초인
6장 근본생태학
생태학의 진정한 목표가 인간을 자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는 이유│모두가 생태주의자│생태학은 과거에 대
한 향수인가│덜 생산하기, 덜 낳기, 더 잘 행동하기│동물의 고통을 거부하는 데는 정치적 구분이 없다│반종차별주의는 21세기 이데올로기 혁명이다│심층생태학과 근본생태학
7장 생태 민주주의를 위해
생명체 공화국 구상하기│진정한 민주주의 구축하기│정치적 시간, 다시 생각하기│국회, 자연 의회│생명체 공화국의 우선순위
맺음말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및 출처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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