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장은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선택하는 사람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시장이 가진 정치적 철학,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사물에 대한 가치관, 인생을 살아온 경험 등 많은 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사람이 중심에 있는 도시를 꿈꾸어왔다. 지치고 힘든 사람을 돕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을 지원하고, 생활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조례를 만들고,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세상의 이치에는 반항을 해왔다.
지금 현재의 이익, 그리고 나중에 더욱 커질 가치, 이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일상을 사는 시민이 늘 마주하는 고민이다.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장은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이 문제를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이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쪽을 결정했을까.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오늘과 내일, 생존과 발전, 이익과 가치의 대립에서 어떤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거면,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시장이 되고 나서 고양시 행정을 맡아서 하는 공직자들과 산하 공공기관에 변화를 주문하면서 선언한 말이다. 내용이 바뀌려면 형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불필요한 관행의 타파였다.
낡은 관행부터 바꾸어야 했다. 오랜 시간 암세포처럼 엉겨 붙어서 쉽게 없앨 수 없는 관행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공무원 스스로 불필요한 업무를 찾아 폐지할 수 있도록 '워크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관행적인 예산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불필요하게 소모되던 행정력을 아낄 수 있었다. 낭비되던 시민의 '시간'도 절감할 수 있었다.
공공 혁신의 시발점이 되는 아이디어도 전방위로 모았다. 실현 가능성이 있으면 곧바로 추진했다. 시민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조직과 예산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시국에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안심콜 전화 출입인증 시스템, 안심콜 방역 패스 등 전국 최초로 시행된 코로나 대응 정책들이 고양시에서 시행되었다.
돈 쓰는 시장에서 돈 버는 시장으로
시장이 돈을 벌다니, 이상하게 들릴 법하다. 그러나 수입을 만드는 것만이 돈 버는 일은 아니다. 시민의 재산을 지키고 비용을 환수하며,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더 확보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일도 돈 버는 일이다.
저자가 지난 3년 6개월 동안 해온 일이 그런 일이다. 고양시 시내버스 노선번호 개선, 청소년 버스요금 할인, 최첨단 누수방지 시스템 불채택, 제2자유로 토지 소유권 이전 문제, 영구임대아파트 소유권 환수 문제, 일산수질복원센터 부지 환수, 뉴타운 사업지구 내 시유지 환수, 국가나 경기도가 무상으로 사용하는 시유지에 임대료 부과 등 ‘돈 버는’ 사업을 현실화했다.
이러다보니 저자에게는 '반항아'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이유 없는 반항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회가 지닌 근원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반항이었다. 고양시의 ‘딴지 놓기’는 정부나 경기도에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고, 갈등이 깊어지면 고양시가 당장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불합리한 관행을 납득할 만한 행정으로 바꾸어 시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진다면 그런 딴지는 ‘이유 있는 반항’이 될 것이다.
“땅 파는 시장은 봤어도, 안 판다는 시장은 처음 봅니다”
저자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행정 사업은 모두 고양시의 50년, 100년 후를 대비하고 멀리 내다보며 진행한 것들이다. 미래용지, 미래부지 등의 이름을 통해 당장의 이익을 얻기보다는 고양시의 미래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킨텍스 C4부지의 제도적 보호,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확정, 고양관광문화단지 사업 재개, 일산테크노밸리 사업 유치 등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이런 비전을 바탕으로 해서 나왔다.
조례는 지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법이다. 고양시장 취임 후 저자가 처음 쓴 조례, 통과하기까지 가장 큰 진통을 겪은 조례가 ‘미래용지 지정에 관한 조례’다. ‘미래용지’라는 용어는 이 조례를 통해 최초로 탄생했다. 킨텍스 지원부지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C4부지를 미래용지로 지정해 30년 동안 민간 매각을 금지하고 공공에서 직접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수익이 보장되는 방법이 있는데도 ‘미래용지’라는 신조어를 뽑아내고 조례까지 만들어가며 C4부지를 제도적으로 보호한 데에는 고양시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30년 동안 땅을 비워두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필요할 때 가장 필요한 곳에 부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미래용지는 주택만 가득한 난개발과 50층 이상의 고층 건축을 거듭해 더는 한 뼘도 디딜 곳이 없는 땅으로 만들어 놓은 현세대가, 후대에 떠넘긴 뒷감당을 같이 조금이라도 부담하자는 작은 배려다.
포화 상태에 이른 킨텍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제3전시장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배경에도 같은 의도가 있다. 고양시에게 킨텍스는 단순한 자족시설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동시에 제품을 판매ㆍ홍보하고, 기획, 전시, 음향, 배송 등 수백 개의 관련 업체가 일거리를 얻는다. 그뿐 아니라 방문객 수십만 명의 발길이 이어지며 인근 상권과 관광이 덩달아 활력을 얻는다. 그저 박람회와 국제회의가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무역, 관광, 숙박, 문화 등 경제의 모든 요소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종합산업인 것이다. 마이스산업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 고양시의 생명줄이 끊긴다는 뜻이다. 킨텍스 부지에 대규모 주거단지 건설을 막아내고, 미래용지를 보존하며 싸워온 것은 마이스산업의 기반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20여 년 동안 표류했던 고양관광문화단지도 그간 수많은 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던 부지였지만, 법적 기준을 넘나들며 탐욕스러운 유혹을 넘겨가며 끝까지 부지 용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드디어 최근에 사업 재개에 가속도가 붙었다. 수익만을 위한 개발사업을 거부하고 ‘탐욕의 도시’가 아닌 ‘사람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힘써온 노력이 결실을 맺을 단계에 온 것이다.
일산테크노밸리는 고양시의 첫 자족단지가 될 전망이다. IT, 미디어, 의료 분야의 첨단기업단지로 구상된 일산테크노밸리는 1조6천억 원의 경제효과는 물론 1만8천 명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대규모 일자리 프로젝트다. 고양시 역사상 처음으로 들어서게 될 산업단지에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사업성 부족 평가, 정부 중앙투자심사 낙방 등 심각한 장애물을 천신만고 끝에 넘어 실시계획 인가까지 마쳤다. 이제 바이오산업, 남북 보건의료 협력 등 미래 가치에 대한 풍부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경기 서북부의 메가 허브가 될 꿈을 꾸고 있다.
3기 신도시의 진실
갑작스러운 통보로 날아온 3기 신도시 건설은 이미 확정됐고, 반대를 선택할 권한조차 없었다. 시장은 자기 도시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신도시 반대가 선택지에 있다면 뒤돌아볼 것 없이 반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럴 때 시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명분만을 외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고양시의 이익을 최대한 얻어낼 것인가. 저자는 후자를 선택했다. 3기 신도시로 얻는 불이익보다 더 큰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뛰었다. 허가권도 반려권도 없지만, ‘협상권’이라는 카드 하나를 들고 더 큰 반대급부를 얻어내기로 한 것이다.
고양-은평선을 신설하고 대곡-소사선을 일산까지 연장하기로 합의를 끌어냈다. 경의중앙선 향동역 신설, 교외선 재개통, 인천2호선 일산 연장, 신분당선 삼송 연장, 대곡 식사지구 신교통 수단, GTX-A 노선 창릉역 신설, 3호선 파주 등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된 고양시 7개 노선을 포함해 6개 노선의 신설과 5개 노선의 연장 및 개선 협의로 총 11개 철도망이 확보될 예정이다.
한편, 주거용지 비율을 전체 면적의 20%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자족용지 비율을 40%로 높였는데 이는 판교의 2.5배가 넘는 면적으로 신도시 개발 역사상 가장 높은 자족용지 비율이다. 게다가 주택 수보다 2.6배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그동안 고양시에 부족했던 자족 기능까지 보완할 기회를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반대하고 비난한 창릉 신도시를 생각하면, 시민의 대표로서 억울함, 미안함, 원망 등 다양한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결국, 20년 넘게 변화가 없던 고양시 광역교통이 지도를 촘촘히 메우고, 베드타운에 새 일자리를 가져다주는 대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창릉 신도시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한 생각의 전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래의 가치와 시민을 위한 길은 무엇인가
이익과 가치, 현재와 미래가 충돌할 때 누구 편에 서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한번 결정된 것은 수십 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외로운 싸움이고, 정치인은 고독한 길을 가는 사람이다. 힘든 결정은 지금 해야 하고 그 결과는 훗날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루하루 이런 결정을 쌓아갈 수밖에 없다. 매일의 이런 결정들이 우리가 먹고 자고 살아가는 모든 일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 현재의 이익을 넘어 미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이 진정한 시정운영의 길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현) 경기도 고양시장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지자체장에 당선되었고 국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운동에 앞장섰으며 졸업 후에도 줄곧 사회운동에 관심을 두고 정치활동을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자문위원회 위원과 경기도의회 제8대, 제9대 의원을 지냈다. 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내면서 지자체 예산 수립과 집행 그리고 결산에 관한 전문 식견을 쌓았다.
경제학 전공과 의정 경험에 따른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고양시장으로 재임하면서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고 오로지 시와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왔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과 시민의 행복만 바라보고 꿋꿋이 정치인의 길을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술하게 됐다.
저서로 『바이러스보다 강한 희망을 만나다』, 『지금 이대로가 좋니? - 민원의 정치학』, 『희망은 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도정질문 격론 - 유쾌, 상쾌, 통쾌한 도정질문의 정수』, 『화정터미널 6:30 - 이재준 생활정치 모노다큐』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들어가는 글 사람을 품는 도시여야 한다
[PART 01] 지켜내다
제1장 권한은 크게, 행정은 효율적으로
1. 세상을 바꾸는 일에 중독되다
2.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거면,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
3. 작은 아이디어가 불러온 큰 혁신
4. 모을수록 가치가 더 커지는 예산
제2장 무통증 사회
1. “법대로 해!”라는 말의 함정
2. 돈이 아닌 인권으로 바라보다
3. 아프면 쉴 권리, 힘들면 휴식할 권리
4. 세상에 영원한 갑은 없다
5. 태어나 처음으로 월급 받았습니다
제3장 돈 버는 시장
1. 시장이 돈 번다고?
2. 제2자유로는 고양시 땅
3. 30년 만의 귀환, 일산하수종말처리장
4. 뉴타운 사업지구 내 시유지 찾아내기
5. 국·공유지와 시유지 간 임대료 불균형, “이의 있습니다”
6. S2부지, 그렇게는 못 팔겠습니다
[PART 02] 찾아오다
제4장 단 한 번도 양보하지 않은 땅
1. 빈 땅의 정체
2. 마지막 남은 황금부지, C4
3. “땅 파는 시장은 봤어도, 안 판다는 시장은 처음 봅니다”
4. 사상 최초의 미래용지 탄생
5. 더 큰 날갯짓을 시작하다
6. 호텔 없는 관광숙박단지?
제5장 내 재산이라면 용납하겠습니까?
1. ‘황금알 거위’의 배를 가르다
2. 분쟁의 시작
3. 당신 같은 사람도 정치인이야?
4. 적반하장 소송
5. 20년 전쟁의 마무리
6. 일그러진 도시의 얼굴
제6장 주차장 앞 시장실
1. 국가에서 온 약장수, LH
2. 약장수 vs 환수꾼
3. 한 달간의 투쟁
4. 다시 돌아온 주차장 그리고 상생협약
제7장 끝나지 않은 10년 전쟁
1. 버스 차비보다 비싼 통행료
2. 일산대교 10년 전쟁의 서막
3. 최초의 제안
4.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상한 투자
5. 답안지를 들이밀다
6. 비수를 꽂다
7. 끝나지 않은 10년 전쟁
[PART 03] 준비하다
제8장 베드타운, 배드타운
1.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 일자리
2. 고양시 첫 산업단지, 일산테크노밸리의 탄생
3. 목표는 ‘가장 빠른 착공’
4. 대한민국의 끝자락에서 한반도의 중심으로
제9장 3기 신도시의 진실
1. 3기 신도시, 고양을 뒤흔들다
2. 고양시로 날아든 한 장의 ‘통보’
3. 판을 흔들다
4. 2주 만에 얻어낸 두 개의 철도와 일자리
5. 7개의 철도를 추가로 얻어내다
제10장 일회용 도시의 종말
1. 주민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능곡역
2. 전면 철거와 신축의 역설
3. 말로만 재생, 말로만 공동체
4. 마을 곳곳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들
5. 재생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것
6. 기록으로 남긴 도시재생
나가는 글 누군가는 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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