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편견의 색안경을
벗어두고 보는 이 세상은―
그렇게 각양각색의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그림 그리는 트랜스젠더 ‘다채롬’의 그림에세이. 그녀가 사는 세계를 엿보면, 세계가 확장되고, 시선이 다채해지고, 경계가 희미해진다. 내가 아는 세계 너머에 더 다채로운 색들이 빛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트랜스여성 다채롬은 시스젠더(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와 감정들을 400쪽이 넘치게 가득 담았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서로 더 존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이 이야기의 기원이 되었다. 다채롬이 힘겹게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은 트랜스젠더에게는 정보와 공감을 주고, 시스젠더인 사람들에게서는 편견과 선입견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 다수가 그어둔 경계선 밖에 있는 이들은 타자화되고 소외당할 뿐 아니라 쉽사리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흔히 ‘소수자’minority라고 하는 집단에 속한 이들의 삶은 그래서 힘겹고 부대낀다. 그중에서도 ‘성소수자’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버거움을 맞닥뜨리기 전에 흔히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자라면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곤 하지만, 이들은 남들과 다른 것으로 여겨지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지향을 일단 스스로 수용하는 데서부터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이들 레즈비언(L), 게이(G), 바이섹슈얼(B, 양성애자) 등 성적 지향에 대한 사회의 이해의 범위는 어느새 조금씩 확장되고, 이들의 존재가 조금은 ‘가시화’되어, 나와 조금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데까지 진전되어 왔다. 물론 LGB들이 개인적인 영역에서(물론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편견과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성소수자를 포괄해 일컫는 LGBTQ+라는 약자에서 네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T, 즉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소수자 중의 소수자로서 나란히 놓인 다른 글자들이 대표하는 집단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독 악의적으로 정형화된 스테레오타입과 편견에 맞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유난히 추웠던
2021년의 늦겨울에 ―
지난 몇 년, 우리는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 몇 가지를 연이어 접했다. 故 변희수 하사는 군대 복무 중 트랜지션(성전환)을 하고 여군으로 복무하고자 했으나, 제도와 편견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던 어느 트랜스여성은, 재학생들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입학을 포기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1년의 늦겨울에 우리는 트랜스젠더 연극 작가 이은용 씨를 비롯해 세상을 등진 세 사람의 부고를 들어야 했다. 여기에 적지 않아도 자살로 삶을 마감하거나 편견에 시달리는 트랜스젠더는 많다. 트랜스젠더의 자살률이 유독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되어 있다. “미국 소아학회에서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약 40%가 자살을 시도하였으며,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2%가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결과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일반 국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25명)
색의 이름을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우리가 인지하는 빛깔은 늘어만 간다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다채로운 세상으로 바뀌어간다―
그림 그리는 트랜스젠더 여성인 ‘다채롬’ 또한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죽더라도 [성전환] 수술대 위에서 죽자’고 생각하며 견뎠다. 그녀 또한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과 혐오를 겪은 적이 있으며, 스스로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며 괴로운 성장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다채롬이라는 사람을 이루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다채롬, 겨울의 눈 내리는 하늘을 좋아하는 다채롬, 그리고 트랜스젠더인 다채롬. 그녀는 미래의 트랜스젠더들이 편견에 덜 시달릴 수 있기를, 정체성으로 덜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며 포스타입(chaerom1.postype.com)에 만화를 그려 연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그림 에세이와 시스젠더(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와 아직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트랜스젠더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주는 만화, 두 가지였다. 그리고 그 만화들은 여러 계절이 바뀌는 동안 쌓이고 쌓여 『다채로운 일상: 어느 트랜스젠더 이야기』라는 그림 에세이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흘러, 우리나라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군인 故 변희수 하사의 1주기를 앞두고 있었다. 다채롬은 그동안 세상을 등진 모든 트랜스젠더들을 기리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
공감은 바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다채로운 일상』에서 그려지는 다채롬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시스젠더들에겐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스젠더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채롬은 어린 시절,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를 처음으로 느꼈을 때를 “그것은 어딘가, 삐걱이는 듯, 들어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한다.
사춘기가 되어 찾아오는 이차성징은 청소년 다채롬에게 유독 힘든 경험이었다. 시스젠더들은 성장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으레 ‘자연스러운 성장에 따른 변화’이자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대체로 기뻐하곤 한다. 하지만 다채롬에게 이러한 몸의 변화는 역겹고 괴로워서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어린 시절 다채롬이 느낀 위화감이나 사춘기에 겪은 디스포리아로 인한 괴로움을 대체 (트랜스젠더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다채롬은 『다채로운 일상』을 읽은 이가 트랜스젠더라면 공감하기를 바라지만, 읽은 이가 시스젠더라면 그냥 ‘알아주기를’ 바랐다. 세상에 이런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다양한 빛깔과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채롬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고,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트랜스젠더.
감수 : 윤정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기획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진료와 성소수자 진료, 낙태죄 폐지 등 여성주의 의료와 여성 건강권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냈으며, 2018 양성평등주간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함께 지은 책으로는 『소녀×몸 교과서』,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 『의사가 말하는 의사』, 『배틀그라운드』, 『불편할 준비』 등이 있다.
목 차
prologue 색의 이름
다채롬을 소개합니다
처음 느낀 다름의 순간
투명인간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움
옛날이야기 1
옛날이야기 2
옛날이야기 3
옛날이야기 4
사진관에서 있었던 일
없는 번호
그 사람 1
그 사람 2
마음 상자
아빠
엄마와 커밍아웃
GO 태국!
수술 전 준비
수술날
수술이 끝나고 1
수술이 끝나고 2
다녀왔습니다
제2의 생일?
투명한 감옥
꽃
나를 긍정한다는 것
You Deserve It
꿈
epilogue
지은이 후기
부록 ―
― 트랜스젠더란?
― 트랜스젠더를 만나면?
― 트랜지션 과정 ① 정신의학과 진단
― 트랜지션 과정 ② 호르몬 치료
― 트랜지션 과정 ③ 외과 수술
― 트랜지션 과정 ④ 성별 정정
― 트랜스젠더는 몇 명일까요?
― 트랜스젠더와 의료 서비스
― 트랜스젠더와 범죄
― 트랜스젠더와 화장실
― 사회와 트랜스젠더
―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
― 제가 트랜스젠더일까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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