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족의 정통 계보를 ‘스스로’ 만든 사마천
역사서는 사실의 기록인가, 창조인가?
사마천이 의도적으로 감추고,
특정한 의도를 담아 쓴 『사기』는
저사(著史)가 아니라 작사(作史)였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은 사료에 대한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 대중과 호흡하는 집필가로서 본능적인 감각과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사에서 숨겨져 있고 뒤틀려 있는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건드려 왔다. 언제나 발표하는 저술마다 논쟁의 중심에 섰으며 역사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 왔다. 『사기, 2천 년의 비밀』 또한 그동안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인정받아 온 『사기』에서 한족의 정통 계보가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살피고, 그 과정에서 사마천의 숨은 의도를 파헤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직접 주도하는 국가차원의 여러 역사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 핵심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내에서 발생했던 모든 역사는 하화족의 역사’라는 것이다. 하화족은 곧 한족을 가리키는데, 사실 한족은 실체가 없던 것을 사마천이 ‘조물주’처럼 창조해 낸 것이다. 그리고 이전의 동이문화를 하화문화로 편입시키는 역사공정을 국가 주도로 펼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서 자신의 선조들이 쓴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 등의 고대 사사(四史)는 물론 이후의 모든 정사에서 외국 열전에 서술된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를 중국사라고 우기고 있고, 심지어 만주족이 세운 금(金), 청(淸)의 역사까지도 중국사라고 강변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공정은 실존했던 국가뿐만 아니라 국가가 수립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문화까지도 하화족의 문화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재의 역사공정은 사마천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2천 년 전 사마천은 중국의 시작부터 한대에 이르는 천하사를 서술하기 위해 편년체가 아닌 기년체라는 역사 서술 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이족임이 명백한 삼황을 지우고 황제(黃帝)를 중국 역사의 시작으로 삼았다. 특정한 의도를 담아 저사(著史)가 아니라 작사(作史)를 한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중국 최고의 역사서라 불리는 『사기』의 실체였다.
중국 역사에서 사라진 동이족과
요순선양의 진실
중국 역사의 시작이 삼황오제임은 여러 사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마천은 태호, 신농, 복희씨가 동이족임이 명백한 것을 알고 삼황을 지우고, 황제를 중국의 역사의 시작으로 삼아 『사기』를 서술했다. 또한 황제부터 한나라에 이르는 과정을 편년체가 아닌 기전체라는 새로운 형식을 택하였는데, 방대한 중국사를 편년체로 서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기(本紀)」·「표(表)」·「서(書)」·「세가(世家)」·「열전(列傳)」의 다섯 항목으로 나눈 기전체 서술 체계를 통해 역사의 정통성과 체계적인 계통을 수립하고자 한 다른 의도도 담겨 있었다. 이러한 사마천의 의도는 요순선양에서도 살필 수 있다. 성군의 모범으로 여기는 요순선양이 『한비자』, 『죽서』, 『급총쇄어』 등 여러 사료에서는 선양이 아니라 찬탈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사마천은 온갖 미사여구로 요임금을 성군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덕일 소장이 이끄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사기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사기』 본기의 번역과 함께 『사기』의 방대하고 난해함을 해석한 배인, 사마정, 장수절 삼가주석의 책을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마천이 의도적으로 이민족인 동이족의 계보를 정통 한족 계보로 둔갑시키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삼황오제를 비롯하여 사마천이 중국의 시작으로 삼았던 황제의 계보, 그리고 요순선양의 실체, 하은주의 시조, 동이족 제후국의 계보 등을 여러 사료를 근거로 살피며 한족 정통 계보를 만들고자 한 사마천의 의도와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사기, 2천 년의 비밀』은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책이다. 특정한 의도로 시작된 중국의 역사 만들기, 2천 년 전 시작되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작가 소개
이덕일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 노론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이 변형시킨 한국사의 원형을 현재에 되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우리 시대의 ‘문제적’ 역사학자. 방대한 문헌 사료를 치밀하게 분석해서 고대사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해방되지 못한’ 한국사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남의 눈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역사와 사회를 보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1997)를 필두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이성계와 이방원』, 『정도전과 그의 시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2』, 『조선 왕 독살 사건 1, 2』, 『이회영과 젊은 그들』, 『정조와 철인 정치의 시대 1, 2』, 『조선 왕을 말하다 1, 2』, 『윤휴와 침묵의 제국』,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사』, 『근대를 말하다』,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칼날 위의 역사』, 『우리 안의 식민사관』,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동아시아 고대사의 쟁점』, 『한국 독립전쟁사의 재조명』, 『조선왕조실록 1~4』, 『이덕일의 한국통사』,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해역), 『북한학자 조희승의 임나일본부 해부』(주해) 등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5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역사관의 정립을 위해 한 손에는 사료를, 다른 손에는 펜을 들고 ‘총성 없는 역사 독립 전쟁’을 치르고 있다.
목 차
머리말
1장 기전체 역사서의 탄생
1 역사서의 형식
편년체와 기전체
사마천이 만든 기전체
2 사마천의 큰 고민, 이(夷)
‘민족’이라는 용어에 담긴 상반된 의미
화(華)의 역사는 만들어진 것이다
정통계보를 만드는 작업의 시작
2장 중국 고대사는 동이족의 역사
1 『사기』에서 사라진 삼황
사마천과 다른 삼가주석의 견해
오제 이전에 삼황이 있었다
2 삼황과 동이족
황제 이전에 신농씨의 세상이
신농씨의 후손 강태공
삼황의 첫 번째 복희는 동이족
양사영이 제창한 삼첩층문화
3장 오제를 찾아서
1 황제는 하화족인가?
황제의 민족귀속성
황제의 성과 출생지
황제의 부인과 맏아들 소호
2 소호의 제위를 이은 전욱과 곡
조카 전욱이 제위에 오르다
제위에 오른 소호의 손자 곡
3 요임금 이야기
요순선양의 진실
요의 도읍 도사유지는 동이족 유적
사마천이 요임금을 극찬하는 이유
『금문신고』에 기록된 동이족의 혼인 풍습
선양설을 비판하는 학자들
중국이라는 개념의 등장
4 동이족 혈통을 이은 순임금
순으로 이어지는 계보
순임금의 행적과 동이족의 활동 지역
순임금의 치세와 선양
5 황제를 중국사의 시조로 삼은 사마천
오제와 한국 고대사
치우를 굴복시킨 황제
4장 하· 은· 주 삼대의 시조들
1 동이족 국가 하나라
선양인가 찬탈인가
우공 9주 강역의 수수께끼
황제부터 우까지 모두 같은 성
하은주 삼대는 모두 동이족
2 동이족 국가 상나라를 찾아서
은허와 갑골문의 수수께끼
은나라의 동이족 난생사화
기자조선과 자성의 나라들
은으로 천도한 반경
주 무왕에게 멸망되다
3 주나라와 화이관의 탄생
주나라의 시조와 계보
주나라의 건국사화
주 왕조 희성을 찾아서
주나라 때 탄생한 중국 개념
선대 성왕들의 후손을 제후에 봉한 무왕
5장 『사기』 「세가」의 세계
1 「세가」가 말하는 제후들의 혈통
오나라 후예는 왜가 되었나
태공망은 동이족
공자가 성인으로 떠받드는 주공
무경과 결탁해 난을 일으킨 삼감
송국, 위국, 연국도 동이족 성씨들
동이족 순의 후예인 호공만
주 무왕의 아들 당숙우
2 초국과 월국 혈통의 수수께끼
초나라 시조는 전욱의 후예
주 왕실을 무시하고 왕위에 오른 초 무왕
월나라와 왜의 관계
3 중원을 뒤덮은 동이족 제후국들
주 유왕과 함께 죽은 정 환공
서주의 멸망과 동주의 시작
동이족 조국과 진국이 맞붙은 장평대전
위나라는 필공고의 후예인가
4 「세가」에 감추어진 수수께끼들
한국과 고한국
진완은 강성인가
왕망은 전씨의 후예인가
「세가」에 포함된 ‘성인의 후예’ 공자
혈통에 대한 공자의 고민
은나라 사람이라는 공자의 유언
나가는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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