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난 이제 기운이 하나도 없구나. 곧 갈 것 같아
어느 여름날, 숲속 빈터에 늙은 여우가 커다란 상자를 가지고 나타났어요. 숲에 살던 토끼들은 겁이 났어요. 하지만 여우가 늙고 이빨도 빠져서 토마토 수프만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놓지요.
토끼들과 여우는 조금씩 조금씩 서로를 알아 가며 친해집니다. 여우는 토끼들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어요. 토끼들은 여우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죠. 여우는 할 줄 아는 것도 참 많았어요. 토끼들은 여우한테 살금살금 소리 없이 움직이는 법을 배웠지요. 토끼들과 여우는 함께 재미있게 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우가 토끼들을 불러 모으고 말했어요.
“난 이제 기운이 하나도 없구나. 곧 갈 것 같아.”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놀랍도록 경쾌하게 다룬 그림책
토끼들이 붙들었지만, 여우는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는 가지고 온 상자 속으로 들어가 누워 곧 눈을 감습니다. 토끼들은 밤새도록 여우의 곁을 지키며 매우 슬퍼하지요. 그러나 토끼들은 곧 깨닫게 됩니다. 여우는 토끼들의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살아 있다는 걸 말이에요. 여우의 몸은 죽어 땅속에 묻혔지만, 토끼들이 여우를 그리워하고 여우 이야기를 나누면 여우랑 같이 있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작가 안트예 담은《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를 통해 죽음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유머러스한 글과 그림 덕분에 독자들은 거부감 없이 책에 빠져들어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요. 마지막 작별 인사와 죽음, 기억과 애도에 대해 돌려 말하지 않고 놀랍도록 경쾌하게 다룬 그림책입니다.
서로 마음을 나누면 달라도 친구
이 책의 주인공 여우와 토끼는, 자연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이 누구보다 깊은 우정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서로 마음을 나누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이치를 전합니다.
여우가 죽은 뒤 토끼들이 다 함께 ‘토끼들의 이별 노래’를 불러 주는 장면은 단연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숲으로 찾아온 여우를 몹시 경계하던 토끼들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속마음을 나누면서 어느덧 여우를 진정한 친구로 여기게 된 것이죠. 생김새가 달라도, 사는 모습이 달라도, 성격이 달라도, 서로 마음을 나누면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이 책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선입견 뒤에 가려진 상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할 것입니다.
“땅속에 누운 토끼가 자고 자고 또 자네.
가여운 토끼, 많이 아파? 이제 못 뛰겠어?
토끼야, 뛰어 봐! 토끼야, 뛰어 봐! 토끼야, 깡충깡충 뛰어 봐!”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안트예 담
1965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나 다름슈타트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건축 공부를 했습니다. 건축 기사로 일하다 두 딸이 태어난 것을 계기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 《색깔 손님》, 《내 친구 골리앗이 올 거야!》, 《먼 데서 온 손님》 등이 있으며, 《색깔 손님》으로 2018 뉴욕타임즈/뉴욕 공립 도서관 베스트 일러스트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습니다.
옮긴이 : 유혜자
1960년 대전에서 태어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독일어를 배웠습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0권이 넘는 독일 책을 우리말로 옮겨 왔습니다. 특히 《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처럼 흔하지 않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는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좀머 씨 이야기》,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내 친구 골리앗이 올 거야!》, 《먼 데서 온 손님》과 《색깔 손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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