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 70년 삶에 스미다-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김삼식 자서전-(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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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황서미
출판사항헬리혜성, 발행일:2022/01/31
형태사항p.339 A5판:21
매장위치취미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775940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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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종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종우가 전통의 종우라 강조하고 싶지도 않아여.

그저 내 종우를 아는 사람들이 날 찾아주면 그게 행복한 기래요.”

70년 인생, 전통 한지만을 만들다가 결국 그 자체가 삶이 되어버린 장인의 기록


9살부터 한지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칠십 년 넘는 세월을 한지와 보냈다. 지금도 첫 추위가 오면 아들 춘호 씨와 함께 닥을 삶아 한 해의 종이뜨기를 시작한다. 그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신기하게도 양력으로 12월 말, 크리스마스 전후는 어김없이 최고로 추웠다고 한다. 가장 춥고 혹독한 시기가 그에게는 최고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때이다. 그 추위가 가시면 물질을 시작한다. 옛날 별자리를 보고 농사를 지었듯, 전통 한지 작업은 일 년 사계절 철저하게 자연의 순환에 따른다. 그러한 자연의 부름을 일흔 번 가까이 맞이한 셈이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듯,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남의 집 논에 가서 모도 심고, 밭도 맸다. 그러다가 추운 겨울에 보리밥이라도 얻어먹으며 일하러 간 누님 댁에서 운명적으로 한지를 뜨는 장인을 만난다.

“됐어. 배우면 돼요. 내 공장에서 배웠다 나간 사람 많은데, 사형이 제일 잘해요.”

스승님의 말씀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한지장으로 가는 길에 우뚝 선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다.


이 책은 무형문화재 김삼식 한지장의 한지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예술뿐 아니라 세상의 어떤 작은 일이라도 평생을 묵묵하게 해온 이들만이 뿜어내는 삶의 향기가 있다. 그 거칠고 투박하지만, 끝까지 지켜낸 우직한, 인간 김삼식의 이야기를 이 책의 첫머리에 담아낸다. 또한 대를 이어 내려온 아들 김춘호의 한지로 넘어가게 되면 아버지까지 지켜온 전통의 방식에 ‘정밀한 과학’을 더하게 된다. 즉, 전통에서 더 발전된 과학의 우리 한지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며 미래를 조명한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한지 장인의 자서전


2018년 12월 24일, 장장 5시간 30분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한지 장인 70년의 세월을 담아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후로 6개월간, 총 13회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판단력은 바른데, 기억력이 힘을 잃는 것 같다는’ 김삼식 한지장의 삶을 겹겹이 끌어내어 기록했다.

지금도 문경 삼식지소(김삼식 어르신의 자택 옆에 세워진 한지 작업장)에 가보면 앞뒤로 삼천 평 규모의 국산 닥나무밭이 있습니다. 장인은 적지 않은 연세에도 직접 밭에 나가 일을 하시고, 아들, 손자, 며느리 모두 모여 닥나무 농사를 짓는다.

‘전통한지’라고 이름 붙이려면 ‘전통의 방식’에 따라야 함이 옳지 않은지, 이제는 조심스레 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다. 그래서 3부에는 문경 한지를 전수 받아 종이를 업으로 삼은 아들 김춘호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그는 옛 선조들이 해온 그대로의 방법, 화학약품, 양잿물을 쓰지 않고, 더 느리게, 더 정성 들여 만들어 낸 한지야말로 ‘전통 한지’라고 역설합니다.

지금도 끝으로 아버지로, 남편으로, 또 남자로 한국에서 살아온 김삼식 장인의 삶을 조명함과 동시에, 70년 외길을 거쳐온 장인으로서의 가치를 짚어보는 작업은 ‘한국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측면에서도 무척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지의 진정성과 가치를 알리는 작업은 이번 취재가 큰 첫걸음임을 확신한다.

본 자서전을 위한 인터뷰를 햇수로 5년 동안 진행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삼식 한지장의 막내아들인 김춘호 전수자는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지학 석사 학위를 받아 국내 한지의 공정에 대한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고, 김삼식 한지장은 70년 한지 인생에서 드디어 한지 부문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로 확정되어 등재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결과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엮은이로서 뿌듯하고 감동적일 따름이다.


구성 컨셉트


◇ 대를 이어 전통한지를 만들어온 70년 장인의 개인적인 삶과 전통 한지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로 구분하고, 막내아들 전수 조교 김춘호의 인터뷰는 전통 한지의 ‘미래’로 구성했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발전하면서도 오래전부터 이어 내려오는 ‘전통’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며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을 소개하고자 했다.


하루는 나보고 며칠 놀다 오께요 하더라고. 한 열흘 나갔다 오더니, 아부지, 나 종우 할래요 그러더라고. 종우 할라고 대한민국 종우 하는 데를 다 다녀본 기라. 우리나라 전국 한지 공장을 다 찾아다닌 거래요. 다녀보이 우리처럼 하는 데가 하나도 없다 그래. 안 된다고 했어. 종우는 아부지가 하는 걸 눈으로 보는 거하고 실제로 하는 거는 천지 차이다. 꿈도 꾸지 마라. 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살아 있는 한, 나는 더욱 강해지리라.

- 『막내아들 김춘호』


교敎는 믿는 것이고 도道는 닦는 것이라. 교하는 사람들한테 물었어. 울며 노래하고 울면서 기도한다케서, 왜 그러냐 물으니 죄지은 거를 벗어날려고 빈다고 해. 그럼 사람 죽이고 빌면 되냐? 하고 물었어요. 답을 안 해. 잘못한 걸 빌어야 된다는 거라. 그럼 도둑질을 해도 빌기만 하면 되느냐? 그럼 나쁜 짓을 하라는 것이냐. 믿는 것과 닦는 거는 하늘과 땅 차이라. 도는 닦는 거라. 도는 다 좋은 것을 닦는 거라.

- 『교는 믿는 것, 도는 닦는 것』


전통 한지로 살아온 얘기에 대해 말하자면 간단해요. 전에는 먹고 살라고 전통 한지를 했어요. 전통 한지는 돈이 안 들고 만들 수 있어요.

- 『전통 한지란』


진리는 이렇게 용도에 맞는 한지를 최고의 기술을 발휘해서 만들어내는 게 저희가 해야 할 몫이죠. 이탈리아 장인이 명품 가방을 만들 듯 심혈을 기울여 만듭니다. 저의 이름을 걸고 말이죠. 종이가 아무리 좋아 봐야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전통한지라는 과학』


◇ 본문에서 발췌한 아래 글처럼 김삼식 한지장과 아들 김춘호의 인터뷰는 그대로 경상북도 사투리를 기록하여 말맛을 살리려고 했다. 그리고 200개에 달하는 미주로 사투리의 뜻을 정리했다.


■ 눈 밭의 사투

이게 열여섯 살 땐데, 이래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겠는 기라. 그래서 열일곱 살 들면서 요 우에 있던 우리 집에 종이 공장을 놨어. 멀로 공장을 놨나 하면 기동을 니 개 세우고, 지게로 돌 져다 놓고, 동네 어른들한테 멍석 얻어다가 벽을 둘러쳤지. 종우를 뜨는데 구름이 끼마 종이가 말갛게 잘 나오는데 위에 천장이 없어서 햇빛이 나면 얼룩덜룩해져서 꼭 하늘에 구름 같애요. 이런 건 반값 밖에 못 받아. 구름 낄 때 하고 아침저녁으로 해가 없을 때 뜬 종우 밖에는 못 써.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어. 내삐리는 게 절반이라. 그런데 어데 보니까 남이 쓰다 내버린 스레트가 있더라고.


◇ 김삼식 한지장은 2021년 5월 25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었다. 이후 한 달여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로 확정되어 등재되었다.

이에 추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인간문화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심경을 담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춘호

현재 정식 명칭으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문경한지장 전수교육 조교.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목재종이과학과 졸업.

충북대학교 대학원 문화재과학과 문화재과학 전공.

석사 논문 『증해액의 종류 및 건조 방법이 한지 특성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한지장 김삼식의 3남 1녀 중 막내.

70년 동안 전통 한지를 만들어 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0년부터 종이를 뜨기 시작했다.

옛날의 방식대로 만든 진정한 전통 한지가 옳은 대우를 받기를 바라고, 전 세계에 이미 알려진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끊임없이 증명해내는 것이 그의 ‘할 일’이라고 여긴다. 


엮은이 : 황서미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과 영상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2018년 12월 24일, 김삼식 장인과 첫 인터뷰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문경까지 스무 번이 넘게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제 문경시 농암면과 문경 온천 쪽의 숙소, 밥집, 술집 등, 지리는 훤하다.

이 자서전을 계기로 새해에는 ‘생애사 쓰기’ 강의를 하게 되었다.

목 차

서문

1부. 어제를 뜨다.

9살 일꾼, 종우의 시작

눈밭의 사투

여우와 까마귀

낭만에 대하여

어머니, 어머니!

내가 살 수 있었던 힘, 설움

내 평생 중 개판

호롱불 아래에서

여보, 그때를 기억하고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

- 맏아들 김춘선

- 딸 김순연

- 둘째 아들 김춘복

- 막내 아들 김춘호

각중에 인사올리며

가족회의

교는 믿는 것, 도는 닦는 것


2부. 오늘을 포개다

풍신대로 살다

무형문화재

전수자

땅, 집 그리고 닥나무

삼식지소의 손님맞이

한지에 대하여

- 전통 한지란

- 황촉규

- 종이의 원료, 닥나무

- 잿물의 비밀

- 발질(물질) 또는 종이 뜨기

번지다, 스미다 - 한지와 화선지

아버지, 그리고 남편 김삼식

삶이 묻은 오토바이


3부. 내일을 일구다.

딱재이 아들의 시작

2004. 3. 6. 서설

알고자 하는 것을 공부하니까 되더라

전수자 김춘호의 전통 한지 이야기

- 닥나무 심기

- 황촉규

- 닥나무 찌기 - 닥무지

- 천연 재 만들기

- 티와의 전쟁 - 닥 긁기

- 닥 삶기 - 증해(烝解)

- 닥섬유 만들기 - 고해(叩解)

- 닥섬유와 황촉규 섞기

- 물질하기

- 굴통 작업

- 한지의 완성

학문으로서 전통 한지란

전통 한지라는 과학

- 소비자 맞춤형 한지

- 종이의 복원

재수 있게 사는 방법


[보강 인터뷰 1.]

한지 인생의 절정기

김삼식 한지장, 앞으로의 계획

국가무형문화재 심사

전통 한지의 미래

[보강 인터뷰 2.]


에필로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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