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열세 살 소년이 어른들에게 건네는 따듯한 위로
― 서의겸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
올해 춘천삼육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춘천중학교에 입학한 열세 살 소년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썼던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펴냈다. 춘천에 살고 있는 서의겸 학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인 서의겸이 펴낸 시집 『꿈을 꾸어야 별이다』는 나이별로 부를 구분하였는데, 여덟 살부터 열세 살까지 6부로 나누어 48편의 시를 실었고, 시인의 산문 2편을 별도로 실었다.
열세 살 어린 소년의 시집이라고 하면 유치하고 순진한 동시집일 거라 섣부르게 재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집의 맨 처음에 실린, 서의겸 시인이 여덟 살 때 지었다는 시 「첫눈」을 보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이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좋으면 따뜻한 겨울이 되고 / 우리네 마음이 추우면 시린 겨울이 되네. // 우리의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생각으로 덮여 있으면 / 우리는 행복하고 모든 것을 가진 것과 같다네. // 사막 끝까지 눈이 내려도 /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겨울은 꿈이 된다네.”(「첫눈」 부분)
여덟 살 어린아이가 첫눈을 보면서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일찍이 원효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았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열두 살 때 쓴 시 「검은색」을 보자.
예쁜 색 고운 색 다 모아놓은 곳
무지개엔 검은색은 없지.
나만 쏙 빼고 다 있지.
나만 빼고 흥!
나만 빼고 흥!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거기에
나도 좀 붙여줘 봐.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검
이상할 것 없잖아?
이상한가?
그리고 저기 봐
빨간색 구두와 주황색 햇빛, 노란색 단풍……
여기에도 없고
초록색 들판, 파란색 하늘, 보라색 가지……
검정은 또 없어.
없어.
없어.
한참을 시무룩하다
어라?
밤하늘은 검정이네?
검정이었어!
― 「검은색」 전문
이 시를 읽은 이운진 시인은 발문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르누아르는 검정을 ‘색의 여왕’이라고 불렀던 거 아니? 그리고 또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인 빈센트 반 고흐는 시중에 나와 있는 검정보다 더 짙은 검정을 구하고 싶어서 여러 색들을 섞어보기도 했단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검정은 자주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고 예쁜 것들 사이에는 끼지 못할 때가 많아. 놀랍게도 이 점이 어린 시인의 눈에 물음표를 던졌던가 봐. 어린 시인은 검정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던 거지. 왜 무지개에 검은색을 넣으면 안 될까 그려보기도 하고, 자연의 멋진 풍경들 속에서 검은색이 차지할 곳은 없을까 찾아보기도 하면서, 검정에 대해 궁리했던 거야. 없어, 없어. 실망할 무렵, 어린 시인은 드디어 발견했어. 우주 공간의 색. 매일같이 언제나 그 자리에 펼쳐지는 까만 밤하늘을 말이야. 밤하늘이 어둡고 깊을수록 별빛은 더욱 빛나 보인다는 사실을 생각해봐.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검정은 없잖아.
아무리 고운 색이라도 모든 색채는 어둠 속에서 하나가 돼. 그 어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검은색이야. 알록달록한 빛깔이 아니어서 쉽게 눈길을 끌진 못하지만, 검정이야말로 모든 것을 품어내는 마법의 색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이야기를 시인은 자신의 눈높이와 말로 쉽고 재밌게 풀어놓았어. 시인의 말투를 흉내내며 읽는 시어의 질감도 좋지만, 밤하늘의 검정을 발견하고선 시무룩했던 표정이 일순 얼마나 환해졌을지 상상하면, 이 시를 읽는 맛이 훨씬 더 좋아져.”
어른들의 세계는 온갖 터부와 금기들로 둘러싸여 있기 마련이다. 검은색은 부정적이라는 것도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터부 중 하나일 텐데, 어린 시인이 놀랍게도 그 터부를 깨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세 살 때 쓴 시 「시소」를 읽어보자.
이유는 몰라도
시소에게
상처가 있네.
넌 아이들의
무게를 알아.
하지만 마음의 무게는
잴 수 없나봐.
무거운 놈은
땅으로 떨어뜨리고
가벼운 놈은
하늘로 올려주네.
― 「시소」 부분
무거우면 내려주고 가벼우면 올려주는 게 시소의 원리다. 이 시가 울림을 지점은 그 시소의 원리를 비튼 데 있다. 몸의 무거움은 알아도 마음의 무거움을 정작 시소가 모르고 있다는 것, 시소는 정작 마음의 무게를 잴 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자식의 키와 몸무게를 재면서 우리 아이 많이 컸네, 많이 자랐네 하면서도 정작 아이의 마음 무게를 살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키를 살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꿈을 꾸어야 별이다』는 어린 시인의 시집이지만 오히려 어른들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집이다. 어린 시인의 시집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의 어깨를 쓰다듬고 어른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집이다. 좋아질 거라고.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괜찮다고. 그렇게 말이다.
작가 소개
서의겸
2009년 서울에서 태어나 강원도 원주, 춘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자연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매주 산, 들, 바다로 작은 여행을 떠났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보며 구름이 만들어진다 좋아하고, 물이 보이면 언제든 발을 담그고, 바닷가에서 주운 유리 조각도 소중한 보물이라 간직하고, 떨어진 낙엽 하나 꽃잎 한 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던 작은 아이가 이제 아빠보다 더 큰 덩치가 되었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첫 시집을 내게 되었다.
강원도 춘천교육지원청 문학영재 과정을 수료하였고, 2017 춘천교대백일장 은상, 제27회 파란글 꽃그림잔치 장원, 제15회 대한민국 독도 예술제 강원도 교육감 대상, 제18회 대한민국 통일 문화제 강원도 교육감 대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여덟 살
첫눈
아름다운 송편
할머니
할아버지
눈
아픔
2부. 아홉 살
바다
꿈꾸는 별
가족
나의 꿈
송편
헤어짐
벳부의 밤
바다지옥
비
산천어 축제
녹슨 쇠
카페 A
3부. 열 살
대마도의 밤과 아침
지젤
키타로
나뭇잎이 내리는 가을
촐랑촐랑
꽃
4부. 열한 살
뒷모습
독도의 하루
만화책
할아버지께
나의 빛
송편
엄마
눈
비가 내릴 때
5부. 열두 살
검은색
철조망
6부. 열세 살
임진강가에서
시소
생각
어린 나무
설렘
어린이
서의겸
봄
씨앗
그놈의 얼음판
순환
아버지
꿈을 날리다
시인의 산문
쏘가리상의 유래
세상에 돌이 어떻게 생겼을까?
발문_ 어린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_ 이운진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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