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려운 시절을 사랑과 희망으로 헤쳐 가는 소녀의 이야기
책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작품들이 결국 얻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한순간 웃게 해도 좋고, 슬픈 울림을 주어도 좋다.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나마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 작품은 이미 가치가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의 마음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겨 놓는다면, 우리는 ‘걸작’이라는 단어를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표지를 열고 맨 처음 만나는 것은 리디아와 할머니가 정원을 돌보는 그림이다. 사치와는 거리가 멀지만 충분히 풍요로운 풍경이다. 이 그림에는 도시도 가난도 없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 보면 리디아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외삼촌 집에 맡겨져야 하는 처지이다. 할머니와 함께 짐을 싸는 리디아의 우울한 표정, “우리 모두 울었어요.” 하는 단순한 문장에 배어 있는 진실한 슬픔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도 애써 웃으며 리디아는 짐 삼촌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적는다. “저는 작아도 힘은 세답니다.”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리디아가 부모와 할머니와 헤어지는 장면은 쓸쓸하지만 기차역은 그래도 정겨운 편이다. 낯선 도시의 크고 컴컴한 기차역에 비하면 말이다. 어떤 내레이션도 없이 리디아가 기차역을 바라보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내려앉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에서 리디아는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한다. 허름한 가게 외관으로 보아 조카를 맡아 길러 주는 삼촌의 처지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게 분명하건만, 리디아는 “빛이 내리비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화분 때문이다. 화분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며 가슴 떨려 하는 리디아는 이제 굉장한 일을 시작할 것이다. 리디아는 힘이 센 아이니까.
리디아가 함께 사는 삼촌의 집 안은 밝아지기 시작한다. 리디아를 따라다니는 환한 빛과, 분명 리디아가 꾸몄을 작은 트리 덕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리디아가 삼촌에게 기울이는 관심 덕분이다. 리디아는 삼촌에게 시를 써 주고 고용인들과 빵 반죽을 하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어느덧 주방에는 꽃 화분이 들어서 있다. 추측컨대 아내나 자녀가 없고 말수가 적은 삼촌은 그래도 여태 웃지 않는다. 삼촌의 무뚝뚝함과 그늘을, 황폐한 옥상이 충분히 보여 준다. 리디아는 비밀 계획을 세운다. 그게 뭔지 모르지만, 삼촌이 함빡 웃을 일이라고 한다. 그러는 사이 삼촌의 가게 앞에는 리디아가 가꾸는 화분이 즐비하고 꽃을 구경하거나 물건을 사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거린다. 따뜻한 그림과 간결한 글은 이 놀라운 움직임을 야단스럽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리디아가 이제 삼촌을 위한 비밀 계획을 완성하고 공개하는 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우리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놀랍게도 옥상은 꽃 천지! 보는 우리도 놀랐으니, 삼촌은 오죽할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리디아는 “엄마, 아빠, 할머니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아름다움을 다 담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했다. 빈 화분에 꽃을 가꾸는 아름다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꾸는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리디아의 힘이었던 것이다. 결국 삼촌의 마음도 움직인다. 삼촌이 “천 번 웃으신 것만큼” 의미 있는 선물로 답례한 것이다. 꽃으로 뒤덮인 “굉장한 케이크”로.
리디아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리디아와 삼촌의 포옹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뻐근하게 한다. 이제 리디아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도착했을 때와 같은 기차역이지만 이제는 환하다. “절대로 일손을 놓지 않는” 원예사답게 리디아는 다시 바빠질 것이다. 리디아는 저 넓은 대지를 정원으로, 희망으로 일굴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사라 스튜어트
미국 텍사스에서 자랐으며, 대학에서 라틴어와 철학을 공부했다. 어린이책 서평을 쓰며, 남편인 데이비드 스몰과 함께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글이 특징이다. 지은 책으로 《도서관》, 《리디아의 정원》, 《이사벨의 방》, 《한나의 여행》 들이 있다. 《리디아의 정원》으로 칼데콧 아너 상을 받았다.
그린이 : 데이비드 스몰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예일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같은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시간 대학교와 뉴욕 주립 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에스콰이어』, 『플레이보이』 등의 간행물에 삽화를 그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안목도 뛰어나 『뉴욕 타임스』의 서평 전문 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마흔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어린이책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진짜 예술가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1998년 『리디아의 정원』과 2013년 『엘리엇에게 엉뚱한 친구가 생겼어요』로 두 번의 칼데콧 명예상을, 2001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로 칼데콧상을 수상했다. 아내이자 작가인 세라 스튜어트와는 『리디아의 정원』을 비롯해 『도서관』, 『돈이 열리는 나무』, 『한나의 여행』, 『이사벨의 방』 등 여러 그림책을 함께 만들었다. 2009년 자전적 작품 『바늘땀』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와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 그리고 미국 도서관 협회의 알렉스상을 수상하며 그래픽노블 분야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바늘땀』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나 혼자』는 작가 줄스 파이퍼의 표현처럼 <그림으로 그린 시>와 같다. 주변 사람들의 상실을 차례대로 겪으며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는 스몰의 단순하지만 섬세한 그림과 만나 더욱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스산한 심리적 통찰로 가득한 『나 혼자』는 한 편의 현대 소설처럼 우리 기억에 남은 성장통을 되살린다. 그는 현재 아내와 함께 미시간주 세인트 조지프강 근처의 188년 된 고택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 이복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옮긴 책으로 《리디아의 정원》, 《드가와 발레리나 소녀》, 《레오나르도와 하늘을 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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